익숙한 천장이다.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자, 알 수 있는게 하나 있었다.


"뭐여."


어디야 여기. 



책상에는 작은 뱃지가 놓여있었다.


그 뱃지를 챙겨서 주머니 속에 넣어놓고 창 밖을 봤다.


해피와 초롱이가 보였다.


"일어났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보."


내 부인이였다.


"여기 어디야?"


부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즉시 답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 집이잖아. 이사 온 걸 잊은거야?"


집?


그래... 집이었지.

해피와 초롱이를 마당에 키우기 위해서 새로 이사왔었지.


"미안,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몽롱한가봐."


살짝 현기증이 느껴졌다.


눈살을 찌푸리자, 부인은 검지와 중지로 내 미간을 눌렀다.


"찡그리면 미간에 주름 생긴다?"


"어... 괜찮아. 피부 탄력이 좋으니까."


부인은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혹시 어디 아파?"


"그냥... 살짝 어지러워서. 조금 있으면 나아질거야."


"그럼 우선 좀 씻어. 곧 약속시간 아니야?"


"약속? 몇시에 있더라?"


"한시간 쯤 뒤에 있을거야. 목욕 눌러놨어."


...그래, 일단 씻어야겠어.



......



.........



가볍게 씻고 난 뒤, 몸에 묻어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오자, 해피와 초롱이에게 밥을 먹이는 부인이 보였다.


해피는 밥이 나오자마자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초롱이는 마당 나무에 앉아있다가 날아와서 모이를 먹었다.


"음? 잠깐만."


얘네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


분명 이것보다 훨씬 크고 기계적인 면이 있었는데.


"왜그래?"


"얘네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


부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애들이 며칠 새 크긴 했지."


"아니, 종 자체가 달라진 것 같은데..."


"무슨 소리래. 씻고 나와도 아직 잠이 덜 깬거야?"


"잠은 다 깼지. 근데..."


"이제 슬슬 약속시간 다 되간다. 옷부터 입혀줄께."


"뭐? 분명 한시간 뒤라고..."


"당신 한시간동안 씻고 있었는데?"


그 말에 반사적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


정확히 한시간이 지나있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된거래? 밥도 못먹겠다."


"여기 옷. 매무새는 내가 정리해줄게."


"고마워, 빨리 입고 나올게!"


......



........



"그럼 다녀올게."


"응, 너무 늦게 오지는 마."


현관을 나서고, 큰 길로 나왔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가...?"


그래도 조깅 뛰는 사람 몇명은 있을법한데.


나는 아랑곳 않고 약속장소로 가기 시작했다.



......



.........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지하철 앞까지 오는데 사람 한 명이 없을수가 있나?


그리고 약속 좀 늦었는데 왜 아무도 안 와?


나는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어?"


목욕을 하고 난 뒤로, 단 1분조차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


나는 순간 등골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집으로 가봐야겠어."



......


.........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평소엔 부인이 나와서 맞이해줬었지.


"왔어?"


부인은 거실에서 현관으로 나오며 말했다.


"약속 있다 하지 않았어? 왜 그냥 들어왔대?"


"아니, 그냥..."


나는 고개를 숙여 시계를 보고, 다시 부인의 얼굴을 보았다.



"...너 뭐야."


부인은, 이목구비가 없는 상태였다.


"어? 왜그래?"


생각해보니, 부인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애써 얼굴을 떠올리려고 생각해봤지만, 기억나는 건 단 하나조차 없었다.


...이상하다. 명백히 이상하다.


이상......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현관문을 뛰쳐나갔다.



......


.........


......... .   ...  .


.. .   .        .


:)



......


현관문을 뛰쳐나와서, 다시 한 번 큰길로 도망쳤다.


사람은... 여전히 없었다.


"여기... 어디야."


공포가 점점 내 몸을 옥죄어왔다.


그러자, 귀 속에서 끼릭거리는 소름끼치는 구동음이 났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


마키나는 사령관의 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등 뒤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좀 어떠냐. 가능성은 있어보이나?"


그 남성은


"...회장님."


펙스의 회장이었다.


"역시 사령관의 욕망만으로는 가상현실을 제대로 만들 수 없었어요. 금방 가상현실인 걸 자각하더군요."


"그렇구나. 그럼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같이 넣어놓는건 어떠냐."


"...그랬다간 사령관이 깨어날 확률이 생깁니다."


"어차피 금방 들켰다 하지 않았나?"


"하지만..."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넣어서, 다시 한 번 해보게."


마키나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


회장은 그 말을 듣고, 가상현실을 만드는 방을 나서려다가...


"아, 참."


돌아서서 마키나의 뺨을 한 대 쳤다.


"읏..."


"내 말에 토를 달아? 똑바로 해. 복원되자마자 죽기는 싫겠지."


"...네."


마키나는 뺨을 쥐고 오랫동안 서있었다.



마키나는 오르카 호 마키나가 아님. 다른 개체

사령관은 현재 납치된 상태

펙스의 회장은 모종의 이유로 부활한 상태

비스마르크 코퍼레이션은 펙스의 산하단체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