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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K 일간 모닝쇼, 아사 시치지에서 일부 발췌


 와다 : ... 좋은 설명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입니다. 오늘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덴세츠 사이언스의 그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바로 붉은 아레나입니다. 이 이벤트를 앞두고 찬반여론으로 전국이 시끄러운데요, 오늘 아사 시치지에서는 두분을 모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먼저 시민운동가이신 사쿠라이 호지 씨입니다.

 사쿠라이 : 안녕하세요.

 와다 : 그리고 덴세츠 사이언스 자문위원이신 토야마 슌타로 교수님입니다.

 토야마 : 안녕하십니까. 토야마 슌타로입니다.

 와다 :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분들은 많은 기대와 걱정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붉은 아레나. 수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오늘 이 시간에 처음 듣는 시청자 분도 계실 겁니다. 토야마 교수님, 붉은 아레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토야마 : 물론이죠. 왜 격투 스포츠가 인기가 있는지 아십니까? 모든 스포츠 중에 직관적이고 가장 치열한 싸움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복싱, 가라데, 유도, 프로레슬링, 이종격투기등, 사람들은 싸우는 스포츠를 보며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상대를 쓰러트리는 겁니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격투 스포츠가 자극하는 것은 사람의 원초적 본능입니다. 바로 생존 본능이죠. 붉은 아레나는 이 생존 본능을 극한까지 자극하는 경기입니다. 격투가는 돈을 벌기 위해 싸웁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살아남기 위해 싸웁니다. 바로 이것이 붉은 아레나의 모토입니다. 살아남아라.

 와다 : 네, 토야마 교수님, 설명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오로이드권 운동을 하는 여러 단체는 물론이고 수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거리로 나아와 반대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국련에서 붉은 아레나의 개최정지를 권고했다면서요? 사쿠라이씨,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사쿠라이 : 가장 큰 논쟁은 바로 키리시마 법입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이 바이오로이드의 권리에 대한 법률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아직 바이오로이드를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것이 논란인 상황에 너무 일찍 바이오로이드의 권리에 대한 법률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다른 국가에서도 기업들의 로비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고요. 국련의 권고 역시 이에 따른 것입니다. 아직 바이오로이드를 인격을 가진 지성체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일 붉은 아레나가 대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이벤트를 시작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토야마 : 하지만 바이오로이드의 권리에 대한 기본법은 이미 이 일본국의 법령입니다. 헌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결 역시 있었고요. 언제부터 우리 일본이 외국의 눈치를 보아왔나요? 국내법으로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람을 사지로 몰고 싸우게 하는 데스 게임이 아니에요. 비슷한 예가 하나 있습니다. 스페인의 투우죠. 잘 모르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경기장에서 붉은 천을 휘두르며 소와 싸우는 경기죠. 소를 일방적으로 농락하며 죽이는 경기이기 때문에 동물 학대라는 의견과 전통이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 싸움이 결국 끝을 본 건 몇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스페인의 한 바이오로이드 제조사에서 투우를 위한 바이오로이드 소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었죠. 그 후로 투우는 아무 논란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오로이드에게는 아무 권리도 없습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고 그것의 모든 권리는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의 소유라는 것이죠.

 사쿠라이 :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오만함 아닐까요? 사람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어내고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것, 누가 그것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도 백번 양보해도 그들은 생명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들의 목숨을 앗을 권리가 없습니다.

 토야마 : 앞서 말했듯, 그것들은 도구입니다. 살아남아라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그것을 보는 관객의 감정이입을 위한 것입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니다 라는 법 조항을 무생물로 보는 관점의 판결도 수도 없이 많아요. 그 해석에 따르면 바이오로이드는 무생물이고 죽이는 것이 아닌 훼손하고 무력화 하는 행위일 뿐이에요. 붉은 아레나는 이미 우리가 TV와 극장에서 보아왔던 바이오로이드 영화의 현장 관람일 뿐이에요. 오늘 로스터만 봐도 유명한 D 엔터의 바이오로이드들의 꿈의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총집합에 가까워요. 만일 이게 문제라고 한다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수도 없이 폐기된 바이오로이드가 문제시 되었어야 해요. 하지만 아시잖아요? 아무 논란도 없었어요.

 사쿠라이 : 논란은 있었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언론에서 노출시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에요. 5년전, 대전란이 개봉했을 시기, 저를 포함한 20명의 시민운동가는 대전란 촬영과정에서 죽은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습니다.

 토야마 : 사쿠라이씨, 그건 어떤 사안이든 있는 반대만 하는 운동꾼들 아닙니까. 그들은 제가 계란후라이에 소스를 뿌려먹는다고 해도 반대하고 나설 거에요. 이미 시대는 100년전에 지났어요. 지금은 도쿄 한복판에서 헬멧쓰고 전공투가 싸우는 시대가 아니라고요.

 사쿠라이 : 예. 그 시대는 끝났죠. 하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느 시대건 있어야 해요. 잘못된 것을 남들이 옳다고 한다고 그것을 옳다고 할 순 없는 거에요!

 와다 : 자, 자. 두분 진정하세요. 이런 수많은 논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아레나는 예매 당일 30분만에 티켓 3만장이 완판될 정도로 대 인기라고 합니다. 지금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나가있는 혼네 리포터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혼네 리포터?

 혼네 : 예!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사시치지의 귀여운 리포터, 혼네 카구야입니다! 지금 이곳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앞에는 개장 2시간을 앞두고 수많은 관중들이 모여 대축제를 벌이고 있습니다! 열광적인 팬들중 일부는 누구보다 빨리 입장하기 위해 무려 3일전부터 이곳에서 날을 지새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번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 : 아, 예. 안녕하세요.

 혼네 : 보아하니 입장 순서 5등인거 같은데요! 이 여름날 이렇게 기다리시는 것, 안힘드시나요?

 (전략) 관객 : 힘들긴 하죠. 덥기도 하고 모기도 많고요. 코미케도 그렇고 이런식으로 기다리는 일은 많아서 텐트랑 이동식 에어컨도 가져왔는데 사이타마도 만만찮네요. 그래도 이전 붉은 아레나 한정 굿즈를 사야 하니 이정도는 버텨야 하죠.

 혼네 : 열정적인 관객분이시네요! 여기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분도 있는 반면 광장에는 코스프레를 한 분들이나 진짜로 바이오로이드를 데려온 분도 계시네요? 한번 저분과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사시치지의 혼네입니다! 바이오로이드를 데리고 오신 것 같네요? 아니면 육자의 히나를 코스프레한 건가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한 히나 코스프레! 좀 깊네요!

 마츠시타 : 아뇨, 그게 아니라...

 혼네 : 바이오로이드인가요? 어떤 코스프레죠!

 토모 : 이거 TV야? 나 TV 나오는 거야? TV 데뷔야! 코스프레 아냐! 마츠시타랑 붉은 아레나에 대해... 읍읍!

 마츠시타 : 이거 생방송인가요? 안녕하세요! 붉은 아레나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너무 슥고이해요! 일본 최고!

 혼네 : 보시다시피? 열정적인 팬들이 모인 붉은 아레나였습니다! 스튜디오 나와주세요!

 와다 : 네, 혼네 리포터의 현장 리포트 감사합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의 분위기가 이곳 도쿄 스튜디오까지 전해지는 느낌이네요. 그러면 다음 논의로 이어가겠습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생물인가 무생물인가. 키리시마법 입안 당시부터 논란이었죠. 앞서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한번 이 이야기를 깊게 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사쿠라이씨, 사쿠라이씨는 바이오로이드를 생물로 보는 입장이시죠?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쿠라이 : 바이오로이드는 생물입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은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반응하고 똑같이 생겼습니다. 그저 바이오로이드라는 이유로 무생물 취급을 하고 서로를 죽이게 한다면 과거 서양 강대국의 노예제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토야마 : 사쿠라이씨, 그건 논리적 비약입니다. 우리 인류는 도구를 만드는 생물입니다. 우리는 우리 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도구를 만들었죠. 그 도구를 만드는 힘이 자연에 살아남을 힘조차 없는 우리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바이오로이드 역시 우리의 도구로 만들어졌습니다. 기계, 로봇, AGS, AI와 마찬가지죠. 최근 AI발전은 무섭게 사람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블라인트 테스트로 사람과 AI사이에서 사람을 찾게 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떨어질 정도입니다. 그들은 사람처럼 느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까? 바이오로이드 역시 로봇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게 있다면 로봇과 달리 바이오로이드는 사람과 같은 유기물로 이루어졌다는 것뿐이지요. 단순히 유기물이 생명과 무생물을 나누는 경계가 되는 곳입니까? 하나 가정을 해보죠. 만일 바이오로이드와 똑같이 만들었지만 뇌의 구조를 단순화하여 기계적으로만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이 무언가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겁니까? 애초에 생명이라 부를 수 있는 걸까요? 그래서 우리는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쿠라이씨의 말대로 바이오로이드를 인간이라 가정합시다. 만일 제가 말한 무언가가 나타난다면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냐 하는 새로운 논쟁이 만들어집니다. 그 때는 과연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 겁니까? 인간처럼 말하냐? 느끼냐? 그러다 바이오로이드와 무언가의 중간에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면요? 그렇기에 우리는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이 아닌 도구다. 라는 거죠.

사쿠라이 : 우리가 기준을 내리는 것은 편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준에 대해 정의하고 논의하며 더 옳은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설령 그들이 도구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들이 인간성을 가진 이상 우리는 그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와다 : 사쿠라이씨, 진정해주세요. 슬슬 우리에게 주어진 토론 시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두분 각자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사쿠라이씨.

사쿠라이 : 우리는 지금 시대의 격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가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격류에 휘말려갈 것이냐, 격류에 맞서 싸울 것이냐. 격류에 휘말리는 것. 그건 편하고 우리 본능에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거스름을 통해 이어져왔습니다. 시대에 저항한다. 그것이 인류의 정신이고 인간성의 근원입니다. 도구처럼 살 것인가, 인간으로 맞서 싸울 것인가. 그건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여러분 싸우십시오. 남들의 싸움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직접 살아남으십시오.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와다 : 사쿠라이씨, 감사합니다. 그러면 토야마 교수님도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토야마 : 여러분, 지난 20년을 기억하십니까? 우리 일본에게 지난 20년은 고난의 기억입니다. 우리는 20년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집을 잃었고 기업을 잃었고 직장을 잃었습니다. 전세계는 우리를 보고 일본은 끝났다. 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키리시마 법으로 우리는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차세대 바이오로이드 산업에서 우리는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반 바이오로이드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체 어느 과거를 말하는 것입니까? 잃어버린 20년? 버블 경제로 무너진 90년대? 자만을 주체못하고 전쟁에서 패망한 50년대? 우리는 과거를 잊고 미래를 봐야 합니다. 고대 로마는 팍스 로마나라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들의 평화의 이면에는 콜로세움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콜로세움을 통해 분출했습니다. 그를 통해 그들은 수세기나 되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우리의 붉은 아레나. 그것은 이시대의 콜로세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오늘 로마 검투사들의 시합도 열릴 예정입니다. 콜로세움과 바이오로이드. 이 산업은 일본에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입니다. 팍스 자포니카. 그것이 우리가 맞을 새로운 미래입니다!

 와다 : 두분, 열띈 토론 감사합니다. 붉은 아레나는 우리 NHK에서도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에 있습니다. 아사시치지가 끝나는 10시, 붉은 아레나의 첫 개막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이타마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붉은 아레나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다음 이야기입니다. 유니콘을 흔히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죠. 하지만 얼마전 아프리카에서 뿔이 달린 말을 발견했다는 소식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