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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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에 별똥별이 떨어진다. 잔잔한 밤 하늘, 어두운 배경에 그려지는

하얀 빛줄기. 그 아름다운 광경을 메이가 심판의 옥좌에 앉아 바라본다.


시원하게 부는 바닷가의 소금기가 섞인 바람, 마찬가지로 시원하게

귓가에 울리는 파도가 울리는 소리.


그 백색 소음을 즐기며 메이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지직- 지지직-


"메이, 잘 들려? 메이."


귓가에 꽂아 둔 인이어 에서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는 사령관의 부름에 눈을 뜨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하아..."


가벼운 한숨, 이 아름다운 광경과 마음에 드는 평화로운 소리를 방해하는

사령관에게 잠시 불만이 생긴 듯 했지만 메이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사령관의

부름에 대답했다.


"응. 무슨 일이야 사령관?"


"정기 보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내가 먼저 불렀어."


"아..."


메이가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려 시간을 확인했다. 앙증맞은 디자인의 손목 시계에

표기된 시간은 밤 21시 33분. 사전에 약속된 21시 30분 정기 보고 시간에 다소 늦었다.


'윽... 내가 이런 실수를...'


자신 답지 못했다며 잠시 자책의 시간을 갖고 메이가 사령관에게 정기 보고를 시작했다.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어. 아주 잠잠하고, 평상시와 똑같아."


"아.. 응, 고마워. 그럼 나중에 보자."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매몰차고 쏘아붙이듯 말투. 사령관도 그녀의 그 쌀쌀맞은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인이어에 몇 번의 지직 거리는 잡음이 들리다 이내 끊어졌다.


아마도 사령관은 메이의 말을 더 기다린 듯 했지만 메이는 끝까지 응답하지 않고

그 잡음이 끊기길 기다렸다.


"후우~"


솔직히 무엇이 문제인지 메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마치 상대방을 쏘아 붙이는 듯

공격적인 어조, 살갑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까지.


"그치만... 아으!!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메이가 인이어를 귀에서 거칠게 뽑아내며 옥좌 위에서 몸부림쳤다. 스스로도 사령관과의

관계는 답답했지만 그도, 그녀도 서로가 더욱 다가서지 못하고 서로의 곁을 맴돌 뿐.

이래서는 나이트앤젤의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를 피하지 못하겠지.


"아... 돌아가자."


솔직히 당장 돌아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메이는 옥좌를 조절해

오르카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언제나 그녀를 걱정하니 그의 걱정을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흥! 절대 사령관 때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달래듯 혼잣말을 하는 메이. 사실 이렇게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창피해서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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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안건은..."


메이가 사령관이 있을 지휘통제실에 들어오자 이미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ㄷ 모양의 기다란 책상에 사령관을 중심으로 좌우에

지휘관들이 착석하여 무언가를 적거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다.


"아, 메이 다녀왔어? 고생했..."


"흥! 그런 사소한 일로 회의를 끊어서 되겠어? 상관하지 말고 하던 것 계속하지."


메이가 고개를 돌리며 도도한 걸음으로 비어있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둠 브링어 지휘관의 자리에 대신 앉아있던 나이트앤젤이 조용히 일어나 의자를 양보했다.


"중요한 것들은 여기 적어 두었습니다."


"고마워."


역시 나이트앤젤 다운 깔끔한 인수인계. 그녀는 조용히 뒤편으로 물러나 부관석에 착석했다.

사령관이 머쩍은 미소를 지으며 뒷통수를 긁적이다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내가 보기엔 이 섬에서 3일 정도는 머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병력들의 재정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오르카 호의 재보급도 필요하거든.

그리고 적당히 큰 섬이니까 충분히 물자도 있을거야."


"각하, 잠시 괜찮겠습니까?"


사령관의 말을 점잖게 듣고 있던 마리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사령관은 마리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잠시 정박하여 재보급과 병력들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섬은 면적이 큰 섬이고 도시가 발달한 지역입니다. 잔존한 철충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맞아, 내가 보기에도 그래. 무엇보다 평탄한 지형이 연속된 곳이라 철충 무리가

대규모로 주둔 할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그 섬은 옛날부터 큰 광산과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던 곳으로 유명해. 무턱대고 들어가는 건 위험해."


"소관 역시 같은 생각이오. 그 섬 말고 다른 섬으로 정하는 것은 어떻겠소?"


마리의 의견에 레오나와 용이 부연 설명을 했다. 메이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과거를 회상했다.


'하아~ 역시... 자신 보다는 항상 다른 병력들을 먼저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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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과의 첫 만남, 그때 메이가 사령관에게 받은 첫 인상은 썩 달갑지 않았다.

여리여리한 체구, 순한 눈매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그는 수많은 부하들을 이끌 사령관이자 적들과의 목숨을 건 전쟁을 앞 둔

군인이 아닌 어딘가의 평범한 시골 청년과 같은 사람이었다.


"아.. 그.. 안녕? 네가 메이지?"


"뭐야? 그 표정은?"


그의 미소를 보고 메이가 처음 건넨 말은 그것이었다. 메이는 나약해 보이는

눈앞의 이 인간을 신뢰하지 않았다. 계급 상 상관인 사령관 이지만 메이에게

신뢰란 쟁취하는 것 이었다.


"흥! 따로 환영 파티라도 준비 되었겠지?"


악수를 권하는 그를 무시하며 메이가 옥좌에 다리를 꼬아 앉았다.

사령관은 자신이 건넨 악수가 무시 당하자 당황이라도 한 듯 어쩔 줄 몰라하다

이내 손을 내리고 뒷통수를 긁적이며 미소 지었다.


"하하하... 미, 미안해.. 지금 우리들 자원 사정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사령관이 그 자리에서 화를 냈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신뢰가 생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진심으로 미안해 하면서 당황했다.


'뭐야? 이렇게 순해 터져 가지고... 이게 사령관이라고?'


그와의 첫 만남은 메이에게 그렇게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 계속 사령관을

지켜본 메이는 더욱 탄식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모든 지휘관들을 불러 모아 병력들의 급양 상태를 개선 하겠다고 

어처구니 없는 명령을 내린 것 부터... 작전을 나설 때는 감정에 치우쳐 그릇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물며 지난 겨울에는 몰래 자신들을 위한 파티를 해주겠다며 직접 선물을

옮기다 쓰러져 그의 요양을 위해 전 병력들에게 비상 경계령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없이 노력하고 지휘관들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배움을 청했다.

그 결과 지금에 이르러선 수많은 병력들을 수십 여 개의 편성으로 나누어

동시에 지휘를 내리며 능숙하게 전장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각자 개성이 강한 오르카의 인원들과 스스럼없이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며

그녀들을 진심으로 아껴주며 인격체로 존중하는 그의 모습은 어느새 메이 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어.'


그래, 이런 사람이면 믿을 수 있다. 부족한 능력은 노력하고, 무지를 창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배움을 요청하는 태도. 모두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


'그래서 좋아해.'


어느덧 메이는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이제 와서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메이가 예상했던 방식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사령관은 그런 태도와 마음씨 덕분에

메이의 마음을 얻었다. 신뢰보다 깊은, 사랑 이라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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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팔짱을 낀 채 생각을 마친 메이가 눈을 떳다. 그리고는 사령관에게

다른 섬을 가리키며 의견을 모으는 지휘관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해. 오히려 저 섬이 아니면 안된다고 봐."


"그렇소? 흠.. 메이 소장의 의견을 자세히 듣고 싶네만.."


"일단, 오르카 호와 예비 함대의 보급을 생각하면 작은 섬에서는 힘들어.

작은 섬은 필연적으로 도심지도 작고 얻을 자원도 적지. 하지만 사령관이 

처음 지목한 저 섬은 위험성이 분명 있지만 대규모 도심지가 있고 무엇보다 지하자원이

충분하기로 유명했던 곳이야. 난 충분히 가 볼만 하다 생각해."


"메이..."


사령관이 뜻밖의 지원군에 놀란 듯 메이를 바라보았다. 메이는 그런 사령관의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에도 메이는 계속해서 다른 지휘관들을 설득했다. 


"위험한 것은 나도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사전 정찰을 충분히 진행하고

대규모 공습을 한 뒤 상륙하여 교두보를 확보, 그 다음 본대가 이어서 상륙하고

숙영지를 편성하면 위험성은 줄어들 거라고 봐."


"흠, 그렇다면 괜찮겠군. 다들 어떻소. 본관은 메이 소장의 의견이 가장 타당하다 생각하는데."


"나도 동의해."


"각하, 메이 소장의 의견이 가장 적합한 듯 합니다."


지휘관들이 메이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의 뒤에서 나이트앤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메이는 괜히 창피한 마음이 들어 사령관을 재촉했다.


"사령관! 뭐 하는 거야? 결정해. 어떻게 할 거야?"


"아, 응! 메이의 의견대로 진행하자. 그럼 다들 이만 해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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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인지 묻지 않겠습니다."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 할래?"


회의실을 나서며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는 메이에게 나이트앤젤이 바짝 붙어서

놀리듯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신장 차이가 워낙에 커 아무리 빨리 걸어도

메이는 나이트앤젤을 따돌릴 수 없었다.


"생뚱맞긴 하죠. 대장이 사령관 님의 편을 들다니."


"그, 그건..!"


"푸훗..! 흠, 죄송합니다. 표정 관리를 못 했네요."


나이트앤젤이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메이는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빼액 소리쳤다.


"야! 너 그거 하극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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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변가, 저 멀리 보이는 도심지의 마천루. 전형적인 휴양 도시의 아름다운

해변가가 메이와 일행들을 반겨주었다. 다만 평소라면 언제나 나이트앤젤을

대동하고 다녔을 메이의 곁에는 나이트앤젤 대신 사령관이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 그,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메이는 급히 급조한 담요를 어깨에 감으며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본래 느긋하게

해수욕을 즐길 생각 이었는데 난데없이 사령관이 그녀에게 온 것이다.


'으으... 싫은건 아니지만...'


나이트앤젤은 사령관이 오자마자 메이에게 윙크까지 하고는 잽싸게 구실을 대며

도망갔다. 아마도 메이와 사령관의 지지부진한 밀당에 말뚝을 박아 끝을 볼 생각일 것이다.


"무,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어색하잖아!"


본래 사령관에게 보여주려고 주문한 수영복 이지만 막상 사령관에게 보여주려니

창피한 마음이 너무도 커져 결국 담요를 몸에 두른 메이. 그런 그녀의 곁에서 사령관은

눈치도 없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사령관은 당황하면 뒷머리를 긁적이는 버릇이 있다. 곁에서 늘 그를 바라본 메이가

그의 버릇을 모를 리 없으니 그녀 또한 답답하긴 마찬가지.


"아, 그게.. 다, 담요 왜 감고 있어? 덥지 않니? 내가 들어줄..."


"....!! 무, 무슨 짓이야!! 이 변태!!!"


"으앗!!"


사령관의 질문에 메이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안되는 것은 메이도 마찬가지. 사령관이 담요에 손을 뻗으며 말하자 자신도 모르게

담요를 강하게 움켜쥐고 그를 밀어버리며 소리쳤다.


툭!


메이에게 밀쳐진 사령관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자 그의 반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가 떨어졌다.


"아아..! 미, 미안! 어디 다쳤어?"


메이가 서둘러 다가와 사령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창피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사령관을 밀쳤지만 진심으로 그를 다치게 할 마음은 그녀에게 없었다.


"아, 괜찮아."


사령관이 그녀에게 그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아, 이것도 챙겨야지."


그는 메이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떨어진 상자를 같이 주웠다.


"그... 사, 사령관... 손... 왜 안 놓는 거야?"


사령관은 이미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지만 메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메이가 당황하며 사령관을 바라보자 사령관도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쳤다.


"사, 사령관...?"


"메이.. 난 항상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어...?"


갑작스러운 사령관의 고백. 메이의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맞잡은 손을 사령관이 더욱 강하게 붙잡으며 살며시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는 사령관.

메이는 가녀린 소녀와 같이 가볍게 그의 품에 안겼다.


"사, 사실 이곳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어."


사령관의 그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 제트 엔진 소리가 들리며 둠 브링어의 편대들이

하늘에 글씨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저, 저건...."


메이의 시선이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에 바닷가의 수평선을 바라보자 그 곳에는

푸른 하늘에 하얀 연기로 I love you May 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들리는 제트 엔진의 소리.

두번째 편대는 will you marry me? 를 분홍색 연기로 써 넣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사령관이 한쪽 무릎을 꿇고 메이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금빛 반지를 끼워 주었다.

감격에 겨운 메이의 눈에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바보... 사령관은 바보... 내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받아 주겠니?"


"당연하지! 감히 나를 기다리게 한 만큼 내 곁에 있게 만들어야지!"


메이가 사령관의 품에 뛰어들었다.


군인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그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품기 위해.

사령관도 자신의 품에 뛰어든 메이를 강하게 끌어 안으며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래, 앞으로는 계속 너의 곁에 있을게."


"흥! 사령관은 바보니까... 그렇지 않아도 계속 내가 곁에 있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다.




"드디어.. 드디어 저도 성불할 수 있겠네요. 땅딸보 대장... 후훗."


나이트앤젤이 멀리 떨어져 키스하는 두 남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이지.. 솔직히 걱정 했었는데... 이젠 걱정이 좀 없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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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