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 가을을 알리는 듯 비가 내린다.

그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는 듯 보이자 리리스가 우산을 펴고 사령관의 곁으로 다가왔지만

사령관은 그녀를 가벼운 손짓으로 제지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 했다.


"괜찮아.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대원들이 함께하는 자리야. 나 혼자만

우산을 쓸 수는 없어. 저 멀리 전선에서 쓰러져 간 전우들은 이보다 혹독한 환경에서

우산조차 없이 작전을 수행하고 희생되어 갔어.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리리스가 사령관의 말을 듣고 잠시 걱정의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가볍게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본래 지휘관 급 개체들 역시 각자 우산이 지급 되었지만

그녀들 중 그 누구도 우산을 쓰고 있지 않았다.


전우와 동일한 신념을 위해 굳건히 목숨 받쳐 싸운 동료들을 기리는 자리.

이 자리에 계급과 서열, 소속 부대는 상관 없었다.


"일동 묵념"


엄숙한 목소리, 사령관의 지시에 모든 오르카 호 대원들이 묵념을 시작했다.

서늘한 가을 바람과 잘게 쏟아지는 이슬 비가 마치 떠나간 영혼 들을 위로하듯

대원들의 옷깃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바로."


잠시 동안 지속된 묵념이 끝나고 사령관이 절도 있는 자세로 뒤로 돌아 굳건히

서 있는 병력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부대 차렷, 열중 쉬어."


척! 소리와 함께 모두 각 잡힌 자세로 도열하는 병력들, 그녀들의 눈가에 예리한

칼날과 같은 기세가 묻어 나왔다.


 "오늘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먼저 산화 한 전우들에 대한 추도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의 곁에 서 있는 지휘관들 개체들 역시 그런

사령관의 분위기를 빠르게 읽어냈다. 그는 지금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 없는 통곡이라

표현하면 정확하게 맞으리라.


"본 사령관은 이 자리를 빌려 먼저 떠나간 전우들의 희생과, 숭고한 사명감을

높게 칭송하며..."


사령관의 목소리가 잠시 잠겼다. 엄밀히 따지자면 모든 책임을 지는 사령관의 자리다.

그는 사령관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죄책감에 잠겼다. 하지만 그저 슬픔에 잠겨 먼저

떠나간 그녀들을 위한 자리를 망칠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크흠! 높게 칭송하며 전우들의 투철한 군인 정신과 임전무퇴의 기세로 목숨을 건

전선에서 굳게 싸워 적을 물리친 것을 치하 하는 바 입니다."


사령관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연설문을 필사적으로 기억하며 말했다.

바로 눈만 아래로 내린다면 비서들이 준비해 둔 대본이 있지만, 사령관은 대본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이 자신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용감하고 숭고하게 희생된 전우들을 기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수고는 당연한 것이다.


"먼저 떠나간 전우들과 그녀들의 용기, 전우를 위해 목숨을 내 건 명예로운 행동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 하는 바.. 이 행사를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사령관은 단 한 번도 준비된 대본을 향해 눈을 내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치거나 희생된 전우들의 식별 번호와 이름들, 소속들 그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고 또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 이리라.


"...그럼 이만 마칩니다. 부대 차렷."


다시 한 번 모든 대원들이 정돈된 자세로 척! 소리를 내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녀들을 바라보며 사령관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을 사령관의 몇 걸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이 대원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사령관 각하께 대하..."


"아, 잠시!"


"...바로."


모든 대원들이 용의 구령에 따라 경례 하려던 것을 멈추고 대기했다. 사령관이

갑작스레 용을 제지하고 무언가 주문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 만큼은, 내가 아닌... 저 하늘의 별이 된 용사들에게 했으면 하는데."


"각하... 알겠습니다."


용이 사령관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한 번 대원들에게 구령을 했다.


"부대 차렷!"


"뛰어난 용맹과 숭고한 희생을 한 전우들에 대하여 경례!!"


"승리!!"


용의 구령에 맞춰 모두 큰 소리로 경례를 올린다. 사령관이 아닌 사령관 뒷 편에 고고하게

서 있는 거대한 기념비를 향하여. 그녀들의 경례에 맞춰 이번엔 사령관이 뒤를 돌았고

그를 따라 모든 지휘관들도 일어서 뒤를 돌아 그 기념비를 바라보았다.


"승리!"


사령관과 지휘관들 역시 그 숭고한 기념비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사령관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내 건 그녀들을 향하여, 그들의 경례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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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사족을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날은 지났지만 국군의 날을 기념하며 남겨 봄. 


라오챈 에도 군붕이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울 때 밖에서 고생하고, 추울 때 역시 밖에서 고생 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일단 몸 건강히 잘 전역했으면 좋겠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책임 막중한 자리에서,

작은 보상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묵묵히 수고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