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21749848





나는 내 여동생을 죽였다.

곱슬머리에 통통한 얼굴,

나만 보면 항상 해벌쭉 웃곤 했던 내 동생.

내 동생... 그 착한 아이가...

그 녀석이...

그 녀석이... 돌아왔다.






우리 집은 채식주의자 집안이었다.

엄마는 식사 때마다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온갖 채소들만 먹이곤 했다.

그나마 참을만 했던 나완 다르게 어린 동생은

이런거 먹기 싫다고 맨날 징징거렸다.

하루는 너무 심하게 때를 쓰길래

동생을 달래려고 엄마 몰래 약속을 했다.

마침 엄마가 연구소 일로 주말에 바쁘시니까

오늘 저녁 남기지않고 다 먹으면

맥X날드에 대려가서

먹고싶은거 다 사주겠다고.

동생의 표정이 금세 환해지더니

자기 몫으로 나온 샐러드를

하나도 남김없이 입안에 쑤셔넣곤

빈 접시를 내게 보여주며 외쳤다.


‘나 다아 머었따! 꿀꺽! 봐봐 오빠, 진짜 깨끗하지?!’


그런 동생을 보며 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했다고. 토요일에 꼭 맥X날드에 함께 가자고.

그 때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마지막 미소였다.


토요일이 되고

맥X날드를 향해 걸어가던 우리는

한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학교에서 배웠던대로

내 손을 꽉잡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햄버거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났는지

꼬옥 잡은 내 손을 휙휙 흔드는 통에

영 가만히 서있질 못했다.

잔뜩 신이 난 동생을 보고 있자니 문듯 장난기가 돌아

동생에게 신발끈이 풀렸다고 거짓말을 쳤다.

동생의 시선이 신발로 향하자

난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틈을 타

잽싸게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동생이 겨우 고개를 들어올렸을 땐

이미 난 맞은편에 서서

동생을 향해 큰소리를 내고있었다.

느림보 동생이 거기 혼자있을 동안

오빠만 멕X날드 가서 혼자 다 먹을 거라고 놀렸다.

차가 쌩쌩 다니느라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했었다.

동생은 어안이 벙벙한듯 눈을 껌뻑껌뻑거리며 날 쳐다보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날 불렀다.


‘오빠아아! 오빠아아아아! 으아아앙!!’


울먹이는 동생이 귀여워 계속 약을 올렸다.

우리 꼬맹이는 울보에 말도 잘 안듣는 아이라서

안 데려갈거니까 계속 거기 있으라고,

나 혼자 갈거라고.

동생은 참 서럽게도 울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낄낄거리고 있을 찰나,

동생이 차도로 발을 옮겼다.

차 한 대가 그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

웃음기가 가신 난 동생을 향해 소리 질렀다.

오지말라고, 위험하다고.

동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계속 날 불렀다.

차들이 경적소리를 울리며 지나치는데도

아랑곳 않고 걸어왔다.


‘오빠아아아! 으아아아앙!! 나두 데려가, 오빠아아!’


난 목이 쉬어라 소리쳤다.

오면 안된다고, 제발 뒤로 돌아가라고.

미친듯이 소릴질렀다.

그렇게나 소리쳤는데... 그랬는데...

승용차 한 대가 그녀를 치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자동차들의 경적소리로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곧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와 소리를 질렀다.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사람들 곁에는

잘려나간 팔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나는... 나는 가까스로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냐... 아닐 거야...

내가... 내가 잘못 본걸거야...

이건... 이건 꿈이야

그래... 꿈일거야...

아닐 거야... 제발...

어느덧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쯤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넘어졌다.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애써 닦으려다 손을 멈추었다.

눈 앞으로 맥X날드 가게가 보였다.

갑자기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배를 부여잡으며 구역질을 했다.

뱃속이 바닥까지 비워지자

이내 비명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무서웠다. 고통스러웠다.

상상도 하고싶지 않았다.

내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니.






어머니께서 우셨다.

가슴이 찢어진 사람처럼

고통스럽게 우셨다.

동생의 장례식 날 동생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내가 한 짓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날 위로해줬다.

어쩔수 없는 사고였다고,

어린 네가 뭘 알았겠냐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누가 날 두들겨 깨워서

다 꿈이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럴 일은 없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날 쳐다봤다.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저 조용히,

그리고 울음에 찬 눈빛으로 날 보셨다.

그 뿐이었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이후로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밤인지 낮인지

배고픈지 피곤한지

웃고있는지 울고있는지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그녀를 잃은 내 삶의 의미는

그걸로도 충분했다.

단지 그 뿐이었... 는데..

어느 날 밤,

어머니께서 누군가와 함께 집에 왔다.

금발에 곱게 차려입은 여자아이였다.

누구냐고 물어보는 날 향해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웃으면서 말했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조금도 웃질 않으셨던 엄마가

공허하게나마 웃고있던것이었다.

곧 엄마 곁에 있던 그 여자아이가

입을 열어 말을 걸어왔다.


‘오빠, 오랜만이야! 나 잊어버린거 아니지?’


여자아이 입에서 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생'



‘나 다 먹었다! 봐봐 오빠, 진짜 깨끗하지?!’


아니야...


‘뭐가 아니야?’


넌 진짜가 아니야...


‘오빠? 어디가 오빠!’


어딜 가도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어디가? 오빠 뭐해? 오빠, 왜 나만 보면 피해다녀?

오지마... 그냥 나한테 좀 오지마...

엄마는 진짜 동생이 돌아온것마냥 좋아하신다.

저건 진짜가 아닌데... 진짜일리가 없잖아?

그 앤 죽었어... 차에 치여서...

저 여자애랑 같이 있으면 그 날 일이 자꾸 생각난다.

진짜 미칠것만 같다.

아니면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이 죄책감으로부터... 나... 나아...

허억... 나아... 숨이... 허억...!


‘오빠?’


문 틈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빠 어디 아파? 약줄까?’


숨도 제대로 못쉬는 내게 다가왔다.


‘오빠 얼굴 창백하다. 많이 아픈가보다.

엄마 불러올테니까 기달... 꺅!’


그 애의 손을 거칠게 잡고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뒤에서 우릴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도 무시한 채

문을 박차고 나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꺄악! 오빠! 나 팔 아파!’


난 달렸다.

어디든 상관없었으니 그냥 정신없이 달렸다.

자기가 내 동생이라고 우기는

이 여자아이에게 묻고싶은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오빠... 꺅!’


동생의 비명을 듣자 당황한 난 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 아이가 넘어져있었다.

... 방금 내가 동생이라고 했나?

점점 미쳐가는것 같다.

가쁘게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느새 인근 뒷산까지 달려온것이었다.

근처 절벽의 경사가 가파르고 높이도 꽤 높아서

출입이 금지 된 곳이다.

엄청 오랜만이다.

동생이랑 몰래 놀러왔다가

엄마에게 걸려 크게 혼난적이 있었는데...


‘오빠... 여긴 왜 온거야?

여기 이제 오면 안 되잖아...?'


...


'여기 위험하다고 엄마가

여기 또 오면 둘 다 팬티바람으로

쫒아낼거라고 그랬는데?

돌아가자, 오빠. 응?

나 엄마 화내는 모습 무섭단말야...’


... 정말... 너무 똑같다.

목소리도 똑같고 하는 행동도 똑같다

엄마가 하신 말씀까지도 나랑 똑같이 기억하고있다.

나는 절벽 끝에서 서성이며 물었다.

너 정말 내 동생이 맞는거냐고.

너 진짜 내 동생 맞는거냐고 물었다.

여자애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 오빠 이상해... 그 날 뒤로 진짜 이상해졌어...’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오빠 약속 했잖아.

나 싫어하는 시금치 양상추 채소

다 먹으면 맥X날드 대려가준다구.

그래서 다 먹었는데 나... 나...

차에 치이는 바람에 못갔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 차에 치여서... 병원가서...

맛없는 밥... 다 먹구...

아픈 주사 꾹참고 치료받았는데... 흑!

쭉 오빠 만날려구 기다렸는데...

왜... 왜 갑자기 모른척하는거야...?

왜 나 모른척하는거야 오빠아... 으아앙!’


꼬맹이가 두 손을 꾹쥐며 울음을 터뜨렸다.

혼란스러웠다.

동생은 죽었다. 내 눈 앞에서 분명히 죽었다.

산산조각이 난 동생의 팔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런데 병원행이라고? 치료라고?

내가... 내가 미친건가?

그럼 내 앞에서 죽었던 그 애는 누군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얘는 누구고?

내, 내 기억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도대체 어떻게...!


‘흑... 오빠아... 위험해... 거기... 가지마아...’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착각인거지?

내가 기억하는 그 애가 가짜인건가?

아님 내가 보고있는 저 애가 진짜인건가?

내가 느꼈던 죄책감은 도대체 뭐지?

내 착각이었던거야?

그렇게나 아팠던 기억이? 내 슬픔이?

내 모든것이 착각었다고?

...

뭐냐고...

도대체... 도대체 뭐냐고...

도대체... 도대체 무슨...


‘오빠아아!!! 위험해!!!’


발을 헛디뎠다.

발 한 쪽이 절벽 아래로 미끄러지는 바람에

떨어질 뻔했으나 그 애가 내 팔을 잡아주는 덕분에

간신히 바닥쪽으로 넘어졌다.

그 애가 날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오빠아아!! 무섭게 왜 그래, 오빠?!

진짜 이상한 짓만 하구!’


...


“너... 정말 너 내 동생이야?”


‘무슨 소리야 오빠? 당연히...’


“내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거지...?”


‘오빠...?’


“내... 내 잘못이 아니었던거지? 그런거지?”


‘...’


“흐... 흐흐흐... 나... 나 진짜 무서웠어...

내가... 내가 진짜 동생을 죽인줄 알고...

너무 무섭고... 너무... 힘들었어...”


‘...’


“다행이다... 착각이었구나...

아무일도... 아무일도 없었구나... 다행이다...”


‘...’


나는 동생을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나... 잠깐만 이러고 있어도 될까...?

나... 너무 힘들었어... 정말... 정말 힘들었어...

나...”


‘... 오빠.’


동생이 날 안아주었다.

참으로 따뜻한 품이었다.


‘많이 힘들었지? 가엾은 오빠.’


몇 년간 느껴본적 없던 따뜻한...


‘오빠’


나를 부르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만큼... 아팠어...?’


...


‘나 만큼 고통스러웠어...?’


“... 뭐?”


‘왜 그랬어? 응?’


...


‘왜 나를 죽였어?’


... 아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힘 주어 밀어버렸다.

아이는 힘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허억... 허억...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프다.

그 날의 악몽이 또다시 벌어졌다.

다시, 또 다시 죽이고 말았다.

내 동생을... 이번엔 이 두 손으로

...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지?

내가 동생을 밀었다고?

내가... 내가 떨어뜨렸다고...?

나... 어쩌면 좋지? 어떡하지? 나... 나...

이제 어쩌지?

이제 어쩌면 좋아... 나... 컥...! 허억...

숨이 벅차온다. 가슴이 찢어질것같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천천히 꼬맹이가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한 걸음 옮기며 혹시라도 살아있진 않을까

한 걸음 옮기며 혹시라도 죽어있진 않을까

한 걸음 한 걸음 희망을 절망을 품으며 

마침내 그 아이가 떨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동생은 그곳에 있었다.

...

흐... 허허허...

온 몸이... 부서진 채로 있었다.

산산히... 조각났다...

흐하하... 하... 하하하

흐하하하...

아하하하

또... 또야

내... 내 동생 흐... 허허

내, 내가아아하하하...

하아... 하하...

허... 하... 하...

아하하

...

죽었어...

나... 나...

그 때도... 오지 말라 그랬어...

나... 진짜 목이 쉬도록... 소리질렀는데...

어쩌다... 이렇게 또...

왜... 왜 다시...

...

나... 더는... 못견디겠어...

아무리 자책해도... 계속 아파...

너무... 힘들어...

나 더는 못견디겠어... 정말...

동생아... 미안해... 나만 아니었어도... 진짜 미안해...

다시... 네 곁에 있게 해줘...

옛날처럼 다시... 웃으며 지냈던 그 날로...

다시...

...






*딸깍*



8월 21일 오전 8시 12분경

어린아이 두 명을 마을 인근 뒷산에서 발견했다.

웃는 얼굴로 산산조각이 나있는

바이오로이드 한 기 -도난신고 들어온 걔네-,

우는 얼굴의 남자아이 -13살로 추정- 시신 한 구.

현장에 남아있는 흔적으로 보아

바이오로이드는 추락했다는건 알겠는데,

이 남자아이는... 어떤 상처도 없다.

떨어진것도 아니고 목을 졸린것도 아니고

부서지거나 베인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하다.

이... 이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제외한다면.

흠...

보통 이 바닥에서 일하다보면

시체 한두 구 정도는 흔히 볼 수가 있다.

그것들 중 열에 아홉은 대게

이게 아닌데... 라고 말하는듯한

아직 죽고싶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데... 근데 이 녀석은 좀 다르다.

죽는 그 순간까지 고통과 절망에 사로잡힌듯한,

오히려 죽는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싶은 그런 표정이다.

... 어린것이 이런 표정이나 짓고 말야.

뭐가 그리 힘들었어, 뭐가.

... 쯧, 최소한 눈이라도 감고 가자.

부모님이 그 모습 보고 많이 슬퍼하실라.

...

잘 가렴




*딸깍*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