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자와 공주


베로니카 수녀의 손길이 그녀의 상처에 닿을 때마다, 그 통증이 등에 묻은 피를 타고 내 척추를 뒤흔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만물을 권장하시는 전능하신 주께 기도하는 것 뿐.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내 진심을 담아 기도하였다.


'주여, 이 어린 양께 삶을 허락하소서. 부디 앞으로도 주께 봉사하는 삶을 살게 하옵시고 주님이 부여하신 삶의 은총을 누리게 해주시옵소서.'


베로니카 수녀는 가져온 약들을 손 닿는 곳에 둔 후, 피가 눌러붙은 흰 갬비슨을 벗긴다.

본래 하얗고 부드러웠어야 할 피부를 곰팡이처럼 뒤덮은 검붉은 피가 드러나자, 숨이 막히고 바위가 가슴을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베로니카 수녀는 성호를 그은 후, 기도문을 읊으며 정성스럽게 성수로 상처를 씻어낸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성수는 피부에 눌러붙은 피를 씻어내며 비단결처럼 매끄럽고 하얀 피부가 드러난다.

그러나 악마의 쟁기가 지나간 듯이 피부를 가르는 붉은 상처또한 드러났다.

충격적인 모습에도 베로니카 수녀는 개의치 않고 작은 접시에 이름 모를 약초를 담고는 불을 붙여 그녀의 상처와 붕대, 그리고 자신의 손에 쐰다.

그리고는 상처를 수건으로 닦아내고는 약통에 담긴 연고를 상처에 정성스럽게 바른 후, 붕대를 감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이젠 주님의 뜻에 달렸습니다."


"오, 주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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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볼사람도 없겠지만 원래 콘차가 정떡푸는 것까지 써서 3장 마무리하려 했는데, 시험기간이라 당분간 더 쓰기 힘들고 이대로 계속 두면 데이터 날아갈 것 같아서 일단 쓴데까지 올릴게.

나름대로 중세 생활상에 대해 묘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대표적으로 1화에서 주인공이 천체의 움직임을 시계로 묘사했는데, 이건 유럽은 기계공학이 매우 발달해서 14세기에 이미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었기 때문이야. 그 덕에 다른 국가보다 시간이 세밀하게 조절되어 있었지.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풍차나 물레방아같은거 보면 존나 정밀해서 이게 동력만 수력, 풍력이지 현대 공업용 장비에 필적할 정도로 고성능인 것들 많음.

그리고 시계 축이 지구인 이유는 다들 알겠지만 중세에는 천동설이 정설이었기에 그런거.


글고 여기서 베로니카가 치료를 하는 이유는 로마 멸망으로 씹창난 서유럽에서 그나마 로마의 기술을 보존한 조직이 수도원이고,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인 집단이 수도원이라 자연스럽게 유럽 과학기술의 중심지가 돼서 그럼. 

글고 병자를 치유하는 것이 크리스트교에서 강조하는 자선과 박애정신에 부합하여 성직자들은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데 앞장섰기에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와인 등의 상품판매와 십일조 등의 수입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병자들을 위한 치료를 무료로 배푸는 현대 사회의 복지를 담당했기에 그냥 기도만 해주는 병신들로 보면 곤란함.


근데 지금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듯이, 당대 최고의 의료시설인 수도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보다 환자들이 많으니까 수도원에서 치료받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수도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에는 교육받은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나 최악의 경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영 못미더운 요술로 사람을 치료하는 마녀와 사형집행인에게 갈 수 밖에 없었음.

의외로 사형집행인은 외과수술의 달인들이었는데, 왜냐하면 죄인을 최대한 오래 살려서 고통받게 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외과수술에 통달하게 되었음. 그래서 평소에는 사형집행인을 혐오하고 말도 안걸지만 큰 부상을 입으면, 이들에게 가는 경우도 많았지.


어쨌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중세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내 필력이 부족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볼 사람도 없겠지만 다음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