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조금 매움, 새드 엔딩

*이전 글 쓸쓸한 마음을 담아, 그대를 그리우며 아자젤(코헤이 교단)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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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저히 그대 생각이 나 어쩔 수 없더군."


아스널이 가벼운 복장에 편의점 봉투를 들고 어느 기념비의 앞에 도착했다.

어두워진 밤 하늘, 아주 옅은 빛을 내는 달빛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가로등 만이

유일하게 이 장소를 비추고 있었다.


"음? 그대는 내가 그립지 않던가? 나는 그대가 그리워서 마음이 심란했는데.."


마치 서로가 대화를 하듯, 아스널은 사령관이 영원히 잠든 기념비에 말을 걸었다.

마지막 전투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할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사령관.


비록 생전에 그의 유전 샘플을 미리 남겨 놓아서 인류의 번성과 문명 복원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떠나간 그의 빈 자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반려자의 기분 정도는 풀어줘야지. 오늘은 조금 어울려 줘야겠어."


아스널이 기념비 앞에 풀썩 주저앉아 양반 다리를 하고 들고 온 봉투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

같이 꺼낸 안주는 참치 캔으로, 보통의 안주와는 다르게 독특한 취향이라 할 수 있지만

참치 캔을 사령관과 단둘이 함께 까 먹으며 맥주를 마시던 추억은 언제나 잊을 수 없었다.


치익-


맥주 캔이 거품을 일으키며 따지고 아스널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언제나 함께 마시던 맥주와는 다르게 아주 씁쓸하고 텁텁한 맛이 느껴졌다.


"음... 역시 혼자 마시는 건 맛이 없군. 그대도 마시게."


아스널이 다른 맥주 캔을 집어 들고 가볍게 딴 뒤, 그 맥주를 사령관을 기념하는 기념비에

조금씩 뿌렸다. 기념비와 바닥을 흠뻑 적신 맥주가 거품을 일며 스며들어 갔다.


"오늘은 유독 한가해서 말이야. 그대가 계속 생각나더군... 차라리 바쁘다면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었을 걸..."


다시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스널. 그녀의 시선에 밤 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반짝이는 별들이 보였다. 


"푸훗! 하하핫! 기억하나? 그대가 내게 프로포즈 했던 장소도 이렇게 별이 아름다웠던 것."

 

계속해서 떠오르는 사랑했던 이와 함께한 행복했던 추억들, 그 기억들은 살아가는 힘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마음 한 구석을 찌르는 가시가 되어있었다.


"나와는 다르게 기억을 삭제하는 것을 선택한 자매들도 제법 많이 있다네. 

아마 그것이 그대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이었지? 도저히 힘들어 하는 인원이 나온다면 

'희망자에 한해서 그대와 관련된 기억을 지워도 좋다.' 라고..."


하지만 아스널은 기억을 잃는 것을 거부했다. 아니, 처음부터 고려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이리라. 


"그대를 잃은 것은 분명 내게 큰 상처로 남았지. 그대와 함께 지냈던 행복했던 시간보다 

앞으로 괴롭고 슬픈 시간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망설이지 않았다. 고뇌도, 걱정도 없었다.

오로지 받아들이고 그를 추억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을 고집했다.


"난 그럴 수 없었네. 그대를 사랑했던 것... 그대와 사랑을 나누던 것... 그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

그리고 그대의 곁에서 그대를 위해 싸웠던 것 까지..."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괴로워서 그 기억을

잃어버리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사령관과 나누었던 그 모든 것들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것들을 모두 잃으면 그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리니까...

적어도 내 마음속에, 내가 그대를 항상 기억한다면... 그대는 내 곁에 언제나 함께 존재하는 것이겠지."


아스널은 어쩌면 이 세상을 먼저 떠나간 사령관을 가장 떨치지 못한 것은 

자신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그립고 슬픈 나머지,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가슴에 품고 그의 흔적을 이 세상에 붙잡아 두려는 슬픈 몸짓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 미안하군, 나 답지 않게 감정이 좀 흔들렸어... 그래도, 그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겠지."


아스널의 눈에 눈물이 또르륵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스널은 그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떨쳐낸 뒤 자리에서 일어 서 사령관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닦아냈다.


"먼지가 많이 쌓여 있군. 그대는 밤 하늘의 별을 좋아하지 않았나? 이러는 편이

더 보기 좋을 거야."


기념비에 쌓인 먼지 들을 털어낸 아스널이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주머니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 식별 번호 목걸이라네. 자네에게 선물로 주지."


기념비 앞에 정중하게 자신의 식별 번호를 걸어 둔 아스널이 기념비에 적힌

사령관의 이름과 식별 번호를 살며시 손으로 쓸어내며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오랜만에 그대와 하는 입맞춤이군. 원래 그대의 입술은 항상 따뜻했는데... 이젠 너무 차가워졌어."


아스널은 기념비를 한참이고 조심스레 만지다가 슬며시 등을 돌려 자신이 들고 온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 또 쓸쓸해지면 찾아오겠네. 그대의 시간을 계속 방해할 수는 없겠지."


아스널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왔던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아름다운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하얀 궤적을 그리며 어두운 밤 하늘을 가로지르듯 지나가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


그녀는 그 별똥별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풋.. 마누라가 간다니 인사를 참 화려하게 해 주는군, 역시 내가 인정한 남자야."


그녀의 마음속에 사령관과 함께 쌓아온 추억들이 남겨졌다.

먼저 떠나간 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가시가 되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지만,

그 상처에서 쏟아진 피는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나무의 거름이 되어 그 뿌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떠나간 사람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속에, 기억 속에 살아간다 했었지."


사령관이 부하들을 잃고 했던 말이다. 전쟁에서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이 직접 그녀에게 했던 말. 그 말의 의미를 그녀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그대는 늘 함께 하니까... 그대는 내 곁에 살아있는 것이겠지."




마음속에 늘 함께하는 그대를 그리우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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