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803809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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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어쩨서... 도대체 아무리 털어봐도 하나가 안나오죠?"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오는 사람 하나 없지만, 시라유리가 서현의 아빠에 대해 적기 위해 비워놓은 노트에는 글자 하나도 쓰여지지 않았다.


"뭘 그리 화를 내고 그래."


"...니키, 당신은 어떤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 자를 본 적이 있나요?"


"...그런 건 본적 없는데?"


"지금 그 놈이 그 상황이에요. 정말 '증발'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게 없다니까요! 하루종일 그 아들이랑 그 지인들한테 붙어있었는데, 아무도, 진짜 단 한명도 그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요!"


"교무실에 학생 부모정보 모아놓은 곳은?"


"거기도 찾아봤어요. 근데 그곳에서도 윤서현 아빠는빈곳으로 처리되어 있다니까요!"


"거 참 희한한 일이네. 정말 어떤 정보도 없어?"


"...남자라는 것밖에 알아내질 못했어요."


"..."


"...하아, 어쩔 수 없죠. 그쪽이 우리 요원을 납치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할 수밖에."


"...내가 도와줄까?"


"그러면야 고맙죠.


슈트 챙겨 입으세요. 혹시라도 모르니까. 작전은 오늘 밤 11시, 학교에서 제가 작전을 세워오죠."


"...명심해. 우리의 존재는 아무도 알아선 안돼."


"당연하죠."


"...너일지라도 항상 조심해. 학교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거든. ...조심히 다녀와."


"알겠어요."


.

.

.


학교는 항상 시끄럽다. 연필을 끄적이는 소리, 선생의 강의, 쉬는시간엔 별의별 소리가 들린다. 그중에서 제일 시끄러운 소리라면, 학생들끼리의 목소리일 것이다. 서로의 대화로는 즐거움과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싸움과 갈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역시나 학교어서 제일 두려운 것은 침묵일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안들리는 것은 꽤나 어색하고 무서운 일이다.


지금 서현과 시라유리 사이가 그렇다. 서로의 정체가 들킨지 들키지 않았는지 모르는 마치 냉전시대의 소련과 미국을 보는듯한 둘의 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


"..."


"서현아, 지우개좀 빌려줄래?"


"여, 여기."


"...고마워."


"..."


"왠일이냐? 둘이서 조용하기도 하고?"


"어제 온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뭐, 그래 수업 질도 좋아지니까 다들 수업시간엔 조용히 하자. OK? ...그나저나 내가 어디까지- 아, 여기서 접속사가 이어주는건 동사가 아니라..."


선생님과의 당부와는 달리 쉬는 시간에도 둘에게서 대화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하루를 허비하기엔 작전에 필요한 정보가 하나라도 필요했던 시라유리는 다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시라유리는 반 학생들만을 상대로 조사했다면, 이번에는 서현의 고등학교 1학년 친구, 1학년 같은 반 인연없는 학생, 심지어 중학교 3학년때 같은 반 친구까지 찾아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에 관한 정보를 캐보려 했지만, 얻은 대답들은


"서현이? 걔네 아빠는 한번도 못봤어."


"윤서현? ...내가 진짜 욕할려고 하는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걔 아빠가 있었어?"


"졸업식때도 모습은 안보이시던데, 이혼하고 엄마랑 지내는거 아냐?"


등의 알맹이 없는 정보뿐이었다.


"..."


점심시간까지 시라유리의 공책 한곳이 터엉 비어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도 없어 머리를 헝클이던 시라유리는 목표를 돌렸다. 협박할 목표 대상이 아닌 목표 대상을 협박할 수 있는 대상, 윤서현에 대해 알아낸 것들을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한 시라유리는 곧 윤서현을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기 위해 또다시 교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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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아리 활동을 끝내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서현.


"다녀왔습니다..."


"휴우... 오늘 괜찮았겠지?"


"오늘 어땠어?"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아요. 그냥 서로 둘이서 아무말 안했어요."


"그럼 들킨거지 이 멍청아!"


"에? 왜요? 잘 넘어간거 같은데?"


"어제처럼 가끔씩 말도 걸고 그랬어야지. 아무말도 안한거야?"


"...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잖아!"


"...망했다..."


"...하아... 넌 뭐 알아낸거 있어?"


"말한마디 안섞었는데 얻은게 있겠어요?"


"...도대체 걔네는 누구길래-"


'우우우웅! 우우웅!'


"...!"


갑작스레 울리는 서현의 전화기에 둘이 깜짝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 휴대전화에는 알 수 없는 번호가 수신되어 오고 있었고, 서현과 에키드나는 이것을 받아야 할지, 거절해야 할지 갈등에 휩쌓였다. 그렇게 손가락이 갈팡질팡 하던 사이, 대기시간이 길어진 통화수신은 저절로 끊겼지만 서현과 에키드나는 곰곰히 생각하였다.


"...다시전화해봐야 할까요?"


"미쳤니? 일단 기다려봐."


에키드나의 말에 서현은 현관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우뚝 서서는 휴대폰만 식은 땀을 흘리며 바라봤다.


"..."


'띠링!'


"...! 왔다!"


서현은 곧장 서현의 전화에서는 문자가 들어왔는데, 허무하게도 내용은 이러했다.


'혹시 윤서현 휴대전화가 아닌가요? 오늘 미적분 수업 같이 들은 학생인데, 그쪽이 노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ㅠㅠ'


"아니였네..."


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그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일단 휴대전화의 목소리는 시라유리가 아니였다.


"...여보세요?"


"아, 내가 윤서현이야."


"...! 혹시 내 노트... 가지고 있어? 분홍색 배경에 하얀색 물방울 무늬가 있고, 오른쪽 위에 2학년 8반 안수민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어? 어어! 잠깐만..."


서현은 매고 있던 가방에서 역시나 그 노트를 발견했다.


"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순간, 서현은 무의식적인 의심이 들었다. 어찌해서 이름조차 처음 듣는 그녀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고, 자신의 이름이 윤서현인지를 파악하고 있는지 그는 의심하였다.


"잠깐,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거야?"


"그, 내 친구중에 널 알고 있는 애가 있거든..."


"...그렇구나, 알겠어"


"혹시 지금 내가 공원 근처에서 나한테 그거 좀 줄 수 있어? 중요한 노트 필기들이 있어서 복습하는데 필요해서..."


"뭐... 알겠어."


"고마워! 금방 나갈게!"


'뚝.'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누난 지금 이거 믿어요?"


"물론 아니지. 지금 세상에 저런 목소리 변조는 기술 좋으면 쉽게 한다고."


"그러면... 나가야 될까요?"


"나가봐야지. 진짜일수도 있는데."


"..."


"대신, 다 같이 나가자. 혹시라도 모르니까."


에키드나는 현관에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엘리에게 티문화를 배우는 팬텀과 레이스를 그녀가 불렀다.


"다들 나가자! 중요한 일이 있어."


"...보호대상이 위험한 일인가?"


"그럼. 심하면 오늘 죽거나, 납치될 수도 있을걸?"


"...알았다. 금방 선배랑 준비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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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것 같나요?"


"낸들 아나. 내가 걔도 아니고."


"...그래도 나올 것 같으니, 우리도 준비해야죠.


오랫만에 힘좀 써야 할 것 같네요. ...잘부탁 할게요, 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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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한 소녀가 여러명의 육중한 깡패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씨발... 경호원 새끼들은 어디로 간거야?"


"어니, 꼬마야. 차에 기스를 내고 그냥 가면 어떡하니? 전화번호라도 남겨야지."


"무, 뭐라는 거에요! 난 차 옆에 가지도 않았다고-"


"아... 이 씨발년 말 진짜 존나 안듣네.


...끌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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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