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전투의 교리는 흥미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


 

일단 이를 말하기 위해선 최초의 전투기에 대해서 말해야 할 텐데.


 

알다시피 전투기는 정찰기가 화력의 필요성을 느낀 이후에 탄생했어. 최초의 전투기인


(중략)


 

이를 하이로우믹스라고 하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우리들에게 유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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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투 후에 우리 기동형 바이오로이드들이 기존의 항공기들보다 우세하게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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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충에 대한 대응법이 나오긴 했지만 그 때 이미 우리들의 숫자가 잔뜩 줄어든 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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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우리들의 공중전 교리가 완성되었단 이 말씀.


 

어땠어, 사령관?


 

굉장히 흥미롭고 나에게도 도움이 되네.


 

교리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발달하는 거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었어.


 

그리고 하르페이아에 대한 지식량도 감탄했어.


 

흐흥...취미가 독서이다보니 저절로 알게 된 거지.


 

다음에도 또 이것저것 알려줄래? 하르페이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어.


 

헤헤.. 얼마든지!





 

안녕, 사령관. 뭐해?


 

아, 하르페이아. 약간 시간이 남아서 커피 마시며 쉬고 있었어.


 

같이 한 잔 할래?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그래도 옆에 앉아도 되지?


물론이지.



 

흐흥..커피.


 

악마처럼 까맣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커피에 대한 시적 표현이야?


 

응. 옛 시대의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의 말이라고하는데 사실 이는 확실하지 않데.


 

하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커피를 잘 표현한 문구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령관,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 알아?


 

글세? 뭔데?


 

커피에 대한 기원은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옛날 에티오피아 고원의 한 목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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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슬람 세력권에서는 술 대신인 커피를 권장하기 시작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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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카페에서 혁명의 기반이 생겨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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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커피의 향을 커피의 영혼이라고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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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마리 대장이 그 지역을 탈환하기를 바라는 것도 그 원두 때문이야.


 

마리가 옆에 있었으면 좋았겠네.


 

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을 텐데.


 

그래? 그러면 시간 나면 나중에 대화해볼게.


 

아. 회의시간이네.


 

오늘 이야기도 재밌었어. 다음에도 또 다른 이야기 해줘.


 

응! 얼마든지!





 

사령관, 그거 알아?


 

옛시대에는 밀레니엄 문제라는 것이 있었는데.





 

사령관, 그거 알아?


 

유기농법 중에 오리농법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사령관, 그거 알아?


 

인류 문명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멀리 간 인공물이 뭔지.





 

사령관. 그거 알아?


 

상대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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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흥...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 까나.


 

그리고 사령관에게 무엇을 알려줄까.


하르페이아.


 

아, 흐레스벨그. 오늘 전투도 수고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오늘도...사령관님께 가는 겁니까?


 

응!


 

......


 

당분간은 자중하십시오.


 

어? 왜?


 

......누구라고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만..


 

당신 때문에 사령관님께서 늦게 주무신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사령관님을 붙잡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스케쥴이 늦춰지고 그 만큼 사령관 님의 취침시간이 줄어든다고.


 

......정말?


 

......예.


 

......


 

알려줘서, 고마워. 흐레스벨그.


 

이제 사령관님을 귀찮게 안 할게.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흐레스벨그가 무슨 잘못이 있어. 그냥 내가...눈치가 없었을 뿐인데.




 

하하...사령관도 참...


 

너무 성실하다니까...


 

내가 이야기해주니까 전부 곧이곧대로 들어주고...


 

자기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말이야...


 

참...바보라니까...


 

바보...라니까...


 

......나는...바보라니까...


 

그러고보면...


 

토모와...드라코...지난번에 항공 교리의 변천사에 대해서 말해주니까

도망치고 그 이후로 나랑 이야기 안 하려고 했지...


 

그 두 사람말고도 여러 사람들이...나랑 대화 하고 난 이후부터 나를 피했지...


 

......나는 그냥 단지...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니..이건 대화라고 할 수 없지...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거니까.


 

옛 시대의 사어 중에 나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지.


 

설명충.


 

상대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만족 시키려고 하는 족속.


 

하하...딱 들어 맞네.


......


 

그치만...사령관은 내 이야기 재밌다고...해...줬는데.


 

......알아...


 

사령관은 상냥하니까...지루한 내 이야기도...경청해준 거잖아.


 

그치만...나는...사령관이랑..이야기 하고 싶었는걸...


 

지적허영심...보다는..그냥 사령관이랑 이야기 하고 싶었어...


 

......내가...눈치가 없어서...사령관한테 피해를 끼쳤고..

그 때문에 사령관이랑 대화할 기회를 잃어버린 거야.


 

나는...왜 이럴까...


 

책만 읽어서 지식은 많지만...지혜는 없어...


 

사람을 보지 않고, 책만 봐서...사람의 마음을 몰라...


 

......


 

책이나...읽자..옛날처럼...




 

요즘...하르페이아가 안 찾아오네.


 

......


 

스카이나이츠 숙소에 가봐야겠다.





 

......


 

...글자가...머리에 안 들어와...


 

나...바보가 되어버렸나봐...


 

뭐...원래 바보였지만.


 

......


 

......


 

사령관..보고 싶어...


 

나 불렀어?


꺅!


 

왜. 왜?


 

사령관?


왜? 하르페이아. 무슨 일 있어?


......


 

으응...아니야.


 

그냥 딴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령관이 나타나서 놀랐어.


 

정말...인기척 좀 내고 오라고.


 

하하. 미안해.


 

괜찮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사령관?


 

아...최근에 하르페이아가 안 보여서...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혹시나 내가 기분 나쁘게 한 건 아닌가..하고.


 

아하하! 내가 사령관을 싫어하거나 그럴 리 없잖아.


 

그러면 다행인데...


 

거의 매일 찾아오다가...최근에 안 찾아와서 걱정했어.


 

무슨 일 있어?


 

......


 

매일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해줬잖아.


 

사실...


 

미안해. 레퍼토리가 다 떨어졌어.


 

나라고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라고.


 

아는 것만 알지. 모르는 것은 몰라.


 

매일 신이 나서 사령관한테 떠들다 보니 밑천을 다 드러내고 만 거지.


 

......


 

별거 아닌 일이라니까.


 

거짓말.


 

진짜라니까.


 

하르페이아가 지난 번에 거짓말을 체크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었지?


 

하르페이아 나랑 눈 제대로 못 맞추고 있잖아. 시선도 왼쪽 위로 향하고 있었고, 침묵도 길어.


 

땀을 흘리고 있고, 목소리가 빠르고 떨리고 있어. 그리고 자기가 결백하다고 어필하고 있잖아.


 

딱 하르페이아가 알려준데로야.


 

......


 

정곡을 찌르니까 당황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


 

알려줘, 하르페이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령관...사실...


 

내 이야기...지루했지?


 

뭐?


 

나랑 같이 있으면 지루했지?


 

아냐. 안 지루했어.


 

거짓말...


 

사실..사령관도..지루했잖아...


 

나도?


 

나...알고 있어...설명충이라는 걸.


 

내 지적 허영심을 만족하려고...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내 지식을 퍼붓잖아.


 

그래서...나랑 대화하면 사람들이 다 나랑 대화하는 것을 피하려고 해.


 

그리고..사령관 나 때문에 자는 시간도 줄였잖아.


 

......들켰어?


 

......사령관은 상냥하니까...내 지루한 이야기 다 들어준 거잖아...


 

아냐.


 

나...사실...사령관이랑 이야기하고 싶었어..


 

아니..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알려주고 싶었어.


 

좋은 낚싯대 고르는 방법, 우물을 파는 방법, 재료 공학, 논리학, 약제의 종류,

정신분석학, 신화 속 위대한 장군들, 치즈에 관해서, 공성병기의 역사,

밀렵으로 멸종한 동물들, 매듭 묶는 법, 사소하지만 위대한 역사 속 발명품,

기계의 원리, 위대한 연설들, 광학, 진동학, TRPG, 바이오로이드들의 이름의 기원이 된 괴물들,

젤리의 종류, 스키 타는 법,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소설들, 천문학이 군사학에 끼친 영향,

유전학, 인종차별과 기술, 유명한 기도문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


 

사령관이랑..이야기하면...즐거웠으니까..


 

하지만...사령관 내 이야기 들으면 지루했지?


 

안 그래.


 

지루했잖아....다른 사람들처럼.


하르페이아.


 

내 말 똑똑히 들어.


 

안 지루했어. 즐거웠어.


 

그래서 자는 시간까지 줄였어.


하르페이아가 나한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고 했지?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하르페이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


 

......


 

안 그랬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어.


 

이야기 해줘 하르페이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


 

흐흥...그러면 어쩔 수 없네..


 

오늘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흐흥흐흥흐흥...


 

흐흥...


 

흐흥...


 

......


 

왜?


 

사령관...그거 알아?


 

무엇을?


 

나는 모르겠어...그러니 알려줘...


 

......


 

사령관의 마음을 알고 싶어.


 

책에는 안 나오는...


 

사령관의 나에 대한 마음을...


 

나는 바보라..책에 안 나오면 몰라...누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러니 알려줘...사령관...


 

......내가 왜 여기 왔을 것 같아?


 

내가 왜 하르페이아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즐거워 했을 것 같아?


 

지식이 늘어나는 것도 기뻤어.


 

하지만...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이야기를 할 때 즐거워하는 하르페이아를 볼 때였어.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웃는...네가 너무 예뻤어...그 모습에 내 가슴은 두근거렸어.


 

지금까지 하르페이아에게 여러가지를 배워서...지금 이렇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생긴 것이 기뻐.


 

사랑해. 하르페이아.


 

......이게 내 마음이야...


 

......


......


 

사령관...그거 알아?


 

나는 사령관이랑 같이 있고 싶고, 사령관이랑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사령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사령관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고,

사령관을 못 보니까 안타깝고, 사령관한테 내가 피해를 끼치니까 울고 싶었어.


 

그런데 사령관이 나를 찾아오니 기뻤고, 사령관한테 내 마음을 전하는 동안 가슴이 뛰었어.

그리고 사령관이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을 때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행복해졌어.


 

사령관이랑 손을 잡고 싶어, 사령관이랑 산책을 하고 싶어,

사령관이랑 같이 좋은 풍경을 보고 싶고, 사령관이랑 같이 책을 읽고 싶어,

사령관이랑...키스하고 싶어.


 

그리고 사령관의 마음을 알게 되니 이렇게 외치고 싶어져.


 

나도 사령관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