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이전 글 솔직한 마음을 담아 당신을 그리우며 바닐라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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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먼저 죽어버린 너를 뭐가 좋다고 이렇게 떨치지 못하는 건지."


넓은 해안가 한쪽에 마련된 성대한 기념비의 앞. 메이가 자신의 옥좌에 앉아

그 기념비가 바라보고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밝은 별들이 잔뜩 하늘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밤하늘.

어느덧 메이는 하루의 중요한 일과처럼 이 장소를 늘 방문하게 되었다.


"웃기지? 사령관이 살아있을 적에는 내가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도 잘 못했잖아."


 피식 웃으며 기념비를 슬쩍 바라보는 메이. 그녀의 눈빛에 그리움이 잔뜩 묻어 나왔다.

다시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메이. 밤 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해안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그녀의 슬픔을 씻어 주었다.


"이제는 매일같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하지만 그는 이미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녀의 말이 닿지 않는 머나먼 저 곳으로.


"나쁜 놈... 멍청이... 개자식... 왜 내 곁을 떠난 거야... 영원히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면서..."


그러나 메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령관을 자신의 마음에 받아들인 그 시점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고 자신은 바이오로이드. 그와 메이의 타고난 수명 차이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메이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하지만 이내 그 눈물은 바닷바람에 쓸려 날아갔다.

살아 생전 사령관이 메이가 눈물을 보이면 해주던 것처럼. 부드럽게, 차분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사랑해. 보고 싶다.. 오늘 따라 지독하게.. 네가 보고 싶다.."


남겨진 사람의 지독한 그리움. 먼저 떠나간 사람에 대한 원망. 하지만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사랑했으니까..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옥좌에 등을 기대며 메이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부관이 찍어준 메이와 사령관의 웨딩 사진.

잔뜩 부끄러워 하는 자신을 사령관이 들쳐 업고 바보같이 헤실 거리는 모습을 남겨 놓은 사진.


"이제는 남겨진 사진으로 너의 얼굴을 기억해."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의 얼굴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흐려져 간다. 메이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도저히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의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모두를 간직하고 싶었다.


"지금도 네가 쓰던 방.. 치우지 않았어."


그가 입었던 옷, 그가 사용했던 가구, 그가 자주 읽었던 책. 모두를 그대로 보관해 두었다.

매일같이 청소하고 관리하며, 그의 흔적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흔적들을 쓰다듬고, 청소하며 그를 기억할 때면 언제나 후회가 들고는 했다.

왜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을까. 왜 더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했을까.


"나도 알아. 후회 같이 멍청한 짓은 또 없으니까."


메이가 그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돌아와 있었다. 후회한 그녀의 삶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니까. 그녀는 그 모든 것들을 품고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사령관이 그녀에게 마지막까지 당부했던 것 처럼.


"사령관이 내게 그랬지? 언제나 나 답게 살아 달라고."


메이가 옥좌를 조작해 버튼을 눌렀다.


"걱정 마! 난 둠 브링어의 대장 메이니까. 사령관이랑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난 나 답게 살아갈 거야. 멍청이 사령관이 하늘에서 내게 다시 반할 수 있도록."


하늘에서 성대한 폭죽들이 터졌다. 환하고 아름답게 터지는 불꽃놀이의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화려한 광경을 연출했다. 메이의 얼굴에도 그 빛이 드리우며

그녀의 미소를 더욱 밝게 비춰주었다.


"나중에 내가 사령관의 곁으로 돌아가면, 환영 파티는 준비해 두겠지?

우리들이 처음 만났던 그 때 처럼,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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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뜨는 밤, 바다에서 너를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