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 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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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푸른 하늘과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 천고마비의 계절을 알리듯

넓은 정원에 물감을 뿌린 것처럼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있다.


이 정원을 관리하고 가꾸는 것. 정원사인 내게 부여된 임무이자 내가 존재하는 의의.

언제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이 정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살아간다.


"다프네~ 어디 있니?"


여러 화초에 물을 주고 꽃들 사이의 잡초를 적당히 쳐내며 일을 하던 도중에

가장 반갑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


나는 날개를 이용해 살짝 떠올랐다. 나를 찾는 주인님께 내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야속하게도 내 날개는 심하게 손상되어 주인님의 품 속으로 날아갈 수 없었다.

그저 살짝 떠올라 그 자리를 간신히 유지할 뿐.


"아, 거기에 있었구나. 무리하지 말고 거기에 있어. 내가 갈게."


하지만 상냥한 주인님은 그런 나를 걱정하며 내게 다가오신다. 상처 입은 나를

바라보는 주인님의 두 눈에 슬픔이 맺혔다.


"정말..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


"아... 으..."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성대도 손상 입었기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회복 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조심히 요양하라는 닥터의 걱정 어린 잔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말하면 그저 고개만 끄덕여도 되니까, 한동안은 조심하자. 알겠지?"


주인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씀하신다. 언제나 나를 아끼고 보살피는

주인님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 사랑은 꽃을 피웠다.


"오늘은 소완에게 부탁해서 도시락을 만들어 왔어! 같이 먹자."


주인님이 능숙한 손길로 돗자리를 피며 정성스럽게 포장된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아직 전쟁으로 한참 바쁜 와중에도 늘 이렇게 시간을 내서 나를 찾아오셨다.


상처 입은 나비가 머무를 꽃이 되어서, 내가 기댈 장소를 만들어 주셨다.


"이야~ 역시 다프네야... 아무것도 없던 초원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다니."


'주인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 생각을 읽으신 듯 주인님이 말 없이 내 무릎에 당신의 머리를

기대고 눕히셨다. 주인님은 마치 편안한 침대에 몸을 눕힌 것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난 이 장소가 너무 좋아."


주인님이 슬쩍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주인님의 말을 들으며 주인님이 가져온

도시락에서 과일을 꺼내 정성을 다 해 깎았다. 소소하고 평온한 이 일상이 계속 되기를,

내 희망은 오로지 그것 뿐이다.


"이렇게 다프네가 직접 가꾼 예쁜 정원에서 잠시의 평화를 곱씹으며 너와 함께 있는 것."


그 말과 함께 주인님이 손을 들어 올려 내 볼을 쓰다듬었다. 나는 과일을 깎던 손을

잠시 내려놓고, 주인님의 손에 내 손을 살포시 겹쳤다.


"그런데 한 편으론 너에게 너무 미안해."


나는 주인님의 그 말에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주인님은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몸을 일으켜 내 입에 주인님의 입을 맞추었다.


"내가 미숙해서 너에게 상처를 입혔어. 그때 만약 너를 잃었다면..."


나는 주인님의 말을 끊고 주인님을 강하게 끌어 안았다.


"괘...찬...요.. 괜찮...아...요..."


갈라지는 듯 쉰 목소리가 나왔지만 상관 없었다. 이대로 목소리를 잃어도 상관 없었다.

그저 주인님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기를, 주인님이 슬퍼하지 않기를.. 그 염원을 담아

필사적으로 말했다.


"하핫! 미안해.. 또 너를 울렸구나 내가..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네가 살아 줘서."


주인님이 나를 품에 끌어 안았다. 그의 두근두근 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가 마치

자장가를 듣는 것처럼 내 마음을 안정 시켜 주었다.


"그럼! 다시 다프네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이 풍경을 감상해 볼까?"


주인님은 어느새 씩씩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셨다.

그래, 나는 이 일상을 사랑한다. 


상처 입은 나비가 머무는 정원에 나비가 머무를 꽃이 되어주는 이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사랑한다.


"사랑...해...요.."


내 잔뜩 쉬고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주인님은 그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의 이 따스한 손이 내 마음을 만져준다.


"나도 사랑해.. 다프네."


나비는 꽃을 바라보며, 꽃에 그 몸을 기댄다.

꽃은 나비를 유혹하며, 나비를 품어준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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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나비가 머무는 정원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