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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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오르카호 최고의 쉐프 소완이 개발한 병사 대상으로 만든 특식중 하나다.

그저 전자레인지 한 번이지만 편하고 간단하다.

그것만으로도 대장급 바이오로이드들도 일부 그 맛에 극찬했을 정도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내에서도 냉동 특식에 대해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언제나 극한상황에서 임무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령관 덕분에 급양관리에 철저해진 것은 맞으나 여전히 저항군의 인프라가 닿기 힘든 곳에 배치되는 대원들에게는 냉동 특식은 사치중에 사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치스러운 만큼 사기는 올라간다. 사치를 부렸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사치는 사치스러운 행위 그 자체로서 배덕감과 우월감, 그리고 일탈 이상의 만족감을 불러일으킨다.


금욕스러운 행위에는 일탈의 이자가 쌓일 뿐이다.

언제나 부하들을 위해 냉동 특식이 배급되어도 넘겨줘야했던 레오나는 그날, 알비스의 선 넘은 사치에 의해 풀어졌다.


"치킨! 치킨진짜 마시써!"


"안드바리 몰래 훔친 참치캔보다 맛있어!"


"암튼 진짜 개마시써! 레오나 대장님! 머글래요?"


얼마나 맛있길래 이러는 것인가.

그래도 품위는 지켜야 하는 법, 레오나는 야간 업무 때 마실 커피를 타온다는 핑계로 다이어트 감량에 성공하면 기념으로 먹을 냉동을 가져왔다.

일단 봉지에 있는 냉동을 적당한 그릇에 붓고 작은 그릇을 뚜껑으로 써서 몰래 들고간다는 작전이었다.


"일단 먹고 내일 운동하는거야..."


그녀답지 않은 연약함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도도함으로 감춰져 있지만 그 뼈대는 연약함인것을.

멸망한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쾌락중 하나를 느끼려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에키드나마저도 인정해줄 가벼운 욕망이다.


그리고 데운다.


[지이이이이잉.]


"제발 아무도 오지 않기를..."


1초, 2초, 3초, 레오나는 커피포트의 전원도 같이 올림으로서 소리가 멎기를 바랬다.

그 상태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녀의 초당 발걸음은 2.5걸음, 그럼에도 레오나는 자신의 한 발자국이 1초이길 바랬다.


[딩동.]


"레오나 대장님?"

"안드바리...? 안자고 뭐하는 거...니?"

"창고 물자중에 사라진 게 있는데 먹을 거라서 이곳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음?"


전자레인지의 시간이 끝났을 때, 구수한 냄새는 이미 카페테리아 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리고 안드바리는 눈을 살며시 감고 코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스타카토로 끊어가며 냄새를 음미했다. 


"흠흠~ 음... 이거 사라진 냉동 특식의 냄새인데... 설마 레오나 대장님!?"

"애? 그게 무슨소리니 안드바리...?"


사실 알비스는 자신에게 배급된 특식을 먹고 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알비스에게는 참치캔이 맛있는지 치킨이 맛있는지는 상관 없었다.


바로 안드바리에게 훔친것이 맛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럴리 없어... 레오나 대장님이 그럴리 없어!"

"안드바리!? 무슨 소리니!? 내가 그럴리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흐아아앙!!!"


안드바리는 엄마처럼 생각하는 레오나의 일탈에 크게 실망하고 달아났다.

레오나는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아니 밤에 야식 먹는 게 그렇게 실망스러운 일인거니!?"


방으로 돌아간 레오나는 부대원의 실망감을 냉동에 곁들여먹었다.

아주 쓸쓸해보였다, 그녀의 고고함만큼이나.


"쩝... 쩝..."





/



그 시각, 안드바리는 아닌 밤중에 사령관을 찾아왔다.

사령관이 안드바리를 울렸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사령관은 차분하게 안드바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레오나가 그럴리 없잖아."

"진짜여...?"

"설령 그렇다해도 평소에 레오나가 너희들 앞에서 먹을 것에 대해 쪼잔하게 군적 있어?"

"아니요..."

"알비스에 대해서 조사는 해봤어?"

"아니요..."

"레오나가 얼마나 너희들을 신경쓰는데, 그럼 언제 한 번 다 같이 파티나 해볼까? 레오나 대장님~ 고마워요! 이런 파티."

"그치만 물자가..."

"괜찮아, 내가 안먹고 남겨둔 냉동도 많아, 그걸로 먹자."

"흐아앙... 사령관님!!"

"그래 뚝, 뚝, 츄러스 먹을래? 멸망전에 생산된 소시지맛 츄러스래."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맛있다..."


그렇게 안드바리는 사령관에게 꾸벅 인사하고 돌아갔다.

이후 예전에 컴페니언들이 피크닉에 나갔던 것처럼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에서도 그러한 행사가 진행됨에 따라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사령관에게 제공된 특식중에는 밀키트도 있었지만 절차와 순서에 능한 레오나의 요리 덕에 화목한 자매로 남을 수 있었다.

레오나와 안드바리의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 알비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 말했다.


"냉동은 진짜 맛있어! 전에 먹었던 냉동보다 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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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