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님.


 

무슨 일이야, 흐레스벨그?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 그래? 여기서 아니면 다른 사람들 없는 곳에서 이야기할래?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러면 저기로 가자.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야?


 

사령관님...


 

보셨습니까?


 

뭘?


 

...아.


 

제가 일전에 빌려드린 매지컬 모모 4기부터 8기까지 전부 보셨습니까?


 

걸작이지요. 1기부터 3기까지는 아직 설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오락가락했지만 4기 이후부터는 설정의 제대로 된 정립과 투자자들의 입김이 약해진 덕분에 무의미한 서비스신 난발이 아닌 본격적인 스토리텔링이  시작되었지요.


 

하하...


 

그거 아십니까? 사실은 골타리온이 뽀끄루 대마왕의 최종보스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는거? 하지만 투자자들이 캐릭터를 팔기 위해서 최종보스를 여캐로 바꾸라고 해서 탄생한게 뽀끄루 대마왕이지요. 이야. 이건 투자자들의 안목이 뛰어났다고 밖에 볼 수 없지요. 사실 여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여캐 최종보스의 해결책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뽀끄루 대마왕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골타리온의 안에 여캐가 있었다는 설정 혹은 골타리온을 여자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그리고 또 아십니까?뽀끄루 대마왕의 캐릭터 정립이 5기에서 된 것을? 4기까지 보셨으면 알겠지만 그 때까지는 실루엣만 있던 뽀끄루 대마왕이 4기 마지막 화가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요. 이야...뽀끄루 대마왕의 존재가 공개되었을 때에도 적잖게 충격적이었지요.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술렁거립니다. 카리스마 섹시 최종보스의 존재감이 아주 그냥 끝내줬습니다.


 

하하...흐레스벨그.


 

아. 지금까지 뽀끄루 대마왕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마법소녀들의 변화도 적지 않지요. 3기까지는 홀로 의와 협을 지키던 매지컬 모모가 4기에서부터 새로운 마법소녀들과 만나게 되지요. 물론 시작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나와바리에 뭔 듣도보도 못한 잡것이 설치는 것에 심기가 불편해진 모모가 다른 마법소녀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보면 싸우면서 다져지는 우정이 어째서 멋진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흐레스벨그!


 

......


 

그만... 나 아직 거기까지 안 봤어.


 

......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군요.


 

괜찮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어디까지 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미안. 최근에 바빠서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야.


 

이런...


 

흥분하여 저도 모르게 스포일러를 하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최대한 빨리 볼게.


 

아닙니다. 매지컬 모모는 만전의 상태에서 봐야지만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응..알겠어.


 

그런데 괜찮아? 내가 가지고 있으면 너는 못 보잖아.


 

괜찮습니다.


 

사령관님께 빌려드린 것은 포교용이니까요. 보존용과 감상용이 남아있습니다.


 

하하...흐레스벨그는 매지컬 모모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매지컬 모모는 저에게 있어 인생입니다.


 

무언가 열광할 게 있다는 것은 좋은 거지.


 

아, 난 회의가 있어서 그만 가볼게.


 

최대한 빨리 보고 나중에 제대로 이야기하자.


 

빨리 보다는 꼼꼼하게, 꼼꼼하게 보다는 즐기시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령관님.


 

다 보셨습니까?


 

아, 미안. 최근에 계속 바빠서 아직 못 봤어.





 

사령관님.


 

다 보셨지요?


 

미안, 어제 보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일찍 자버렸어.




 

사령관님.


 

미안, 나 지금 바쁘니까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이야기해줄래?





 

요즘 사령관님께서 날 피하시는 것 같다...


 

......또....실수를 해버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해해줄 지도 모르는, 혹은 이해해주길 바라는 사람에게 강요를 하는...실수를..


 

......사령관님이라면 이해해주실 줄 알았다...


 

...아니. 이건 사령관님의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이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입가에 밀어 넣으면서 먹으라고 하면 싫어하기 마련인데...


 

......사령관님께서 좋아해주시길 바랐지만...내 태도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오히려...내 태도 때문에 매지컬 모모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는데...


 

팬...실격이다...


 

......


 

사령관님께.. 봐달라고 강요하는 건...끝내자.


 

내가 사령관님께 빌려드린 자료들도 사령관님은 처치 곤란이실테니...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다시 받아오자.


 

아. 흐레스벨그.


 

사령관님.


 

찾고 있었어.


 

......


 

(끝인가...)


 

네가 빌려준 매지컬 모모 4기에서 8기까지.


 

나중에 제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어? 아냐아냐.


......


 

제가 너무 사령관님께 강요를 한 거 같습니다.


 

응? 뭐가?


 

마치 숙제라도 내 드린 것처럼...매지컬 모모를 보시기를...강요한 거 같습니다...


 

엥?


 

억지로...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제 태도가 잘못 되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흐레스벨그.


 

나중에 사령관님의 방을 방문해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흐레스벨그.


 

예.


 

나 다 봤는데?


 

......


 

이틀 꼬박 세우면서 다 봤어.


 

......죄송합니다.


 

......


 

지금부터 아무말도 하지마.


 

......


 

흐레스벨그 네가 강요했다고?


 

아냐. 


 

나 네가 빌려준 매지컬 모모 4기부터 8기까지 다 봤어.


 

재밌었어. 엄청.


 

그래서 자는 시간도 줄여가면서까지 다 봤어.


 

나도 매지컬 모모를 좋아하게 됐는데 왜 너는 내가 한 행동을 강요에 의해서 한 것으로 만들어?


 

...하지만..최근에...사령관님께서 저를 피하셔서...


 

그 때 내가 한 말 안 들었어?


 

바빴다고 했잖아.


 

아직도 바빠.


 

그래도 나 흐레스벨그가 빌려준 매지컬 모모 다 봤어.


 

좋아하니까.


 

......


 

매지컬 모모도.


 

너도.


 

......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흐레스벨그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 알려고 매지컬 모모를 봤어.


 

다시 말하지만 재밌었어. 엄청.


 

......


 

지금은 나도 매지컬 모모의 팬이야.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여기까지 밖에 말 못하겠어.


 

하지만 너에게는 말해두고 싶어서 찾아왔어.


 

나중에 내가 한가해지면 다른 작품 같이 보면서 매지컬 모모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네. 사령관님.


 

나는 이만 가볼게.


 

......사령관님.


 

응?


 

......마법의 바람이 그대에게 불기를(매지컬 모모 6기 10화 매지컬 모모가 백토와 헤어지면서)


 

......


 

달의 가호가 그대에게 깃들기를(매지컬 모모 6기 10화 매지컬 백토가 매지컬 모모와 헤어지면서) 




 

......후후..


 

동지...동지를 찾았습니다.


 

심지어 그 동지는...


 

제가...


 

......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 또한 제가 좋다고 해줬습니다.


 

후후...



어? 흐레스벨그?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


 

예.


무슨 일인데? 알려줄 수 있어?


 

저에게...


 

매지컬 모모 만큼...좋아하는 것이 생겼습니다.




(후일담)


 

아닙니다. 그 의견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닙니다. 그 장면을 다시 한 번 돌려보십시오. 타락한 매지컬 모모가 일부러 각선미를 드러내는 것은 천진난만하고 의협이 넘치는 모모가 타락으로 인해서 성정이 변했음을 나타내는 장면 아니겠습니까.


 

아니지. 그 극장판은 투자자의 입김이 심하게 많이 들어갔다는 것을 잊었어? 극장판 감독의 경우는 서비스신을 끔찍하게 싫어하던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왜 그런 무의미한 서비스신을 넣었겠어? 투자자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거 아냐. 


 

감독의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군요. 감독은 명장입니다. 그가 서비스 신을 싫어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넣은 서비스 신이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감독의 전작 봤어? 딱 커리어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감독의 전형적인 작품이었잖아. 심지어 그 작품은 네가 말한 무의미한 서비스 신이 난무했다고. 감독이 매지컬 모모 극장판을 담당했을 때에는 어떻게든 팔아먹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흐레스벨그가 두 명.


오타쿠들의 오토크...


 

린티의 귀여움에 대해서 토론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두 사람 다 즐거워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안 되겠군요. 다시 한 번 그 장면 돌려서 보시지요.


 

내가 바라던 바야.


 

내 방으로 갈래, 네 방으로 갈래?


 

......사령관님과 함께라면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