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5576656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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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놓쳤다는거야?"


"..."


"말을 해!"


"죄송합니다! 면목이-"


'푸욱-!'


"쿨럭!"


"그년만 건졌어도 자금을 모을 수 있었어! 도대체 왜!"


"죄송합니다! 면목없습-"


"...죄송하면 모든게 용서되나?"


"아닙니다!"


"아니면 뭐 어쩔껀데?"


"다, 다른 좋은 인질감들을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 곧... 심판의 시간이 온다."


.

.

.


그날 동아리 시간은 서현에게 최악의 시간이었다. 원래라면 추후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거나, 부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으로 즐거웠겠지만, 오늘은 전혀 아니었다.


양쪽 옆에서 한빛과 시라유리가 계속해서 들이대니 정말 미칠 지경이였다. 동아리 관련 이야기를 하려해도 한빛은 서현의 영웅담을 조잘조잘 얘기하였고, 시라유리는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말하니 말그대로 혼돈이었다.


서현은 그날 계속해서 집에 가고 싶단 생각에 빠져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아갔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아리 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울리자마자 그는 가방을 잽싸게 싸고는 집으로 향할려 했지만, 역시나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질 않았다.


"선배!"


"으, 응? 무슨 일이니?"


"저희, 쇼핑가요!"


"...뭐라고? 우리 연인 사이도 아닌데..."


"에이, 제가 정말 어제 감사드려서 그러는 거에요. 저희 아빠한테 수표 받으셨죠?"


"아, 그그그그거 돌려줄 수-"


"안돼요. 아빠가 선배 그 돈 쓰시는거 보셔야 편하실 거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쇼핑가자는거야?"


"네!"


"..."


서현은 어쩔수 없이 그녀를 따라 시내로 가며 혹시라도의 기적을 바라며 집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곧 에키드나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누나! 저, 저 오늘 집에 조금 늦을거 같아요."


"왜?"


"글쎄...요?"


"...그래. 알았어."


"아니, 누나! 저.오.늘.늦.는.다.니.까.요?"


"그래. 알았다니까?"


"아니..."


서현은 계속 말꼬리를 높이고 낮추며 계속 그 말을 반복했지만, 에키드나는 매정했다. 그가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니, 한빛도 뭔가가 수상하 곧장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


"선배... 혹시 저랑 같이 보내는 시간을 별로 안좋아하시는 거에요?"


"아아아아아아니 그그그그그게 아니라!"


"...제가 선배랑 같이 오늘 쇼핑할려고 새벽에 계획까지 세웠는데... 전 정말 너무 슬퍼요..."


"가야지! 그래! 가야지!"


"정말이죠? 정말 같이 가주실 거죠?"


"그럼!"


순간 색이 없던 그녀의 눈이 다시 활짝 밝아졌고, 서현 역시 촉촉해진 눈망울을 반짝이며 시내에 도착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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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하며 그녀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던 서현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자신의 손에 들린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이 엄청나게 들려져 있었다. 더운 당혹스러운 것은 한빚의 아버지가 쓰라고 주셨던 수표는 한번도 쓰지 않았고, 오직 한빛의 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서현은 이를 알고 이것들을 환불하려 했지만, 한빛의 팔힘이 얼마나 강하던지 뿌리치는 것이 불가능할 수준이었다.


"아, 맞다! 선배 휴대폰 기종이 뭐에요?"


"나? 그냥 쓰는건데..."


"...한번 줘보세요!"


"빼, 뺏어가지마..."


"흐음... 이거 3년 전에 출시한 거잖아요? 새거 사드릴게요!"


"...괜찮아..."


항상 한빛이 베푸는 것에 대한 서현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한빛의 대답도 정해져 있었다.


"선배... 혹시 제 호의를 무시하시는 거에요?


전 선배님만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거 거절하시면... 저 죽어버릴거 같아요..."


"...갈게! 갈테니까 그런 말 좀 하지좀 마!"


"진짜요? 알았어요! 히힛!"


"...와... 미치겠네..."


그렇게 그는 그녀에게 전자제품 매장에 끌려가서는 한동안 나오지 못했고, 그 광경을 시라유리가 은밀히 지켜보며 노트를 끄적이곤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

.

.


"자! 그럼 살 건 다 산거 같네요!"


"저, 저기... 한빛아, 이걸로 충분하게 보답 받았으니까, 이거 수표는 다시 아버지한테..."


"아이 참, 괜찮다니깐요! 선배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정말!"


"착한게 아니라 이런 대접 받으면 당연한거야!"


"네? 제가 잘못들어서... 아, 선배 지금까지 그거 들고계신 거에요? 안무거우세요? 아직 돈 좀 남아있는데, 요즘 잘나가는 전기차가 있던-"


"괜찮아! 택시! 택시 타면돼! 택시타면 돼니까 얼른 가!"


"...정말요?"


"그래! 나 택시타고 갈게? 가!"


"...알겠어요. 내일 뵈요!"


"그래, 늦었다 얼른 들어가!"


한빛은 그녀의 뒤를 쫓아갔던 리리스가 이번에는 앞장서 그녀를 데리고 리무진에 태우고선 유유히 사라졌다.


서현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자리에 주저앉을뻔 하였다.


"휴우... 진짜 꼬여도 잘못 꼬였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으악! 시라유리! 언제부터 거깄었어?"


"흐음... 여기저기 끌려다니셨을 때부터?"


"...우리 동아리에 저런 무서운 애가 있었다는게 놀랍다."


"우리라니, 저도 동아리 인원으로 인정해주신 거네요?"


"...나 지금도 머리 깨질거 같거든?"


"후훗!"


"...쟤는 그나저나 얼마나 부자길래 이렇게 물건을 사주고 자동차까지 사겠다는 거야?"


"궁금해요?"


"궁금하지, 얼마나 위험한 애인지."


시라유리는 노트를 펼쳐들고는 스윽 훑어보았다.


"이름, 이한빛, 클리스턴 사립고 1학년, 아버지 이한중의 외동딸이다. 이한중은 '더스트 컴퍼니' 라는 오리진 더스트를 제작 및 수출하는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써 아시아의 바이오로이드 제작기업 90%, 전세계 바이오로이드 제작기업 65%가 이 회사의 오리진 더스트를 사용중이라고 하네요.


연간 650조이상의 수입이 있으며, 전세계 부자순위는... 7위네요."


그가 시라유리의 말을 듣자, 그는 마치 얼굴쪽 모세혈관에 있던 피가 쭈욱 허벅지까지 빠져 창백해 진게 꼭 죽은사람처럼 보였다.


"우와... 우와하하..."


"꽤 놀란 것 같네요?"


"놀랄만도 하지. 저런 사람, 아니, 저런 분의 따님이랑 계속 이런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거야?"


"오히려 좋은것 아닌가요? 세계 부자 7위의 딸이랑 연여를 한다는데?"


"나한테는 너무 과분해. 난 원래부터 잘지내고 있었다구!"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넙죽 받아서 결혼까지 빠르게 이어나갔을텐데, 왜 그러는건지..."


"...그나저나 도대체 이걸 얼마나 쓴 거야 쟤는..."


"계산해보니 총 8652만원 정도 썼네요?"


"...이거 가질래?"


"남성의류랑 가방들을 제가 어떻게 써요."


"하아... 먼저 가볼게."


서현은 가방을 꽉 잡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시라유리는 또다시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디스플레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곳에서는 '삭제 완료'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휴대폰을 사주겠다는 핑계로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해 선물로 보내주다니... 꽤나 영악하군요? ...뭐, 상관없죠. 그나저나, 그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을 불편하다고 밀어내다니... 남들은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는 것을...


확실히 특이한 사람이네요, 윤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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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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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그는 침울한 인사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고, 집에 있던 에키드나는 쇼파에 누워 TV를 보다 서현의 두 팔에 열매마냥 주렁주렁 매달린 쇼핑백을 보고서는 황당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뭐야, 그 가방들은?"


"누나... 나, 사람 잘못 만난것 같아요..."


"...무슨 일이길래 울려고 하는거야? 제대로 이야기해봐."


"그게..."


"......그러니까, 어제 구해줬던 시라유리 옆에 있던 애가 같은 동아리 후배고, 걔네 아빠가 전세계에서 7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서현은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쇼핑으로 8천만원어치를 걔가 사줬고, 호의를 거절하면 죽어버릴 거라고 협박을 한다고?"


"네..."


"...그럼 가서 말해."


"미쳤다고 말을 해요?! 걔가 뭔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거 말고 방법이 있어? 없잖아."


"...그렇다고-"


"아니면 걔네 부모님한테 말해보던가."


"...! 그거에요!"


서현은 곧장 동아리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선생님, 오늘 보셨죠?"


"뭘?"


"한빛이네 아버지가 제게 수표 주신거요."


"아! 봤지. 근데 아무리 돈이 많다 하시더라도 70억을 바로 너한테 주냐..."


"그러니까요. 제가 돌려드리고 싶은데 혹시 한빛이네 아버님 전화번호를 좀 알려주실수 있으신가요?"


"그래, 알겠다. 대신 전화하고 바로 삭제하야 한다?"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통화 직후, 서현의 휴대전화로 문자 한통이 날라왔고, 그는 곧장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약간의 대기시간 끝에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한빛의 아버지, 이한중이 아닌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시죠?"


"아, 그... 이한빛이 속하있는 클리스턴 사립고 미스터리 동아리 프로젝트 M 회장, 윤서현이라고..."


"아, 윤서현씨? 회장님 바꿔드릴까요?"


"네?"


"이한중 회장님이요, 이한빛 아버지."


"아, 네! 네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줘요?"


클래식한 음악이 잠시 흐르더니, 그제서야 오늘 학교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아! 서현이니?"


"네, 안녕하세요? 바쁘실텐데,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아니야아니야! 괜찮으니까, 마음 편히 두고 이야기 하자고."


"저기... 혹시 한빛이 근처에 있나요?"


"한빛? 없지! 걔 학교 근처 호텔에서 지내. 내 향수냄새가 이상하다나 뭐라나."


"아, 그러면 혹시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자! 지금?"


"가능하신가요?"


"그럼! 차 보내놓을테니까, 얼른 와라!"


"아니 아버님 저희가 직접- ...끊으셨네..."


"...뭐하고 있어. 교복차림으로 갈거야?"


"아, 갈아입어야죠... 네..."


서현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그래도 깔끔한 셔츠로 갈아입었고, 에키드나 또한 후드티를 입고 외출준비를 끝내었다.


"누나도 가게요?"


"가야지. 팬텀이랑 레이스를 데려갈 수도 있는것도 아니고."


"...알겠어요."


옷을 정리하고 나니 그들의 집 앞으로 고급 세단이 집앞에 대기중이었고, 서현과 에키드나가 그곳에 올라타자 유유히 도심을 빠져나가, 항구에 도착하였다.


새빨간 컨테이너 안으로 차량이 들어가고, 잠시후, 바닥이 한번 심히 울리더니 천천히 차량이 컨테이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차량이 더이상 내려가지 않자, 차량은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어느 문 앞에 도착하였다.


비서로 보이는 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니, 안은 정말 궁궐이 따로 없었다.


일본풍 후지산 그림이 벽면 전체를 두르고 있었고, 고급진 인테리어, 수십대의 차량들이 줄지어 있는 복도, 그 끝에는 역시나 한빛의 아빠가 위치해 있었다.


"오! 여기서 다시 보는구나! 옆에는..."


"안녕하세요, 서현이 누나에요."


에키드나가 싱긋 웃으며 인사하자 한빛의 아버지도 활짝 웃어 반겼다.


"아아! 그렇군! 만나서 반갑구나!"


그는 그들을 데리고 길쭉한 탁자로 데리고 갔다. 회의용으로 보이는 으리으리한 의자에 앉은 그는 적응이 안되는지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아하하, 서현아, 마음 편하게 두고 이야기해. 누가 너 잡아먹는것도 아니잖니?"


"아, 알겠습니다..."


"그래, 혹시 한빛이 얘기니? 혹시, 학교에서 걔가 문제를 일으켜?"


"아, 아니에요!"


"그럼?"


"...우선 이 수표 돌려드리고-"


"...! 아이, 괜찮다니까! 원래 그것보다 더 주려고 한거야!"


"아니 제가 수표 쓰는 법도 모르고, 이 큰돈을 솔찍히 고2가 어떻거 다뤄요..."


"수표쓰는 법을 모르는거야? 그럼 말을 하지! 계좌이체로 보내줄게!"


"아니 아버님 제발요..."


"어허, 어른이 받으라면 받아놓는거야.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서론이 좀 길었네."


"제가 그... 감당할 수 없는 대우를 한빛이한테 받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 순간, 서현과 에키드나는 그의 얼굴이 갑작스레 진지해진 것이 느껴졌다. 웃음기는 싹 사라졌고, 깊이 고민하는듯 턱을 쓸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푸우... 혹시, 막 너한테 비싼 물건을 사주고, 거절하면 자살한다니, 그런 소리를 하니?"


"...! 알고계신 건가요?"


"그래... 한빛이가 약간 호감을 느끼는 이에 대해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거든. 그래서 초등학교때는 고백을 안받아줘서 가위로 그 친구 손가락을 자르려고 한적도 있고. 그이를 못가지면 손가락이라도 가져가겠다나뭐라나."


"...! 그럼... 저는..."


"걱정하지마. 서현, 남들이라면 몰라도, 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우리 딸을 살려줬는데, 얼마를 줘도 못갚을 빚을 너한테 진 것 같다랄까...


그래도 민폐를 끼치면 안되는거지. 나랑 같이 좋은 수가 없나 같이 생각해보자."


"저, 정말이죠? 정말 고맙습니다!"


"뭘. 근데..."


""뭘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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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물건입니다, 존나 좋은 물건을 찾았어요!"


"...뭔데?"


"오늘 쇼핑센터에서 그 년이랑 같이 다니면서 수천만원을 쓴 새끼가 있어요. 그정도면 인질값으로 목표금액보다 몇십배는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상시 관찰해. 돈이 된다 싶음, 당장 납치하던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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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드나 일상문학이 점점 하렘 일상물이 되어가고 있는점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