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짧은 단편

*이전 글 별이 뜨는 밤, 바다에서 너를 그리우며 메이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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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좀 늦었지? 오늘은 당신이 쉬고 있는 이 숲을 둘러보고 오느라 조금 늦었어."


푸른 숲 속에 둘러 쌓인 야트막한 언덕, 사령관이 잠들어 있는 무덤이 그 숲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 자연을 사랑했던 그를 기억하며, 사소한 나무 하나까지

그녀는 직접 관리를 해왔다.


"너무 걱정마.. 난 나름 산림 관리용 바이오로이드니까. 이 정도는 힘들지 않아."


'오히려 당신이 이젠 내 곁에 없다는 것이 더 힘들어..' 


그녀에겐 먼저 떠나버린 사람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남겨진 사람의 몫이 더 힘들었다.

함께 캠프 파이어를 즐기고, 함께 웃고 떠들고, 함께 사랑을 나누던 그를 그리워 하는 것.

남겨진 사람의 잔혹한 운명. 그것이 더 힘들었다.


"그리고 오기 전에 새로운 나무를 심었어. 당신이 보고 있는 방향.. 음, 저~기 보이지?"


다크엘븐이 가르키는 방향에 보이는 새로운 나무들, 아직 어린 묘목들 뿐이라

한동안 세심한 관리가 필요 하겠지만 이것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필시 미쳐버렸을 것이다.


사령관이 잠들어 있는 이 장소는 본래 탁 트인 초원 뿐이었다. 이 장소에 나무를 심고

꽃도 심으며 계속해서 관리한 결과 지금은 넓은 숲과 꽃이 핀 들판이 어우러진,

아주 아름다운 장소로 탈바꿈 되었다.


"예전엔 항상 같이 나무를 심었잖아. 자연을 가꾸면서 같이 웃던게 생각난다."


다크엘븐이 사령관의 묘에 등을 기대고 앉아 숲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세월이 흘러 더 이상 홀로 걷지 못하던 그 날까지, 둘은 항상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가꾸었다. 단 둘만의 숲을 만들어 나가듯, 아름답고 넓은 초원을 숲으로 바꾸었다.


"그때 당신은 내가 당신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어주며 산책 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와 함께 가꾸었던 숲을 함께 거닐며 산책하던 지난 날들, 함께 손을 붙잡고 걷던 그의

젊은 시절부터 그의 기력이 쇠하여 그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함께 산책하던 마지막 

시간들이 다크엘븐의 추억에 깊게 자리 잡았다.


"그때도 당신을 항상 내 걱정부터 했잖아."


혹여 그녀가 힘들어 할까, 조금이라도 그녀가 지치지 않을까. 그는 늘 그녀를 염려했다.

그의 따스했던 마음이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햇살이 되어 주었다.


"나라는 나무는 당신이라는 햇빛을 받아서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그는 정말 하늘로 떠나가 저 하늘의 별처럼, 태양처럼 멀리 떨어져 버렸다.

아무리 목청을 높여 외쳐도, 아무리 그리워해도 그는 이제 그녀의 곁에 머물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이 아직 있다고 생각해."


다크엘븐은 두 다리를 모아 가슴에 끌어 안으며 말했다. 그가 사라진 옆자리는

너무 큰 공백이 되어 한 겨울의 칼바람 마냥 그녀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지만

아직 그녀가 살아갈 시간은 길게 남아있다.


"당신이 내게 부탁한 것들.. 그것들을 아직 다 이루지 못했어."


이제 다시 번성하기 시작한 세상에 푸른 숲을 다시 돌려 놓는 것.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만들어서 하늘에서 내려다볼 그를 위해 가꾸어 나가야 한다.


다크엘븐이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닿지 않는 머나먼 그 곳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을 그의 손을 잡듯이.


"당신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약속했잖아. 꼭 보여 줄게.. 아름다운 숲을 다시 만들어 나가고.. 

그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의 노래 소리를 다시 들려줄게."


그가 쉬고 있는 이 장소에서 항상 보이도록, 그가 올라간 하늘 세상에서도 충분히 보이도록.

아름다운 숲 들을 가꾸어 나가고 지켜 나갈 것이다.


"헤헷, 당신은 내게 했던 약속을 다 지켰잖아. 이번엔 내 차례야."


'이제 당신은 푹 쉬어.. 이곳에선 쉬지 못했으니.. 그 곳에선 편히 쉬어..

당신이 남긴 꿈을 내가 지켜 나갈게..'


떠나간 이는 남겨진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그립다.. 보고 싶다.. 아직 내 사랑을 다 당신에게 나누어주지 못했는데.. 너무 아쉽다.."


하지만 그녀에게 큰 사랑을 남겨준 그를 위해서 그녀의 시간은 아직도 남아있다.


"당신이 내게 준 사랑만큼, 내가 당신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게.. 이제 내 차례니까."


하늘에서 따스한 햇빛이 그녀가 바라보는 숲에 비춰진다. 그의 사랑이 언제나

그녀에게 전해진 것처럼. 이젠 그녀가 품고 있는 사랑을 그에게 비춰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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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속에서 당신을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