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스가 화면 각도를 몇번 조절하더니 의자를 가져와 중앙에 가져다놓고 앉는다)


(한숨소리)


"이런걸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멘탈 케어? 미래를 위한 영상기록? 페로와 하치코가 구해온 물건이라는 얘기만 아니었으면 무시했을거에요. 곤란한 동생들이라니까요."


(불평하면서도 작게 미소짓는다)


"저는 삼안사업의 기술력이 집약된 요인경호용 바이오로이드, 블랙 리리스랍니다. 제가 복원되었을땐 이미 인류는 멸망하고 없었기에 의미없는 이야기지만요. 그래서 저항군에 소속되어 가증스러운 벌레들을 몰아내고 어딘가에 있을 인간님을 찾아 인류를 다시 부흥시키기위해 싸우고 있어요."


"저항군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아요. 철충들이 인간님의 흉내를 내는탓에 저희같이 멸망후에 생산된 모델들은 직접적인 공격이 불가능하거든요. 다행히 컴패니언 특유의 신체능력과 경호능력으로 적을 제압하고 아군을 지켜내는것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었답니다. 가끔 페로나 하치코가... 다쳐서 오는것에 가슴아파하기도 했지만 정말로 힘든것은 육체적인 상처가 아니었어요."



(잠시 침묵)



"저항군의 동료들과 인간님...의 탈을 쓴 것들이 싸우는 상황은 머리로는 아닌것을 알고있어도 제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것이랍니다. 게다가 그녀들은 주인님을 잃은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 싸우는데 저희는 그럴 주인님조차 계시지않고 더욱이 저는 동생들이 같은문제로 힘들어할때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다는게..." 




(흐느끼는 소리)




"추태를 보이고 말았네요. 컴패니언의 맏언니로서 항상 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고나니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어요. 이제 이 영상을 남에게 보여주긴 힘들게 됐지만."


"저항군의 상황은 좋지않아요. 철충과 직접 싸울수있는 멸망 전 세대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점점 줄어가고 새로운 바이오로이드의 확보조차 점점 어려워져가는데 철충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으니... 하지만 언젠가 주인님을 모실수있게 된다면 모든게 해결될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 동생들이 겪어야할 아픔이 크지않길 바랄뿐."




(리리스가 다가오고 화면이 꺼진다)








(오르카호. 리리스의 개인실)


"이것도 오랜만이네요. 처음 영상을 찍은 후로 많은 일이 있었어요. 컴패니언에 넣어줘도 좋겠다싶은 친... 스토커도 생겼고, 동생들도 늘었죠. 야성적인 아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한마리 새같은 아이, 성욕... 으흠, 주인님께 적극적인 아이, 그래요. 가장 중요한건 주인님이 계신다는거에요."


"저희는 결국 최후의 인류를 찾아내는데 성공했고, 그분은 저항군의 사령관이자 주인님이 되어서 모두를 이끌어 주셨어요. 주인님의 업적은 하나하나 이루 말하기 힘들정도로 대단하지만 착한리리스도 나쁜리리스도 품어주실수 있는 인품 또한..."


"리리스 언니, 방에서 뭐하세요? 오늘 주인님과 피크닉가기로 한거 잊진 않으셨겠죠?"


"네네, 곧 나갈게요."


"주인님에 대해 하고싶은 얘기가 많지만 어쩔수없네요. 페로가 기대를 많이 했나봐요." 


"과거의 저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덕분에 제 모든것을 바칠수 있는,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분을 만났고 하루하루가 소중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고마워요. 포기하지 않아줘서."


(영상종료)







사령관 만나기전의 리리스를 상상해서 영상편지 컨셉으로 짧게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