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많이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짧은 단편

*이전 글 푸른 숲 속에서 당신을 그리우며 다크엘븐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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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빠! 오늘도 놀러 왔어."


도심지 외곽에 마련된 성대한 장소.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난 사령관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히히! 어때 나 많이 성장했지? 이제 연구가 끝나서 성장을 할 수 있다 이거야~"


확실히 닥터의 외관은 어렸던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닌 아름답게 성장한 성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사령관은 수명이 다 해 죽기 전까지 그녀와 계속 세상을 복원하며 바쁜

여생을 보냈다. 따라서 그는 생전에 그녀의 성장한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하고 죽었다.


"예전에 딱 한번 보여준 적이 있었잖아. 그때 오빠 반응이 정말 재밌었는데.."


이제는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은 사령관과 닥터의 일상. 닥터의 가슴에 쓸쓸함이

몰려들었다. 과학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과학의 힘으로 후손들을 아무런 이상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다시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무리 연구해봐도, 아무리 시도해봐도, 아무리 실험해봐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빠.. 나 과학이.. 학문이.. 연구가 싫어지려고 해."


그의 유전 샘플을 이용해서 복제 인간을 만들어 보아도, 그의 유전 샘플을 이용해

인공수정을 시켜도 사령관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비슷한 사람이 탄생할 뿐.

그는 대체될 수 없었다.


"나도 알아.. 오빠는 이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거리는 그녀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좁혀나갈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손에 닿지 않는 결과만이 반복될 뿐. 이미 떠나간 사람의 영혼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정말로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히힛, 오빠도 웃기지?

내 입에서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니까."


닥터가 자리에 살포시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령관의 살아 생전 둘은 자주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고는 했다.


"히히힛! 그때는 오빠가 날 무릎에 앉히고 하늘의 별자리 신화를 해주고는 했잖아.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과학에 기반해서 저 별은 무슨 자리고 그런 건 그저 신화라며..."


닥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와의 추억들이 닥터의 마음속에 큰 나무가 되어

깊게 뿌리를 박고 있었다. 그 나무의 뿌리가 깊게 내린 만큼 그 나무가 뽑힌 자리는

큰 상처가 되어 그녀의 마음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미안해.. 오빠가 쉬는 이 곳에선 울지 않기로 했는데.. 역시 잘 안된다.. 히히힛."


닥터가 애써 눈물을 지우며 등을 기념비에 기대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그와의 이별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주었다.


"예전엔 오빠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편했는데... 지금 오빠의 품은 너무 딱딱하고 차갑다..."


따스했던 그의 품, 포근하게 감싸주던 그의 손길. 무엇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그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길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내 모든 것들을 다 포기해도 좋을 거야. 다시 몸이 어려지고

오빠의 사랑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해도.. 그저 멀리서 오빠를 다시 바라볼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방법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남겨진 이는 떠나간 이를 그리워 할 뿐. 마음 속으로 떠나간 이의 모습을 되새길 뿐이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구야? 불가능이 없는 초 천재 미소녀 박사!

오빠를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죽어서 오빠의 곁에 가는 그 날까지.. 난 멈추지 못할 거야.'


닥터가 하늘을 바라보며 밝게 미소 지었다. 그 옛날 사령관이 그녀들을 위해 파티를 했던 것처럼,

이제는 닥터가 사령관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다시 만나는 기쁨 이라는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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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너를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