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령관은 심한 두통이 일어 도저히 나아지질 않아 오르카호에 이름을 날리는 명의 닥터를 불러 진료하게 했다.

그런 사령관을 진맥한 닥터가 말했다.


"이건 머리에 바람이 일어서 그런거야, 오빠."




"이걸 치료하려면 마폐탕을 마시고 날카로운 도끼로 머리를 쪼개 그 안에 있는 바람기를 걷어내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벌컥 화를 내며 닥터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너는 나를 죽이려 하는 거구나!"



"오빠는 라비아타 언니가 오른팔에 철충의 독화살을 맞았을 때의 일을 듣지 못했어? 그때 나는 살을 가르고 뼈를 긁어 독을 걷어냈지만 라비아타 언니는 마취도 하지 않고 태연하게 햄버거를 먹었어. 그런데도 오빠는 남자가 뭐가 그렇게 두려워?"



그러자 사령관은 더 참지 못했다. 얼굴이 새빨개져 꾸짖었다.




"팔을 갈라 뼈를 갉는 일은 나도 참아낼 수 있지만 머리통을 어떻게 쪼갠단 말이냐! 너 오메가의 스파이지? 오메가에게 얼마를 받은 거야!"




그러곤 좌우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저 년을 끌어다 감옥에 가두고 엄하게 고문하여 그 속셈을 밝혀내도록 하라!"



오르카호에 이름을 드날리던 닥터는 그렇게 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그것도 곱게 가두어 두는 것이 아니라 민초와 맥콜, 하와이안 피자만 먹이는 엄한 문초를 곁들인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감옥을 지키는 사람 중에 다프네가 있었다. 



"닥터 양, 괜찮으세요?소화제를 좀 가져왔어요."



"고마워, 다프네 언니. 하지만 이런 밥만 먹다보면 난 곧 죽게 될 거야."


"죽는 것은 한스럽지 않지만 내 의술이 잊혀지는 것이 실로 한스러워. 이 책에 내 지식이 전부 적혀있으니까 이 책을 배워 내 의술을 이어줘."


하여 다프네는 닥터에게 책을 받아 그것을 익히고 닥터의 뒤를 잇고자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숙소에 돌아오니 뜻밖의 일이 벌어져 있었다. 리제가 닥터의 책을 아궁이에 쑤셔넣고 태우는 중이었다.







"어.... 언니!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닥터 양의 책이....!"


"이 책을 공부해 닥터의 신묘한 의술을 익힌들.... 닥터처럼 옥중에서 죽게 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츙?"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흥미로운 닥터의 죽음은 사령관의 전기에도 닥터의 열전에도 나와있지 않다. <오르카 연의>를 지은 이의 윤색이거나 민간의 전설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