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밍밍한 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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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가 정박한 어느 섬. 과거 휴양지로 명성이 높았던 곳 답게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 해안 절벽과 그 뒤로 펼쳐친 알록달록한 꽃이 핀 들판까지.


적당한 수분을 머금어 기분 좋은 바람까지 불어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기분이

들도록 해 주었다. 이런 멋진 장소에 그녀를 꼭 데려 나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어때? 정말 굉장하지?"


"어머, 후후훗.. 저는 부군과 함께 나올 수 있어서.. 그것 만으로도 만족 하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시야에 꼭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만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만 시야를 돌리면 황폐화된 도심지가 눈에 들어왔고, 조금 더 멀리 보이는

초원은 잔뜩 불에 그을린 모습들이 보였다.


"가끔 이렇게 나오면 전쟁이 없었던 것 같다가.. 또 다른 방향을 보면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부군..."


차분히 가라앉은 내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소완의 목소리도 걱정으로 떨려왔다.

한쪽은 녹음이 펼쳐진 초원에 꽃과 나비가 어우러져 있는 평화를 누리고,

바로 다른 쪽에선 간간히 들려오는 폭음과 총성이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온다.


그 누구도 승자가 없는 참담하고 끔찍한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 전쟁의 한 축으로, 오르카 호의 모두를 이끌어야 한다.


"저 방향으로 한번 가보자!"


"앗! 부, 부군..!"


어둡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소완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부드럽고 작은 손.

소완의 이 예쁜 손에는 어울리지 않게 항상 무기가 들려있었다. 나는 그것이 가슴 아팠다.


"소완."


"네 부군."


"미안해.. 항상 나를 지키느라 무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지?"


내 말에 소완은 잠시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큭큭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사옵니다. 부군... 저희는 원래 태생이 주인님을 지키는 목적도 있사옵니다.

부군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드는 것, 그것이 저희들의 사명이지요. 부군이 미안해 할 필요는 없사옵니다.

오히려 소첩은 부군을 위해 싸우는 것.. 그것 또한 최고의 기쁨이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보는 심정을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의 곁에 항상 달려있는 저 칼은 요리를 위한 것. 하지만 요리 보다는 적들을 

살육 하는 것에 더 많이 쓰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 모든 것들을 내던지는 그녀를

위해서,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소완."


"네."


나는 소완을 불러 가볍게 그녀의 어깨에 내 팔을 둘렀다. 소완은 그저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내 팔에 몸을 맡기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미소 지었다.


소완을 이끌고 도착한 평원. 넓은 꽃밭을 배경으로 뒤로는 바다가 보이는 환상적인 경관이었다.

나는 소완의 손을 잡고 자리에 차분히 앉았다.


"나중에 이 장소에 집을 지을거야."


"집... 말입니까? 무슨 연유로..."


뜬금없는 내 말에 소완은 내 곁에 앉아 의구심을 표현했다. 하긴, 너무 난데없이 집을 만들겠다

말하면 어이가 없기는 할 것이다.


"나중에 너와 나, 단 둘이서 살 집."


"소, 소첩과 말이옵니까?"


"응. 너와 나 그 누구도 없이 단 둘이서 살 집을 만들자."


"부군..."


소완이 기쁜듯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살포시 기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맞잡고

그녀의 체온을 느꼈다.


"함께 적당한 집을 짓고, 강아지도 키우고.. 그래! 텃밭도 일구는 거야."


"텃밭이라 하심은.."


"소완은 요리사잖아. 소완을 위해서 내가 직접 재료를 가꾸고 싶어."


"어머, 후후후훗... 그건 정말 기대가 되옵니다."


소완이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나는 그녀의 이 웃음을 사랑한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부군..."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내 손길에 몸을 맡기는 소완을 바라보며,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묻었다.


우리 둘의 손이 서로 깍지를 끼우듯 얽혀 들었다.

서로의 손에 반짝이는 반지가 우리들의 영원한 약속을 증명해 주었다.


"사랑해 소완.."


"소첩도.. 부군을 사랑 하옵니다."




너와 나, 단 둘이 나가는 피크닉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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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공유 한다는 것 (새드 엔딩)

예전에 쓴건데 저거 외전 격으로 써봤음

서로 함께 하기 이전 나누었던 약속을 좀 리메이크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