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용은 블랙 리버의 군사 기술을 집대성해 만든, 최고의 전략가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만큼 무적의 용의 가치는 매우 높았지만, 라비아타와 달리 무적의 용의 육체 그 자체에는 크게 대단한 점은 없었다. 그래서 블랙리버는 무적의 용이 장기나 팔 하나가 필요할 때 진짜 무용에게 파츠를 이식해줄 예비용 무적의 용을 하나 만들어두어 함선 하나에 봉인하고 동면시켜두었다. 


문제는 멸망 후에 더 이상 유지관리할 인원이 없어진 그 봉인용 함선의 신호 수신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최후의 인간이 뇌파로 '진짜' 무적의 용을 깨웠을 때 이 가짜 무적의 용, 줄여서 부르자면 짭용도 깨어나버렸던 것이다.


두 개의 무적의 용이 있다는걸 알아내 오르카호는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이후 짭용은 진짜 무적의 용의 열화판이라 코어 링크가 불가하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실력도 무적의 용보다는 못하다는 점이 밝혀지고 짭용 자기 자신이 '진짜' 무적의 용의 자리를 위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자, 사령관은 짭용이 깨어난 그 함선을 짭용의 휘하에 두고 사람이 없는 해역이나 무인도를 수색해 철충을 소탕하게 했다.


여기까지는 오르카호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오르카호 대부분이 모르는 사실은, 짭용만이 그 봉인용 함선에 갇혀있던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고블린 프로젝트가 폐기 되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블랙리버 연구진들이 개발한 남성형 호라이즌 얼터너티브 타입 또한 그 함선에 갇혀있다가 짭용과 함께 깨어났던 것이다.


이후에 비밀리에 닥터와 알프레드가 이들을 연구한 결과, 오리진더스트의 과도한 재생 작용으로 인해 감수분열이 불가능한, 한마디로 불임인 남성 바이오로이드들임이 밝혀졌고 초기형 바이오로이드라 전투력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 비해 달린다는 점, 그리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령관은 이들 역시 자신들이 깨어난 함선에서 복무하도록 명했다. 


그렇게 짭용이 복무하고 있는 함선에선, 철충과의 전투는 거의 없이 한동안 평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용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소란이오?"

"직접 보셔야할 것 같아요!"


남성형 세이렌, 이하 남세이렌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짭용을 급하게 불러내었다. 

남성용 세일러복을 착용한 키 작은 금발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이 바이오로이드는 차분한 평소 모습과 다르게 땀을 흘리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짭용이 세이렌의 안내를 따라간 갑판 위에서는 죽도록 얻어맞아 코피를 흘리는 남성형 테티스와 씩씩거리며 분을 못 삭이는 남성형 네레이드, 그리고 그 둘을 말리고 있는 남성형 운디네가 보였다. 

셋 다 세일러복을 입은 채 꼬마들처럼 앳된 외모를 하고 있었다.


"다들 무슨 소란인가?!"

"함장님! 그게..."

"네레이드가 엄청 때렸어요!"

"테티스가 먼저 시작했다구요!"

"어휴 다들 그만해 그만!"


네레이드와 테티스는 평소처럼 갑판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테티스가 심심해서 비눗물을 뿌리자 순간적으로 욱한 네레이드가 테티스를 깔아뭉개고 두들겨 팼던 것이다. 

나중에 테티스의 꽥꽥거리는 비명소리를 들은 운디네가 와서 둘을 말리고 세이렌을 부른것이 이 간단한 싸움의 전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동료를 이렇게 때리는게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 함장님."

"맞아! 사람이 장난 칠 수도 있지."

"그리고 테티스 그 쪽도 장난쳐서 다른 사람들 자극하는 행위는 그만두도록."

"으윽...네에..."


짭용은 한숨을 쉬고는 둘을 떨어트려놓고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들이 폭주하던 원인인 남성 호르몬이 아직도 이들에겐 말썽을 피우고 있었다. 

과거 블랙리버의 연구진들은 고블린 사태처럼 바이오로이드들의 정신을 잃고 폭주하던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낸듯 했으나, 오리진더스트와 남성 호르몬의 결합 과정에서 나오는 특유의 공격적인 본능에서 나오는 문제들은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점점 심해지는것 같기도하고...이러다 진짜 큰일 날 수도 있겠구려."


멸망 전에도 깨어난적이 없던 짭용은 자신의 봉인이 해제되고 휘하로 처음 지휘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라 그런지 이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형식상으로 부하와 대장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 짭용은 이들을 자기 아들처럼 돌봤고, 휘하 남성 바이오로이드들도 그녀를 어머니처럼 따랐다. 

짭용은 얻어맞은 테티스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와 간단하게 상처를 소독해주었다.


"앗 따가!"

"동료와 싸운 댓가라고 생각하시오. 그리고 장난도 그만 좀 치고."

"그치만 여긴 너무 심심하단 말이에요! 철충도 없고 진짜 물고기 밖에 안 보이는걸요!"

"다른 곳에서 바이오로이드 자매들은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소이다. 그런 배부른 소리 마시오."

"씨잉...맨날 그 소리야..."


반창고를 붙여준 다음 테티스에게 가벼운 꿀밤을 먹여준 다음 짭용은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비록 초라한 함선 하나의 대장일 뿐이었지만 짭용이 맡은 업무는 생각보다 많았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자잘한 섬들에서 철충의 흔적을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는 간단한 임무였지만 그녀가 맡아야하는 작전구역은 태평양의 절반이었고, 그녀가 평생해도 다 하지 못할 과업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오르카호의 사령관과 바이오로이드들이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휘하 바이오로이드들이 폭주할 것 같은 기미를 보인다는 작은 걱정 같은건 시켜주지 않는게 낫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업무실에서 한창 업무를 보는 동안 저녁 시간이 되자, 세이렌이 간단한 저녁식사를 들고 짭용을 찾아왔다. 그리고 세이렌이 그녀에게 한 말은 짭용을 놀라게 했다.


"저...네레이드가 상담이 하고 싶다고 하던데요."

"네레이드가? 오늘 그 일 때문인가?"

"정확히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표정은 심각해보였어요."

"음...알겠소. 일단 일이 바쁘니 내가 오늘내로 시간이 나면 호출하겠다고 일러주시게."

"네, 함장님."


사실 상담을 요청하는건 세이렌을 제외하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세이렌은 짭용에게 자주 상담하면서 남성 바이오로이드들인 자신들은 실패작인지, 그러면 자신들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등 앳된 외모와 다르게 성숙한 질문을 던져 짭용을 자주 놀라게 하곤 했지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런 진지한 상담을 요청하는 일은 많지않았다. 특히 네레이드는 짭용과 여태까지 생활하면서 단 한번도 불평불만 없이 특유의 하이텐션으로 군생활을 열심히 해왔었다.


밤이 찾아오고, 짭용은 업무를 다 마치고 씻은 다음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네레이드를 불렀다. 네레이드라면 그렇게 대단한 고민 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을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네레이드는 평소와 달리 심각한 얼굴로 짭용의 짐무실로 들어왔다. 짭용과 네레이드는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고민이라도 있소?"

"..."

"...테티스와 싸웠던 일이라면 너무 걱정 마시오. 테티스에게 앞으로 장난 좀 줄이라고 일러두었으니."

"그건 아닙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좀 부끄러워서..."

"무엇이?"


네레이드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바지춤을 풀어해치기 시작했다.


"이 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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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애매해서 여기서 끊음 다음화부터 야설됨

꿈꾸다 개꼴리는 바람에 도저히 잠이 안와서 야설 쓰는 내 인생이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