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짧은 단편

*이전 글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너를 그리우며 닥터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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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언제 와도 참 멋진 것 같아요."


바다를 바라보는 해안 절벽의 위,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마치 파란 장막을 두른 듯 장관을 연출했다.


"사령관 님께서 왜 이 장소에서 쉬고 싶다고 하셨는지.. 이제 알겠네요."


이제는 이 해안가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비석의 글씨 한 줄로 남은 그를 떠올리며, 

세이렌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와 마지막 까지 함께 지내온 세월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운디네와 네리가 저희들의 집에 놀러 왔어요. 그래서 제가

쿠키를 만들어서 대접 했답니다."


그 후로 이어진 쓸쓸한 독백, 사령관이 곁에 있다면 분명 맞장구치며 그녀의

말을 쓸쓸한 독백으로 남겨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떠났다.


"그리고 내일은 테티스가 용 님과 함께 오실 거라고 전해줬어요. 그래서 내일은

용 님과 또 사령관 님을 찾아올 거랍니다. 후훗.. 사령관 님도 기쁘죠?"


세이렌은 마치 사령관이 그 옛날 그러하듯 그가 대화를 들어주는 것 마냥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무릎에 앉아, 그의 품에 안겨서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세이렌이 가장 존경하고, 가장 사랑했던 그를 떠올리며 추억을 이야기 한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뺨이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갈 때에는 마치

사령관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하여 더욱 그녀의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제는 사령관 님이 제 곁에 없다는 것...'


철충과의 전쟁이 끝난 뒤, 세이렌은 계속 사령관의 곁에 머무르며 함께 살아왔다.

세상이 복구 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다시 활력을 찾은 도심지를 그와 함께 거닐면서

수많은 추억들을 쌓았다.


"하지만... 역시 행복한 시간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나 봐요."


세이렌의 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리운 마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족쇄가 되어 마음을 조이고 깊은 좌절감을 남겼다.


"흠~ 흐흠~ 흠~"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맞춰 세이렌이 평소 자주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옛날 모든 부하들을 잃고 좌절하고 있을 때 붙었던 그녀의 습관.


이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슬픈 감정이 노래 소리에 섞여 씻겨 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세이렌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후훗.. 사령관 님은 제 노래를 좋아하셨죠."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사령관도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같이 흥얼거리곤 했었다.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함께 경치를 즐기던

아련한 추억이 세이렌의 눈 앞에 그려졌다.


"하아.. 예전에는 사령관의 어깨가 너무 따뜻하고 좋았는데..."


세이렌이 자리에 살포시 앉으며 비석에 머리를 기대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그녀의 머리를 타고 전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그의 따스했던 체온을 느낄 수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세이렌은 언제나 그녀를 먼저 걱정하던 그의 손길이 떠올랐다. 지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스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던 그의

손길이 생각났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그의 말 버릇과 함께.


"조금은 외롭지만.. 조금은 사령관 님이 보고 싶지만.."


'사실은 많이 외로워요.. 아주 많이.. 너무 너무 사령관 님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혹여 그가 걱정할까, 그가 편히 쉬지 못할까 세이렌은 자신의 본심을 억눌렀다.

지금은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까.


"헤헤.. 사령관 님이 그러셨죠. 이 세상에 영원한 이별은 없는 법이라고...

먼저 떠나간 부하들도... 사령관 님도... 언젠가 저 하늘에서 모두 다시 만날 거라고..."


기력이 쇠한 사령관이 먼저 떠나기 전, 세이렌의 손을 붙잡고 남긴 마지막 유언.

언젠가 저 하늘에서 모두를 다시 만날 거라고.


세이렌은 그 말을 가슴속에 품고,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린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그를 떠올리며

세이렌의 노래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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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추억을 품고 당신을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