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 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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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비밀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어두운 비밀부터, 그저 다른 사람을 짝사랑 하는 풋풋한 비밀까지.


080의 대원으로 활동하며 나 또한 수많은 비밀들을 접하고 알게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확신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을 갖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여름 해변, 청명한 파도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이 곳에

사령관 님과 나,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라유리, 뭘 그렇게 적고 있니?"


"후훗, 궁금하세요?"


모처럼 단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 휴식을 겸 해 아무도 없는 이 해변에 사령관 님과

함께 해변의 경치를 즐기며 파라솔의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가 계속해서 수첩을 들고 있자 사령관 님은 호기심이 생기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아무리 사령관 님이라 해도 보여줄 수 없었다.


"죄송해요. 아무리 사령관 님이라 해도.. 이건 보여드릴 수 없답니다."


"쳇, 우리 사이에 그러기야?"


내 대답에 사령관 님이 가볍게 아쉬운 기색을 보이셨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사령관 님이 진심으로 아쉬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밀은 여자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법! 죄송해요 사령관 님."


피식 웃으며 말하자 사령관 님도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독서를 시작하셨다.

마치 큰 비밀을 숨기는 듯 말 했지만, 사실 수첩의 내용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사령관 님의 모습과 그때의 상황을 그리고, 적을 뿐... 별건 아니에요...'


사실 진정 중요한 비밀을 기록해 놓는 것은 첩보 요원이 가장 해서는 안될 일이다.

나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스스로 외워두는 편이었다. 이 수첩은 그저 더미.

미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령관 님과 만나고 이 수첩은 내게 가장 중요한 비밀이자 보물이 되었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려 놓는 것. 내게 이보다 소중하고 값진 보물은 더 없었다.


"시라유리."


"네.. 앗..."


어느새 다가온 사령관 님이 나를 뒤에서 끌어 안으며 내 어깨에 턱을 괴었다.

그러고는 눈 앞의 바다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사실 그 수첩의 내용, 다 알고 있어."


"네..?"


그의 장난기 섞인 말투, 하지만 그에게 나의 일기장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그저 킥킥 웃으며 내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 항상 나를 보면서 수첩에 무언가 적었잖아. 보나 마나 나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을 적어두었겠지."


"앗...!"


순식간에 내 얼굴에 피가 쏠려 붉어지고 열이 올랐다. 마치 철없던 시절의 흑역사를

까발려진 것처럼, 당황하여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창피해?"


"으... 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마치 귀여운 아이를 보는 것 같은 그의 시선이 느껴져

더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내 턱을 가볍게 한 손으로 받쳐 들고 입을 맞췄다.


"음..."


"오.. 정말 맞았네?"


"아아아...!!"


키스로 정신이 팔린 덕분에 어느새 내 수첩이 사령관 님의 손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내 수첩을 가볍게 읽더니 더욱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하핫! 시라유리는 생각보다 정말 귀엽구나?"


"으... 놀리지 말아주세요."


이미 자신의 약점을 들킨 시점에서 첩보 요원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 수첩을 한쪽 구석에 살포시 내려놓고 나를 조심스럽게 자리에 눕히며

내 위에 올라타듯 덮쳐 누르며 내게 다시 한번 진한 키스를 시작했다.


"으읍... 음..."


한참을 이어진 혀와 혀가 얽히는 진한 키스. 정신이 또다시 몽롱해 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첩보 요원으로 태어나서 훈련을 받아도, 사랑하는 남자의 품을 거역할 수 없었다.


"시라유리."


"네, 사령관 님..."


"너의 비밀은 내게 모두 들켰네."


"네..."


사령관 님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마치 도자기를 닦듯이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으며 나를 더욱 매료 시켰다.


"들켜버린 비밀들은 어쩔 수 없으니까.. 지금부터 너와 나 만의 새로운 비밀을 만들자."


그의 손길이 내 수영복 상의를 조심스레 벗기기 시작했다. 혼자 간직했던 내 비밀이 

그의 손길에 벗겨졌다. 그의 손길이, 그의 말 한 마디가 모두 내가 품어온 비밀과 섞여 들었다.


혼자 간직했던 나만의 비밀이 이제는 그와 함께 공유하는 비밀이 되었다.

나는 그를 마음에 품은 그 시점에서, 이미 비밀을 지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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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간직했던 나만의 비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