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헬리 문학 모음집    


같은 시각, 다른 곳을 탐색 중인 A조. 설비 창고를 발견한 셋은 창고에 저장된 품목들을 확인했다. 식료품은 옛저녁에 부패해서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 외의 장비들은 아직 양호해보였다. 특히 컴퓨터나 기계장비, 그 밖의 공구들과 산업시설들이 멀쩡한 편이었다.


"어때요, 아자즈?"


부품들을 정리하던 리앤이 물었다. 아자즈는 대강 모은 부품들을 자기 식으로 조립해보고는 그 성능에 감탄했다. 설계도가 아닌 아자즈 본인의 짐작대로 맞춘 총기는 어지간한 제식병기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허할 성능을 자랑했다.


"그야말로 금맥을 찾은 기분이에요. 보아하니 이 시설은 에인헤랴르를 양성하는 것보다 그들이 다룰 장비들을 실험하던 곳이었나봐요."


"그러면 혹시 메인프레임에서 발견했던 AGS의 설계도도 여기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아자즈는 즉석에서 만든 이동형 저장탱크에 부품들을 실어담기 시작했다. 만약 메인프레임에 에인헤랴르 제작기술이 없다고 해도 이런 부품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오르카의 부족한 설비들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리앤과 아자즈 모두 나름의 수확에 기뻐하고 있을 때 경계를 하던 펜리르가 털을 세웠다.


"피냄새...누가 온다..!"


다급한 펜리르의 경고에 리앤이 흠칫했다. 설마 벌써 발각된 걸까? 혹시 B조가 위험에 처한 건가? 온갖 추측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리앤은 그것보다 현 상황의 대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리앤은 즉각 펜리르를 곁으로 부르고 아자즈에게 맡겼다. 아자즈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녀의 품에서 정사각형으로 접힌 천이 나오더니 그것을 펼쳤다. 천은 순식간에 셋을 덮을 만큼 넓게 펼쳐졌다. 이윽고 천이 완전히 그녀들을 뒤덮자 빛을 내더니 이내 셋의 몸이 완전히 주변의 풍경과 동화되었다.


팬텀의 광학미채를 토대로 아자즈가 만든 위장 망토였다. 거기에 아자즈의 추가 업그레이드로 모습은 물론 소리나 열까지 완벽하게 차단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만큼 전력 소모가 추가되어서 오래 쓸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완벽히 몸을 은폐시킨 셋은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위이이이잉


기이하게 공기가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창고 앞을 지나친 것은 셋에게도 익숙한 형상의 바이오로이드였다. 메이드복, 뒤에 달린 날개, 거대한 가위. 시저스 리제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거대 가위 말고도 돌격소총을 손에 들고 있었고, 얼굴 전체를 뒤덮은 무표정한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누군가 희생됐는지 피칠갑이 된 채 바닥에 흘리고 있었다. 리제의 어깨에는 펙스의 상징과 함께 알파벳 O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스 문자의 O. 


"오미크론."


"저 여자, 이상해. 아무 느낌도 안 들어."


펜리르가 리제를 보며 중얼거렸다. 


"안 느껴진다니, 무슨 뜻이야?"


"심장 소리나 그런건 느껴져. 근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숨소리도 잘 안 들리고. 날아갈 때 손이나 팔이 떨리지도 않아."


"네, 저 리제는 바이오로이드보다 오히려 기계에 더 가깝게 느껴져요."


펜리르의 말에 아자즈가 동의하며 덧붙였다. 생물이라면 기본적으로 약간의 흠이나 빈틈이 보인다. 그리고 그 빈틈이 되려 그것이 올바른 생물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그것이 보이지 않을 경우 알 수 없는 위화감에 빠지곤 한다. 그 옛날 인간들은 안드로이드가 눈을 깜빡이지 않거나 웃는 모습이 딱딱하다면 도리어 그것들에게서 알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한다. 펜리르와 아자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자신들을 지나쳐가는 저 리제는 도저히 자신들과 같은 바이오로이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셋은 광학미채를 뒤집어 쓴 채 조심히 리제의 뒤를 따랐다. 발소리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셋은 침묵을 유지한 채 그녀를 미행했다. 리제는 셋의 존재조차도 감지하지 못한 채 자기 갈 길을 갈 뿐이었다. 이윽고 리제가 복도에 위치한 문 앞에 멈춰서더니 번호판을 조작했다. 


띠띠띠 띠-이


패널은 빨간 불빛을 내며 요란하게 울렸다. 입력한 번호가 틀린 모양인 듯 하다. 번호가 틀리자 리제는 미련없이 왔던 길로 돌아가려 했다. 셋은 벽에 바짝 밀착해 리제가 자신들을 지나치게 두었다. 이윽고 코너로 돌아 리제가 완전히 사라지고 한참 후 셋은 광학미채를 벗어던졌다.


"아자즈, 이 방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나요?"


아자즈는 바로 문의 패널을 확인했다. 보안등급 1등급. 최고 수준이었다. 이정도로 철저하다면 더 볼 것도 없었다.


"여기가 메인프레임 기동실인 것 같아요."


"드디어!"


리앤이 쾌재를 불렀다. 


"문을 열 수 있나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 펙스 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던 곳이니까. 집중해야하니 잠깐 기다려주세요."


말을 마치고 아자즈는 자신의 장비를 꺼내 작업에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전적으로 아자즈의 실력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리앤과 펜리르가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아자즈. 저희는 아까 그 리제를 따라가볼테니."


"작업이 끝나면 무전할게요. 다녀오세요."


작업에 몰두한 아자즈를 뒤로 하고 리앤과 펜리르는 조금 전 사라진 리제의 뒤를 쫓았다. 펜리르가 코를 킁킁 대며 리제가 남긴 흔적을 탐색했다. 


-칙 여기는 B조 장화. A조 리앤대장 응답하라.


때마침 적절하게 장화에게 무전이 왔다. 


"여기는 리앤. 메인프레임 룸을 발견했다. 현재 아자즈가 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쪽은 뭐 발견하거 있어?"


-생존자 이프리트를 찾았어. 도시 쪽에 거주하던 생존자였다고 해. 그런데 오면서 펙스 쪽의 브라우니들도 발견했는데 뭔가 이상했어.


이상하다는 말에 리앤과 펜리르는 조금 전 자신들이 본 리제를 떠올렸다.


"실은 우리도 펙스 소속의 리제를 봤어. 이상하다는게 혹시 아무 반응이 없거나 무슨 기계같은 느낌이야?"


-맞아! 무표정하고 머리에 무슨 구속구 같은게 채워져 있었어! 아 그리고 이곳에 온 펙스 세력의 리더가 누군지도 알아냈어?


쿵!!


그때 천장이 크게 요동쳤다. 천장의 판낼 틈으로 먼지가 부스스 떨어지더니 지하 전체가 요동쳤다.


"왓..뭐.뭐야?"


"으르르르...!!"


충격음에 리앤과 펜리르가 몸을 떨었다. 지진인가? 하지만 지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기이했다. 여러모로 부자연스러운 진동이었다.


-서둘러야겠어, 리앤 대장. 흐룽그니르가 포로를 고문하고 있는 거 같아?


"흐룽그니르? 그게 펙스의 리더야?"


-응, 이프리트가 그렇게 말했어. 아, 이프리트는 지금 우리하고 같이 동행하고 있어.


"현재 위치가 어디야?"


-잠깐만.


장화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느라 무전에서 나갔다. 리앤과 펜리르는 무전을 기다리며 리제가 지났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던 중 장화에게서 다시 무전이 왔다.


-여기 벽에 E-7이라과 적혀 있어.


E-7. East, 동쪽 지하 7구역이란 뜻이었다. 리앤이 둘러보니 자신들이 있는 곳은 S-7이었다. 남쪽 7구역. 근방이었다. 


"거기서 대기해, 장화. 우리가 그쪽으로 갈테니까."


짧게 무전을 마치고 리앤은 우선 펜리르를 그 자리에 대기시켰다. 리제의 뒤를 쫓는데 펜리르의 탐색 능력이 필요한데, 여기서 펜리르가 흔적을 놓치면 곤란했다. 리앤은 홀로 동쪽 섹터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B조와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장화, 여기야."


"리앤 대장."


B조가 다시 만난 수색대 대장을 반겼다. 장화의 말대로 B조는 새로 구출한 이프리트가 합류해 있었다. 오랜 부상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발로 걷지 못하고 에밀리의 제녹스에 올라탄 상태였다.


"반가워요, 이프리트. 수색대의 대장 자비로운 리앤이라고 해요."


"몸 상태가 이래서 악수를 못해. 이해해줘."


"펙스 세력의 리더가 흐룽그니르라고 하셨죠?"


"그래...그 년이 나와 내 동료들을 습격했어. 우리 말고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그년의 포로가 된 상태야."


"스카디는 곧장 메인프레임 룸으로 가세요. 아자즈가 거기 있어요. 지금쯤이면 문을 여셨을 거예요. 에밀리는 스카디님을 따라가. 가서 아자즈와 스카디, 이프리트를 지켜드려."


"응....알았어. 리앤 대장."


"장화와 시그룬은 나를 따라와. 그 펙스의 리더가 어떤 자인지 한번 확인해봐야겠어."


둘은 말없이 리앤의 결정에 따랐다. 다시 펜리르와 합류한 셋은 다시 리제의 흔적을 뒤따랐다. 다 무너져가는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 한참을 걷던 중 넷은 어느새 지하3층에 다다랐다.


쿵!!


충돌음이 더 크게 들렸다. 수색대는 펙스의 세력과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했다. 그와 함께 멀리서 대화를 나누는 듯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더 이동하면 연구소의 중앙통제실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넷은 숨을 죽인 채 다시 발을 옮겼다.


얼마나 올랐을까. 연구소의 지반이 무너져 지하 3층인데도 하늘이 보였다. 그 때 시그룬이 수신호로 정지를 외쳤다.


"왜 그래?"


"말 소리가 들려. 들어봐..."


시그룬의 신호에 넷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정말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제...제발 살려주시지 말입니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지 말입니다...."


공포에 절은 목소리는 브라우니였다. 그녀는 누군지 모를 인물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도대체 내 말귀를 못 알아먹는거냐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거냐. 죄다 똑같은 말만 지껄이는군."


브라우니의 애원에 의문의 인물이 대답했다. 넷은 그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비정하고 냉혹한 목소리. 자신이 마주한 브라우니를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 버러지처럼 여기는 목소리였다. 여성의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굵직한 데다 걸걸한 음성은 덤이었다. 리앤은 수신호로 장화와 시그룬에게 다른 경로로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둘은 빠르게 다른 경로로 목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찢어진 채 다시 이동하면서 장화는 잊지 않고 주변 곳곳에 폭탄과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리앤과 펜리르도 만약을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하며 나아갔다. 한참을 준비를 하는 도중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여전히 브라우니는 영문을 모른채 애원할 뿐이었다.


"제발 풀어주시지 말입니다...저희는 아.아무것도 모르지 말입니다..."


콰직


그때 불쾌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그 파열음과 함께 비릿한 혈향이 폭발하듯 퍼졌다. 장화와 시그룬은 보지 못한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어 누군가가 다시 대답했다.


"그게 네년이 죽는 이유다."


너무나 차가운 대답에 몸이 절로 떨렸다. 장화와 시그룬은 서둘러 발을 재촉했다. 이윽고 둘은 지하 1층, 중앙통제실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둘은 마침내 먼저 도착한 펙스 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전 리제와 브라우니, 그 밖의 바이오로이드 세력들이 보였다. 펙스와 오미크론의 로고를 어깨에 새겼고, 저마다 가면이나 긴고아와 같은 구속구를 찬 그들은 모두 무기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들에게 영혼과 감정을 제거한 듯 보였다. 그리고 구석에는 그들과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보였다. 


저마다 다른 기종들이 특색없이 모였지만 모두 숱한 고생으로 다 해진 복장이었고, 지속된 고문으로 엉망이 된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선 처음 보는 바이오로이드.


"뭐...뭐야 저게...."


장화는 단박에 그녀가 이프리트가 말한 흐룽그니르 라는 바이오로이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외형은 그야말로 이프리트가 말한 내용에서 토씨 한 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위압적이었다.



흐룽그니르는 장화는 물론 시그룬이나 리앤, 펜리르조차도 이전에 본 적 없는 모습의 바이오로이드였다. 기본 신장부터 2M를 가뿐히 넘기는 어마어마한 키에 그에 걸맞는 무시무시한 풍채를 자랑했다. 오르카의 통령 라비아타도 오리진더스트의 과용으로 다른 이들보다 큰 체구였는데 흐룽그니르는 차원이 달랐다. 몸 전체가 마치 근육을 마구 덧붙인 것 같았고, 얼굴에도 근육과 살집이 두툼했다. 사각진 두상은 그에 걸맞는 굵고 사나운 눈빛이 비정하게 번뜩였다. 그 근육질의 몸에 걸친 갑옷들 또한 그녀와 마치 한 몸인 듯 위화감이 없었다.


특히 흐룽그니르의 위압감은 그녀가 등에 매고 있는 거대한 철퇴에서 더욱 드러났다. 마치 뾰족한 바위에다 그대로 손잡이를 꽂은 듯 투박하고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되려 그 모습에서 원초적인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흐룽그니르는 자기 발밑을 구르는 조금전 자신에게 애원하던 브라우니의 몸뚱이를 걷어차냈다. 흐룽그니르의 손은 피로 흥건히 젖었고, 브라우니의 머리는 소실된 채 몸만 남아있었다. 흐룽그니르가 걷어찬 브라우니의 시신을 펙스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치워냈다. 그녀들이 옮긴 자리에는 또다른 포로들의 시신들이 한 곳에 엉켜있었다.


장화와 시그룬이 그 모습에 경악하며 분노에 찰 때 흐룽그니르가 포로들에게 다가갔다. 바이오로이드들이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지만 흐룽그니르는 아랑곳 않고 다음 포로의 목을 들어올렸다.


"큭...!!"


다음 희생양이 된 자는 노움이었다. 


"다음은 네 년이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저기 저 쓰레기들하고 같은 이부자리를 쓰게 될 것이다."


흐룽그니르가 으르렁대며 노움의 목을 조였다. 한손으로 노움의 목을 가뿐히 쥐고 조여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느껴졌다. 


"이 연구소의 메인프레임 룸. 데드락이 걸려서 펙스의 아이디 키도 먹히지 않는다. 그러니 마지막 기회다. 들어갈 방법을 말해라."


그럼에도 목을 잡힌 노움은 지지 않고 흐룽그니르를 노려봤다.


"내가 입을 열 일은 없을테니 빨리 죽이기나 해라, 곰같은 년!!"


이미 얼굴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노움은 자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흐룽그니르에게 전혀 겁 먹은 기색이 없었다. 되려 흐룽그니르에게 모욕적인 욕을 퍼부을 정도였다. 흐룽그니르는 되려 그런 노움에게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야 좀 징징대지 않는 년이 나왔구나."



"크흑...."


"하지만 틀린 대답이다."


흐룽그니르가 목을 조르자 노움이 버둥거렸다. 팔다리로 흐룽그니르를 쳐내며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흐룽그니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노움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더니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시그룬이 나서려했지만 장화가 제지했다.


"안 돼. 신호를 기다려!"


장화 또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시그룬이 분한 듯 이를 갈았다. 그 사이 노움은 질식해 가며 더이상 저항조차 못하고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저 노움의 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반짝.


장화는 건너편에서 본 신호를 놓치지 않았다. 리앤의 신호다. 이제 시작이다.


"지금이다!"


삑!


콰앙!!!


리앤의 신호를 접수한 장화는 바로 버튼을 눌렀다. 이곳에 오면서 설치한 폭탄들이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꺄악!!"


연구소 전체가 폭발로 떨리기 시작했다. 포로들은 갑작스런 폭발에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공포에 떨었다. 흐룽그니르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 노움을 팽개쳤다.


"뭐냐?! 가서 확인해봐!!"


흐룽그니르가 자신의 세력에게 명령을 내렸다. 리제와 브라우니들이 폭발의 근원지를 향해 가려던 그때.


철컥 탕!


푸화아악!!!


"큭..!!"


리앤의 연막탄이 흐룽그니르에게 그대로 직격했다. 녹색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오르더니 그 일대를 완전히 자욱하게 감쌌다. 연막을 틈타 리앤이 엄폐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이야. 펜리르, 포로들을 구해! 장화, 시그룬!! 흐룽그니르를 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