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며칠 간 잘 부탁할게, 칸.


우리야말로 잘 부탁하지.


뭔가 흠 잡을 곳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그냥 웃어 넘겨주길 바란다.


알다시피 바보들이 모인 부대라서.


 

하하하...



쾅!



 

말 끝나기가 무섭군.


무...무슨 소리야? 이건?


하! 이! 에! 나! 무슨 짓이야!


 

지금 사령관님 와 계신 거 몰라!?


 

캬하하하하! 환영의 폭발이지!


 

앵거 오브 호드에 온 걸 환영해, 사령관!


거기서요, 하이에나!


 

......


 

......저 녀석 나름의 환영이니...웃어 넘겨주길 바란다.


 

하...하하하하.




오? 사령관. 온다고 들었는데 진짜 왔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한 잔 어때?


근무...시간이다...워울프.


딱딱하게 굴지 말자고, 대장.


오늘 만큼은 과업 다 끝내고 마시는 거니까.


......'오늘 만큼은' 이라는 말만 안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하하...



쾅!



엎드려 사령관!


여기는 칸, 탈론페더, 지금 무슨 일이지?


여기는 탈론페더. 어...그러니까...


하이에나가... 또 폭탄을 터트렸어요.


......알았다...수고해라...


 

......그렇다고 한다, 사령관.


 

...사령관?


 

읍! 읍! 읍!


아앙. 사령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내 가슴을 주무르는 거야?


좋아. 나 불붙었어. 제대로 놀아보자고.


......일어나라, 워울프.


......이런 바보들 밖에 없는 곳이라 미안하다, 사령관.




여기가 우리 부대 보급창고다.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네?


우리 부대 보급관은 편집증이 있거든.


사령관의 말을 들었으면 기뻐했을 텐데, 마침 휴가라서 듣지 못하는군.


 

재고 대장은 어디 있어?


 

여기



쾅!



위험해!


 

윽!


 

괜찮나, 사령관?


 

나, 난. 괜찮아.


 

무슨 일이야?


거기서 하이에나! 


오늘 기필코 그 버릇을 고쳐줄 거예요!


 

캬하하하하하하핫! 나 잡아 봐라!


또 하이에나가... 폭탄을 터트렸나 보군.


 

......평소보다 더 극성이다.


 

하..하하...




 

여기가 우리 병기창이다.


 

작은 나사부터 크고 복잡한 메카까지 전부 여기서 수리하지.


 

다시 말하지만...바보들이 모인 곳이다보니...제일 바쁜 곳이기도 하다.



쾅!



 

......슬슬 위험해지는 데.


 

캬하하핫! 야! 사령관! 어땠어 이번 폭발은?


 

응...어? 어.


 

얼빠진 거 봐! 셸 쇼크?


 

그 만큼 폭발이 쩔었다는 거지?


 

하이에나.


 

응? 왜?


 

네가 폭파 전문가고, 폭발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지 않나.


 

지금 사령관이 우리 부대에 시찰을 왔는데 이런 식으로 소란을 일으키면

다른 부대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리고 만에 하나 네 폭발로 인해 사령관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은?


 

......


 

자중해라. 안 그러면 나도 너를 처벌할 수 밖에 없다.


 

......


 

씨잉!


 

대장 바보! 사령관 바보! 겁쟁이! 멍청이!


 

......


하이에나 발견!


영창에 넣어버리기 전에 거기 서요!


바보! 겁쟁이! 다 멍청이야!


 

......


 

......


 

사령관...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응? 어? 응.




 

뇌관을 여기에다가 두고, 장약은 이렇게 쌓아두고, 여기다가 지연 신관 장치를 설치하면


 

캬하하핫! 지대공 폭탄 완성.


 

이 정도 화력이라면 모두 놀라 자빠지겠지?


 

응. 놀라 자빠지고 화나서 하이에나 쫓아오겠지.


 

윽! 사령관.


 

명령이야, 도망가지마 하이에나.


 

앗!


 

바...발이 안 움직여.


 

......인간의 명령권 무섭네...


 

하이에나. 지금 전부 잠든 시간에 폭탄 터트리려고 한 거야?


 

......


 

잠을 방해 받으면 누구나 화내. 그건 알고 있지?


 

알고 있다, 뭐...


 

그리고 칸이 말하더라. 오늘 네가 평소보다 더 극성이라고.


 

왜 그랬어, 하이에나?


 

......몰라


 

응?


 

...몰라.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


 

사령관 온다고 해서 제일 좋은 화약 구해서 제일 멋진 폭발 보여주려고 했어.


 

그냥...그러고 싶었어.


 

그런데 전부 그러지 말라고 날 말려.


 

짜쯩나!


 

그래서 진짜 제대로 된 폭발을 보여주겠다고 반발감이 생겼어.


 

그래서 보여줬어!


 

그런데 전부 화내면서 쫓아와.


 

심지어 칸 대장도 하지 말라고 했어..


 

바보야 전부! 바보! 겁쟁이! 멍청이!


 

......하이에나.


 

씨잉! 나는 그냥 사령관한테 화려하고 멋진 폭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왜...보여주고 싶었어?


 

이유가 어딨어! 그냥 보여주고 싶으면 보여주는 거지!


 

......


 

하이에나...내 손 잡아봐.


 

...응.


 

그리고 내 얼굴 바라봐.


 

......


 

......


 

......


 

......어때?


 

모르겠어...뭐야...이거? 이상한 기분이야.


 

어떻게 이상한데?


 

사령관이랑 잡고 있는 손은 전기식 격발기를 달아놓은 것처럼 찌릿찌릿해.


 

몸은 폭발 후의 파편처럼 뜨겁고


 

머리는 섬광탄처럼 하얗게 변해.


 

심장은...폭발할 것처럼 미친 듯이 뛰어.


 

그리고 가슴 한 가운데가...도화선이 타틀어가는 것처럼 초조해져.


 

......폭발할 것 같아.


 

......왜 그런 거 같아?


 

.....모르겠어...이런 적이 없었어...


 

......좋아해. 하이에나.


 

어?


 

.....이 말을 들으니 어땠어?


 

......폭발하는 줄 알았어...


 

눈앞이 쾅! 심장이 쾅! 머리가 쾅!


 

......


 

왜...그런 거 같아?


 

왜 나랑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니까 이상해지고.


 

왜 내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폭발할 것 같았을까?


 

......


 

......좋아...하니까?


 

사령관 한테 멋진 폭발 보여주려고 한 것도 내가 사령관 좋아해서 그런 거야?


 

사령관 관심끌려고 사령관 주위 빙빙 돈 것도?


 

사령관이랑 손잡고 얼굴 마주하니까 폭발할 것 같은 것도?


 

사령관한테 좋아한다는 말 들으니까 폭발한 것처럼 느껴진 것도?


 

......


 

캬하하핫! 말 되네!


 

폭발은 좋은 거니까.


 

폭발할 거 같아지면 좋아하는 거지.


 

......


 

......


 

.....정말이야?


 

뭐가?


 

나...좋아하는 거...


 

좋아한다고...말했잖아.


 

좋아해, 하이에나.


 

몇 번이고 더 말해 줄 수 있어.


 

좋아하니까.


 

사령관 이상해.


 

나처럼 이상한 애를 좋아하다니...


 

이상하니까 좋아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하이에나가 이상하든 아니든 나는 하이에나가 좋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


 

좋아해. 사령관.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씨잉... 거짓말이면 터트려 버릴 거야.


 

하하. 그게 무서워서라도 계속 좋아해야겠네.


 

......거짓말이야...안 터트릴 거야..


 

좋아하는데 어떻게 터트려.


 

.....하이에나...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너...속옷 안 입어?



















 

답답해서 안 입어.


 

......


 

밤이 깊었으니까 폭탄은 내일 터트리고...불장난할까?


 

사령관...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불장난은 알아.


 

......싫어?


 

......


 

캬하하핫! 폭발만큼 불장난도 좋아해, 사령관.


 

또 다시 나한테 멋진 폭발을 보여줘.






 

모두 아침 일찍 모여줘서 고마워.


으어...숙취 때문에 죽겠는데...왜 모이라고 한거야.


술 작작 마셔요. 사령관님께서 집합 시키셨는데도 그러면 어떡해요.


 

여기 꿀물요.


저기 공터에 있는 것들은 뭐야?


......화기엄금이라고 써져있는데? 어...거기에 하이에나가 가는데?


뭐!? 말려! 말려!


 

괜찮다.


 

하이에나가 설치한 것들이니까.


 

사실 모두에게 용건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하이에나야.


 

모두 모여줘서 고마워!


 

어제 내가 좀 소란스럽게 했지?


조금?


조금?


 

하하하하! 내가 어제 텐션이 좀 많이 업되서 말이야!


 

어쨌든 사과의 의미로 멋진 폭발을 보여주려고!


불안한데...어? 샐러맨더 어디가!?


난 살고 싶어!


 

자 기대 하라고.


 

10 9 8...귀찮으니 생략! 1! 폭파!




쾅! 쾅! 쾅! 쾅! 쾅! 쾅!


오?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멋지네? 다탄두 신호탄인가?


그러네요...어? 글자가 보이는데요? 어디 보자...


좋   아   해   사   령  

 


......


......


 

후훗..


 

하...하...


뭐야, 하이에나. 이렇게 로맨틱한 짓도 할 줄 알잖아? 공개 구애라니.


사령관, 어제 하이에나랑 했어?


 

......노 코멘트.


 

했네 했어...


뭐? 뜬금없이? 말해줘. 어떻게 고백했어? 누가 먼저?


혹시 영상은 없으신가요? 하이에나 방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서 설치를 안 해뒀거든요.


 

무사히 해결했군.



 

캬하하하하하핫!


 

내 인생 최고의 폭발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