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조금 매움 새드 엔딩

*이전 글 흰 눈이 내리는 밤, 당신을 그리우며 발키리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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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령관~ 미안해.. 요즘 내가 조금 뜸했지?"


팔에 책 한 권을 끌어안고 하르페이아가 사령관이 영면을 취하고 있는 

묘의 앞으로 다가왔다. 함께 보내온 기나긴 세월을 계속 서로의 곁에서 머물렀기에

그의 빈 자리는 한동안 메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에는 좀 적응이 된 모양이야! 최근엔 음식도 2인분 준비하고 버리는 일이 줄었어."


처음 그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그녀는 폐인처럼 지냈다.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오로지 방에 처박혀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어루만지고, 울고, 그와 읽었던 책을 보고...


하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령관이 남긴 마지막

유산들을 돌아보았다. 복원된 세상,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


"이제 세상은 평화로우니까...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지만..."


하르페이아는 철충과의 전쟁이 끝나고 사령관과 함께 일선에서 은퇴하여 세상을 복구하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그 후 복원된 세상에서 둘은 함께 살아가며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그래서 책을 쓰거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헤헤헤.. 사령관은 내 노래를 좋아했잖아."


사령관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을 내려놓았을 때, 마지막으로 하르페이아 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했었다. 그는 그녀의 품에 안겨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사실 나는 그때 이후로 노래도 부르지 않고, 책도 읽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불러온 노래였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낸 다음부턴 노래를 부를 때면

사령관의 얼굴이 생각나 도저히 부를 수 없었다.


독서도 마찬가지, 사랑하는 그의 품에 안겨 책을 읽던 나날이 뼈에 사무치듯 그리워져

도저히 책을 손에 잡지 못했다. 그의 품이, 그의 체온이 생각나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사령관이 내 노래를 좋아 했으니까... 나와 함께 읽었던 책들을 좋아 했으니까."


그 말과 함께 하르페이아가 사령관의 묘비에 등을 기대며 자리에 앉았다.

따뜻했던 그의 체온 대신, 지금은 차가운 대리석의 느낌이 그녀의 등에 전해졌다.


"하아~ 사령관의 품이 언제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그녀의 마음에도 등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산 자와 죽은 자. 사령관과 그녀의 거리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무리 불러도 들을 수 없고,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닿지 않는 그들의 거리.


"어때? 잘 보여? 최근 내가 완성한 로맨스 소설이야."


하르페이아의 손에 들려있는 적당한 두께의 책, 최근 그녀가 완성한 책으로 장르는 단순한

로맨스 쪽이었지만 그 내용은 그녀가 사령관과 처음 만나고, 그가 죽기 전까지 그 과정을

담아냈다. 그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헤헤.. 어쩐지 창피하네.. 아! 내용은 별 것 없어. 그냥 사령관이랑 나랑..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적은 것 뿐..."


책을 쓰다듬는 하르페이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의 눈물이 떨어진 책의 종이가

눈물을 머금기 시작했다.


"아.. 미, 미안해.. 헤헤헤.. 그냥.. 그냥 너무 보고 싶어서.. 사령관이.. 너무 그리워서.."


하르페이아의 눈에서 끝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입은 웃지만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따스했던 그의 품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기에.


언제나 상냥하게 안아주던 그의 팔이 없기에, 그녀는 이 장소에 올 때면 언제나 그에게 

등을 기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너무 멀어져 보이지 않는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울지 말라고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건데.. 이젠 사령관이

없으니까 이렇게 사령관이 떠난 방향을 쳐다보는 것 말고는 모르겠어..."


선선한 가을의 바람이 하르페이아의 손에 들린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마치 예전에 그의 품에 안겨서 독서를 하던 그 때처럼, 그가 그녀에게 신호를 주었다.


"아... 헤헷, 알겠어. 다 읽은 거지? 훌쩍! 그럼 다음 페이지로 넘길게!"


하르페이아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서 독서하는 그녀의

소중한 취미, 그 취미를 즐기는 시간에 눈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야트막한 언덕, 사령관이 묻힌 장소에서 하르페이아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서 책을 읽는 그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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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너의 품을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