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토이아 있어?


오? 대장. 무슨 일이야?


 

아. 별건 아니고. 스파토이아 별에 대해서 잘 알아?


 

하하! 누구 보고 별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물어보는 거야?


 

전문가지.


 

그러면 같이 나가자.


 

왜? 무슨 일인데?


 

오늘 저녁에 유성우가 있다고 해서 그거 보러 가려고.


 

스파토이아라면 이런 거 잘 알 거 아냐. 


 

겸사겸사 호위도 필요하고.


 

하하하하! 딱 맞춰서 왔어.


 

별이면 별! 전투면 전투! 양쪽 다 전문가인 나에게 맡겨!




 

어우! 이제 반팔만 입으면 춥겠네.


 

단련이 부족해서 그래. 단련이.


 

.......온 몸에 장비 둘둘 두른 사람한테 그런 말 들으니 빈정 상하는데?





 

하하. 우주는 춥고 뜨거우니까 어쩔 수 없지.


 

......


 

왜?


 

스파토이아는 남심을 자극하네.


 

무..무슨..


 

거대 강화 외골격에 매스 드라이버라니...나도 타보고 싶어.


 

아....


 

하하하하! 무리야, 대장. 나도 이거 타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스파토이아라는 이름은 X74외골격을 탈 수 있는 정예병에게 주어지는 이름이야.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이 타면 다친다고.


 

그런가...


 

너무 실망하지는 마.


 

오오?


 

내가 이렇게 안고 가면 되잖아.


 

꽉 잡아, 대장! 달린다!


 

오오오오!


 

겉보기에는 둔중해 보이는데 빠르네?


 

우주에서는 추진제를 쓸 수 있어서 훨씬 빨라져.


 

......


 

왜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대장?


 

혹시 겁먹은 거야?


 

......스파토이아...생각보다 가슴 크구나.


 

뛸 때마다 격하게 흔들려...


 

역시 남심을 자극하네.


 

던져 버린다, 대장!?




 

금방 도착했네.


 

X74외골격이니까.


 

......


 

왜?


 

아니...번호가 좀 야하다 싶어서..


 

나 그냥 가버린다!?


 

농담이야, 농담.


 

하아...그런데 이제는 입김이 나오네.


 

여름 축제 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고보니 축제 때 스파토이아 못 본 거 같은데 뭐했어?


 

아, 코코랑 후사르랑 에이다랑 스팅어랑 같이 우주 개발 계획 검토하고 있었어.


 

왜?


 

왜냐니? 인류 재건하면 우주 개발은 필수잖아.


 

그걸 벌써 해?


 

벌써가 아니야. 우주 개발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무조건 문제가 터져.


 

옛 시대 메뉴얼 보면 몇 천 페이지나 되는 게 잔뜩 있었다니까?


 

그러니 지금 미리 준비해둬야지.


 

......스파토이아는 인류가 재건 될 거라 믿어?


 

당연하지!


 

내가 여기에 있잖아.


 

하하하하.


 

그리고 모두가 있고.


 

대장이 있잖아.


 

그런데 인류가 재건이 안 될 리 없지!


 

......


 

책임이 막중하네.




 

유성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년 같은 시기에 관찰할 수 있어. 그 이유는 지구의 공전 때문인데.  


 

지구가 공전하면서 공전 궤도 중에 혜성의 파편이 있는 지대를 지나면

그 파편들이 대기권에서 불타면서 유성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유성우의 유성들은 무언가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그쪽으로 달려가면서 생기는 거지.


 

우리가 오늘 보게 될 유성우는 오리온 자리 유성우인데, 이건 핼리 혜성의 파편에 의해 생긴 유성우야.


 

와. 역시 전문가네.


 

하하, 고작 이 정도로 전문가라고 하면 진짜 전문가들이 비웃지.


 

그래도 고마워 대장.


 

스파토이아. 


 

응?


 

외골격에서 내려올 수 있어?


 

계속 올려다보니까 목이 아파오네.


 

음...그러면 만일의 경우에 즉시 대응하기 힘든데?


 

괜찮아. 여기 안전 구역이잖아.


 

음...


 

대장이 그렇게 말하는데 그러면 그럴까?


으쌰!

 

......스파토이아는...생각보다 몸이... 좋네.


 

단련의 결과지!


 

그 의미가...아닌데.


 

응?


 

아, 아냐. 아무것도.


 

자. 스파토이아, 너도 누워.


 

응!


 

돗자리 안 가져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돗자리 깔아도 싸늘한데 안 깔았으면 아예 눕지를 못했겠지?


 

고개를 계속 들고 있으면 힘드니까 필수지.


 

내가 말했잖아. 가져가자고.


 

역시 전문가.


 

아.. 저거 유성 아냐?


 

아냐아냐. 저건 우주 정거장.


 

이렇게 딱 자전 궤도로 지나가잖아. 꼬리도 없고.


 

아. 저거는?


 

아! 맞아.


 

슬슬 시작하겠네.


 

물론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것은 보기 힘들어.


 

많아 봐야 한 시간에 서너 개?


 

......유성우라는 이름이 운다.


 

하하하하! 사자자리 유성우라면 모를까, 오늘 우리가 보는 오리온 자리 유성우는 기대에 못 미칠지 모르겠네.


 

......그래도 괜찮아.


 

응. 천체 관측은 인내심 싸움이니까.


 

그런 의미가 아닌데...


 

응?


 

아..아냐. 아무것도..




 

......그러고보니 유성에 소원을 비는 풍습도 있다던데...


 

맞아. 


 

이런 저런 신화는 많은데

내 생각에는 유성이 불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빌 수 있는 소원이라면

평소에도 생각하고 있던 소원이니까 실현될 확률이 높은 게 정설로 굳어진 거 같아.


 

현실적이지만 이것도 낭만적이잖아?


 

평소에 생각하던 소원을 바라면 실현될 확률이 높다는 거지?


 

그러면 다음 유성이 떨어지면 소원 빌어야겠네.


 

어떤 소원 빌려고?


 

......유성이 떨어지면 빌어볼게.




 

오? 유성!


 

스파토이아가나를좋아하기를.


 

하하. 난 또 뭔 거창한...


 

......소원을...


 

.......


 

스파토이아.


 

내 소원...이루어질 수 있을까?


 

......


 

하하..장난하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을 소원으로 빌었어.


 

장난은 아니야.


 

......


 

내 소원...이루어질 수 있을까?


 

......


 

...왜? 나를 좋아해?


 

예쁘니까.


 

그리고 잘 웃고, 성실하고, 긍정적이니까.


 

그리고 지식도 풍부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지혜도 있어.


 

...뭔가 낭만 없이 현실적인 이유만 대버렸네.


 

......그냥 좋아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으니까.


 

스파토이아. 


 

...내 소원. 이루어질 수 있을까?


 

......


 

다음 유성... 떨어질 때 까지...기다려줘...


 

...응.



 

유성...


 

고백에답할수있는용기를!


 

......


 

흐읍!


 

대장이 나를 좋아해줘서 기뻐!


 

나도 대장을 좋아해!


 

헉! 헉!


 

전 세계에...다 중계되겠다.


 

아니, 전 우주야.


 

나의 스케일은 우주적이니까.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아. 유성.


 

스파토이아와손잡을수있기를.


 

......


 

......잡아도 돼?


 

......응.




 

손에서 따뜻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이네.


 

스파토이아는 따뜻. 아, 유성.


 

대장이랑키스를!


 

......


 

......


 

......안 돼?


 

안 될 리가 없잖아.




 

아. 유성.


 

......


 

저기 유성.


 

......


 

......


 

......


 

소원...안 빌어?


 

......멀리 떨어진 유성이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스파토이아에게 빌고 싶어.


 

스파토이아...


 

......으응.


 

스파토이아랑...도킹하고 싶어.


 

......


 

하하하하하하!


 

그게 뭐야 대장!


 

아니...뭔가 천문학적인 단어를 생각해야겠는데...그쪽에 지식이 부족하니까 이런 거 밖에 안 떠오르더라


 

.....


 

......대장.


응.


 

비...비...빅뱅 일으켜 보지 않을래?


 

......


 

푸훕!


 

웃지마!


 

아..아니..뭔가 천문학적인 단어가 나올거라 예상은 했는데.


 

비..빅뱅은 예상 외라서.


 

처...천문학은 생물학이 아니라고!


 

도킹보다는 낫잖아!


 

그건 인정할게.


 

......


 

......


 

...빅뱅...일으켜볼까?


 

......응.







 

날도 슬슬 밝아지네.


 

하암! 피곤해.


 

날 밝으니까 유성우도 그쳤네.


 

그친 게 아니라 밝아서 잘 안 보이게 된 것 뿐이야.


 

그래도 마지막으로 빌고 싶은 소원이 있었는데...


 

나돈데...


 

그러면...조금 더 기다려볼까?


 

응!



 

                    ......


                    유성!


 

영원히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