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헬리 문학 모음집     


제목이 너무 길어서 줄여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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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르, 포로들을 구출해!"


연막을 틈타 적들이 우왕좌왕할 때를 놓치지 않고 리앤이 명령했다. 펜리르는 즉각 등 뒤의 쌍날검을 빼들고 흐룽그니르에게 달려들었다.


"크앙!!"


포효와 함께 펜리르가 흐룽그니르에게 전속력으로 들이받았다. 작은 체구에도 놀라운 힘과 속도에 부딪힌 흐룽그니르가 뒷걸음질쳤다.


"이 개.새끼는 뭐야?!?!"


갑작스런 기습에 격노한 흐룽그니르가 펜리르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펜리는 재빨리 흐룽그니르의 손아귀를 피하고는 바닥에 쓰러진 노움을 들쳐 맸다. 그 틈을 타 리앤이 다시 한번 연막탄을 날렸다. 폭발과 함께 녹색의 연기가 더욱 진하게 끼면서 시야가 더욱 분간되지 않았다. 흐룽그니르는 미쳐 날뛰면서 사방팔방으로 폭주해댔다. 펜리르는 서둘러 노움을 부축하고 리앤에게 다시 돌아왔다.


"괜찮아? 정신 차렸어?"


"다..당신들은..."


질식 직전에 빠져나온 노움이 호흡을 되찾으며 물었다. 펜리르는 노움에게 자신들의 상징, 오르카의 증표를 보였다.


"오르카호에서 왔어. 안심해."


"오..오르카라면...."


"노움 상병님!!"


펜리르가 노움을 내려놓자 리앤이 구출한 포로들이 노움 곁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포로들의 주변에는 진작에 제압된 리제와 브라우니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상병님?"


"나.난 괜찮아...그보다 정말로 오르카호에서 왔다고..?"


"얘기는 나중에. 우선 탈출하자."


리앤이 노움에게 진정제를 놓아주고, 포로들을 결박한 구속구도 단숨에 풀어냈다.


"잘 들어. 이대로 지하로 쭉 내려가면 우리 일행이 있을 거야. 그들과 합류하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어."


"나간다고요? 정말...우릴 구해주시는 건가요?"


"그럼. 자, 어서 몸 추스르고 눈치채기 전에 빨리.."


"오, 그래. 네년들이 그 오르카 년들이었나?"


손으로 연막을 풍압만으로 걷어버린 흐룽그니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흐룽그니르의 주위에 리제와 브라우니들이 모였다. 리앤이 혀를 차고, 펜리르는 이를 드러내며 흐룽그니르를 노려봤다.


"레모네이드가 한 말이 사실이었군. 마침 잘 됐어. 겁먹어서 벌벌 떠는 놈들 가지고 노는 것도 질리던 참이었다."


흐룽그니르가 손 관절을 풀 때마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관절이 풀리는게 아니라 무슨 나무토막이 부러지는 소리 같았다. 입가에 걸린 사나운 미소에 리앤이 절로 오싹해졌다. 펜리르는 리앤과 포로들을 자기 등뒤로 밀어 넣고 쌍날검을 해제해 쌍검으로 쥐었다.


"덤벼봐, 한 입에 물어 뜯어줄테니까!!"


펜리르가 이를 드러내며 흐룽그니르에게 검을 겨눴다. 경호 실력이라면 리리스에 버금가는 펜리르건만 눈앞의 저 거녀에게는 도저히 위협이 되지 않는 듯했다. 흐룽그니르가 등에 짊어맨 철퇴를 쥐고 어깨에 걸쳤다. 척 봐도 톤 단위는 될 법한 무게에도 흐룽그니르는 철퇴를 솜방망이처럼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철퇴가 휘둘려질 때마다 공기가 갈라지는 끔직한 소리에 포로들이 몸을 떨었다.


"말 안 듣는 개는 옛날부터 줘패서 가르쳐야 하는 법이지."


"난 이미 주인님이 있어!!"


흐룽그니르가 철퇴를 높이 쳐 들었다. 펜리르는 그 모습을 노려보며 반격할 자세를 잡았다. 난폭한 미소를 지으며 철퇴가 내리쳐지는 그 순간.


"지금이야!!"


그와 동시에 흐룽그니르가 철퇴를 펜리르와 포로들에게 내리꽂히려는 그때 리앤이 크게 소리쳤다. 


우뚝.


그와 동시에 흐룽그니르의 철퇴가 공중에서 그대로 멈췄다.


"엉?"


흐룽그니르가 갑자기 정지한 자신의 철퇴에 당황하자 리앤이 깡통 같은 고폭탄을 흐룽그니르에게 던졌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금속통에 흐룽그니르가 한 손으로 그것을 움켜쥐었다.


"또 연막탄이냐?!"


"아니, 이번엔 다른 거야! 다들 눈감아!!!"


파아앗!!!!


흐룽그니르의 손에 잡힌 금속통이 파열하더니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리앤이 이번에 던진 것은 연막탄이 아니라 섬광탄이었다. 하얀 빛이 중앙통제실을 가득 매웠다. 리앤과 펜리르는 재빨리 등을 돌려 혹시 때를 놓친 포로들의 눈을 가려줬다. 유감스럽게도 바로 정면에서 섬광에 노출된 흐룽그니르는 늦었지만.


"크아아악!!!"


흐룽그니르가 눈을 부여쥐며 비명을 질렀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리며 비틀거릴 때마다 주위에 있던 브라우니들이 흐룽그니르의 거체를 이기지 못하고 갈대처럼 꺽여졌다. 흐룽그니르가 빈틈을 보인 지금이 기회였다.


"자, 어서 나가자!! 어서 움직여!!"


"노움은 나한테 기대!"


리앤과 펜리르의 신속한 지시에 포로들도 정신을 차리고 그녀들의 말에 따르기 시작했다. 정말 탈출의 기회가 온 것이었다. 여전히 섬광에 시야를 잃은 흐룽그니르가 분노에 미쳐 발악했다. 


"야이 저능한 년들아!! 안 쫓고 뭐해!!!"


그때까지 흐룽그니르의 주변에서 무생물처럼 자리를 유지하던 리제와 브라우니들이 흐룽그니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즉각 행동에 나섰다. 출구로 빠져나가려는 일행들을 향해 공격이 쇄도해댔다. 리앤이 재빨리 엄호 사격을 하며 적들의 진격을 저지하려했다.


"펜리르, 포로들을 데리고 아자즈와 합류해!! 만나자마자 바로 탈출하고!!"


"리앤 너는?!"


탕 탕 탕!!!


리앤이 리제와 브라우니들을 향해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일 대 다수를 상대하는데는 펜리르보다 리앤이 좀 더 유리했다. 게다가 적들을 돌파하는데 펜리르의 힘도 반드시 필요했다.


"내 걱정말고, 어서 가! 적당히 상대하다 빠질테니까!!"


리앤의 명령에 펜리르는 하는 수 없이 포로들을 이끌고 먼저 탈출에 나섰다. 포로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동안 리앤은 몰려오는 적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리앤의 저격은 백발백중으로 적들에게 명중했다. 그러나 적들을 완벽히 무력화하지는 못했다.


"큭...."


저 리제와 브라우니들. 가까이서 보니 펜리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이해됐다. 리앤의 총이 맞을 때마다 리제와 브라우니들의 팔 다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그녀들은 저지되지 않았다. 멈추기는 커녕 아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하다못해 AGS들조차도 공격을 받으면 행동에 제약이라도 생기는데 그녀들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역시 그녀들을 조종하는 저 구속구가 문제인 듯 했다. 리앤은 가장 근접한 브라우니에게 달려들어 태클을 먹였다. 브라우니가 바닥에 쓰러지자 리앤은 즉시 그녀의 머리에 씌워진 구속구를 붙잡았다. 이걸 벗겨내면 분명 조종에서 풀려날 것이었다.


덜컥


"어...?"


순간 리앤이 얼어붙었다. 브라우니의 머리에 씌워진 긴고아 같은 구속구. 그것은 머리에 씌워진 것이 아니었다. 모자처럼 썼다 벗어다 할 수 있는 귀여운 물건 따위가 아닌 것이다. 구속구는 네 방향으로 거대한 쐐기가 나있었다. 그리고 그 쐐기가 두개골을 뚫고 뇌내에 직접 연결된 것이었다. 구속구는 그저 뇌파로 조종하는 것이었다. 전두엽에 직접 연결되어서 완전히 그녀들의 정신을 장악, 아니 삭제시켜버린 것이었다. 리앤은 구속구의 정체에 치를 떨었다. 브라우니의 얼굴에는 공허했다. 영혼도 이성도 없이 그저 빈껍데기 그 자체였다. 빛을 잃은 눈이 끝없는 어둠을 가진 채 리앤을 바라봤다. 리앤은 결국 슬픈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철컥


리앤이 브라우니의 이마에 총구를 가져갔다. 이건 구할 수 없다. 뇌에 직접 박혀버린 구속구를 해제하면 그녀들은 영혼 없는 고기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야말로 리앤이 그녀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미안합니다..."


눈을 질끈 감고 리앤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권총의 탄환이 브라우니의 두개골을 단번에 뚫었다. 브라우니의 손이 힘없이 바닥에 무너졌다.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동족을 죽였다. 철충이나 AGS가 아닌 아직 살아있던 바이오로이드의 목숨을 끊었다. 살인이었다. 리앤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지금은 살인의 충격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리앤은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흐룽그니르는 너희에게 맡길게!! 나머지 적들도 섬멸하는 것을 주저하지마!! 구하기엔 늦었어!!"


리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날아오는 리제들에게 다시 사격을 개시했다. 조금 전 무력화를 위해 사지에만 가한 사격이 아닌 심장과 머리를 향한 직접적인 사격. 리앤의 사격이 이어질 때마다 리제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리앤은 애써 그녀들의 죽음을 억눌렀다.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부디 날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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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흐으으.."


간신히 시야를 되찾은 흐룽그니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의 철퇴를 살펴봤다. 갑자기 공중에서 멈춘 철퇴. 분명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자신의 공격을 방해했다. 흐룽그니르가 손으로 거칠게 철퇴를 휘둘렀다. 그녀의 짐작대로 철퇴에 가느다란 실가닥들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흐룽그니르가 그 실가닥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질기고 차가운 촉감의 실가닥은 와이어였다. 이것이 자신의 공격을 방해한 것이리라. 그제야 흐룽그니르는 적이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냐, 나와라."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흐룽그니르가 씹어먹을 듯 읊조렸다. 잠깐의 침묵. 그때 어둠을 틈타 와이어가 흐룽그니르를 향해 쇄도했다. 


"흥!"


흐룽그니르가 콧방.귀를 뀌며 철퇴를 휘둘렀다.


촤착!!


흐룽그니르의 철퇴에 와이어가 맥없이 쳐내졌다. 기둥 속에서 기습의 주인공이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이야 대단하네. 그걸 반응하네? 반사신경이 좋은가봐. 아니면 짐승의 감이 발달한 건가?"


기둥 속에 숨어 있던 장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오르카호에서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활발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 옛날 주인의 명령으로 테러와 공작을 일쌈던 사냥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와이어를 다시 고쳐쥐며 흐룽그니르와 대치하는 장화. 흐룽그니르는 장화의 모습을 살펴보더니 기가 찬 듯 소리쳤다.


"하, 뭔가 했던 리오보로스년의 맹견이었냐?"


"날 알아?"


"알 만큼은 안다. 주인 없는 맹견이 이제는 남자 좆에 헐떡이는 암캐가 다 됐군."


추잡한 도발에 장화가 순간 울컥했다. 그러다 다시 의연함을 되찾았다.


"아무렴 늙은 쥐새끼들 좆도 못 박아서 산 보지에 거미줄 친 년들보다야 내가 낫지 않아?"


"흥, 틀린 말은 아니군."


흐룽그니르는 의외로 레모네이드의 모욕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화는 흐룽그니르가 레모네이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이상했다. 리제와 브라우니는 세뇌시켜서 써먹으면서 저런 무지막지한 년은 그대로 뒀다니. 하지만 그런 추측을 하기에는 때가 맞지 않았다.



흐룽그니르가 손에 침을 뱉어 비비고 다시 철퇴를 고쳐 쥐었다.


"수다는 떨 만큼 떨었고. 보아하니 네년들도 초인병사를 탈취하러 왔나보군. 메인프레임과 네년들을 잡아다 레모네이드한테 데려가면 보수가 꽤 짭잘하겠어."



장화가 와이어를 손에 전개하며 날카로운 미소로 답했다.


"할 수 있음 해보던가, 돼지년아."


장화가 와이어를 쥐고 흐룽그니르에게 뛰어들었다. 흐룽그니르가 포효와 함께 철퇴를 휘둘렀다.


부우웅!!


철퇴가 그녀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장화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슬라이딩으로 철퇴를 지나쳤다. 그대로 흐룽그니르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자 마자 장화는 그녀의 다리를 향해 와이어를 뻗었다.


슈왁!!


와이어가 흐룽그니르의 다리를 휘감았다. 고폭선에 버금가는 날카로운 예리함을 지닌 장화의 와이어가 뱀처럼 흐룽그니르의 다리를 졸라맸다. 그러나 강화복으로 전신이 뒤덮인 흐룽그니르에게 와이어의 예리함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쳇!"


뒤를 돌아 장화를 발견한 흐룽그니르가 철퇴를 땅에 내리 찍었다.


쾅!!


장화가 빠르게 앞구르고 철퇴를 피하면서 와이어를 힘껏 잡아당겼다. 자를 수 없다면 넘어뜨려주겠다! 하지만 장화의 힘만으로는 흐룽그니르의 육중한 무게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흐룽그니르는 역으로 발을 휘둘러 장화의 몸을 잡아당겼다.


"우왓!"


와이어에 이끌려 공중에 날린 장화.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는 기둥에 거미처럼 착지했다. 이전 스토커와의 전투에서 비슷한 위기에 처했었지만 그런 경험 덕에 장화는 금새 반응할 수 있었다.


"호, 제법 전투하는 법을 아는 년이었군!"


 연이어 흐룽그니르의 철퇴가 장화가 매달린 기둥을 향해 날아왔다. 장화는 와이어를 놓고 다른 기둥을 향해 뛰었다. 


콰아앙!!


철퇴에 맞은 기둥이 과자처럼 부숴졌다. 장화가 기둥을 박차고 땅에 닿기 직전 흐룽그니가 주먹을 내질렀다. 고릴라같은 주먹이 공성추처럼 장화를 향해 날아들었다. 장화는 손으로 와이어를 조작해 그물 모양으로 엮어 흐룽그니르의 주먹을 막아냈다.


퍽!!


"큭!!"


분명 막았음에도 어마어마한 힘에 장화가 뒤로 밀려났다. 분명 와이어에 맞았는데도 흐룽그니르의 주먹은 흠집만 간신히 날 뿐이었다. 한참을 뒤로 날아간 장화가 벽에 부딪혔다. 숨이 빠지는 기분도 잠시. 장화가 이를 갈고 흐룽그니르를 노려봤다. 장화가 전력을 다해 맞서고 있는데도 흐룽그니르는 진심은 커녕 여유만만했다.


"너 정도면 그래도 꽤 재미는 있다만, 혼자서 날 상대하려 했다니 멍청하구나."


"훗."


"뭐냐, 뭐가 웃겨?"


장화가 고개를 저었다. 흐룽그니르는 장화가 실성했다고 생각하고는 고갯짓을 리제 하나에게 장화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리제가 등에 맨 거대 가위를 전개해 장화에게 접근하려던 순간.


"나 혼자 아닌데?"


"흐아아앗!!!"


장화의 말과 함께 강철의 날개가 그녀를 노리던 리제에게 날아들었다. 리제가 등을 돌려 막기도 전에 플라즈마 검이 그녀의 몸을 꿰뚫었다. 


퍽!!


리제의 몸이 벽과 함께 그대로 관통했다. 강철의 천사, 시그룬은 그대로 검을 뽑았다.


철럭!!


강철 깃털이 적을 위협하듯 마찰하며 날카로운 음색을 냈다. 시그룬이 곁눈질로 장화의 상태를 확인하자 장화는 걱정말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직 건재한 모습에 시그룬도 안심한 찰나.


"오 이것봐라?"


시그룬의 모습에 흐룽그니르가 감탄사를 내질렀다. 


"너 같은 바이오로이드는 처음 보는 군. 씹을 맛이 있겠어."




시그룬과 흐룽그니르는 한참을 서로를 노려봤다. 강철의 천사와 강철의 거인이 서로를 대치했다. 


"우워어어!!!!"


정적을 깨고 흐룽그니르가 철퇴를 들고 달려들었다. 시그룬은 강철 날개를 전개해 그대로 흐룽그니르에게 돌진했다. 흐룽그니르와 부딪힌 시그룬이 그대로 그녀를 밀어붙이더니 그대로 벽을 뚫었다.


콰앙!!!


한참을 벽을 부수고 날아간 시그룬이 날개로 흐룽그니르를 후려쳤다. 흐룽그니르의 거체가 벽에 쳐박히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충격에도 흐룽그니르는 되려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흐으....!!"


시그룬이 검과 방패를 고쳐 쥐고 흐룽그니르에게 겨눴다. 강철 날개가 부풀듯 넓게 펼쳐지면서 더욱 위압적인 형상을 취했다. 그녀의 뒤로 흐룽그니를 쫓아온 리제들이 주위를 배회하며 공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타타!!!


리제들의 일제 사격에 시그룬이 날개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리제들의 공격은 그녀의 날개에 가로 막혀 번번히 튕겨지기만 했다. 


"흐어어억!!!"


고함과 함께 벽을 박차고 뛰어오른 흐룽그니르가 시그룬에게 철퇴를 내리쳤다. 시그룬이 방패로 철퇴를 비껴내고는 뒤로 날아올라 거리를 벌렸다. 리제들이 틈을 보인 시그룬에게 다시 사격을 개시하려던 순간.


"전부 멈춰라!!"


흐룽그니르가 외쳤다. 그녀의 외침과 함께 리제들의 공격이 일순 그쳤다. 시그룬이 갑작스런 정지에 의아해 하자 흐룽그니르가 시그룬에게 사납게 미소를 지었다.


"저년은 내 밥이다. 끼어들면 그 년부터 죽는다."


흐룽그니르의 명령에 리제들이 둘과의 거리를 벌렸다. 시그룬이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일기토 신청이라는 것을 알았다. 난폭하고 자비도 없으면서 싸움에 대한 열의는 한 가득이었다. 시그룬이 검을 겨누며 외쳤다.


"저 친구들보다 네 목숨이나 먼저 신경써라!!"


그 말과 동시에 강철의 천사와 강철의 거인의 결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