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https://arca.live/b/lastorigin/3102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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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었다. 이 모든 망할 것들이 돈 때문일 것이다에 난 내 머리를 걸 수 있다.


사람은 기술이 발전해가며 고유의 인간성이 퇴화되어가고, 로봇처럼 이득만을, 생존만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 내 말은 생존이 가능하고, 그러니까 일을 구할려 들지 않고, 부유의 순환굴레로 있는자의 지갑이 중력가속도마냥 무겁게 떨어지는데,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미친 소리인듯 싶다.


하지만 내가 할 소리가 아닌듯 하다. 난 너무나도 운이 좋아 돈많은 아버지의 정액과 머리좋은 어머니의 난자가 결합해 태어났으니까. 난 행운아였다.


남들보다 건물 한채 높이 시작된 나의 인생은 성공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위에서 내려다본, 거지들이 흙을 퍼먹는 것을 보며, 저 학두루미마냥 목을 쭈ㅡ욱 내밀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유기체 덩어리가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찰할 때 마다 나는 9할의 한탄과 1할의 분노가 느껴진다.


나의 회사 86층에는 휴게실이 있다. 그곳은 회사 휴게실중 유일하게 흡연실의 자그마한 부스가 존재하였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2분정도의 시간이 남을때, 그때 사람들이 마치 물떼마냥 담배연기를 내뿜는데, 그때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역겨운 냄세가 집합하였다. 오늘도 그 좁은곳에 옹기종기 모여 박후배와 담배를 나눴다.


"김 형, 들었나요?"


"무얼"


"저기 다리 아래에 부처가 산답니다."


"부처? 말이 되는 소릴!"


"사람들 말로는 진짜같던데요."


그의 입에서 나온 연기가 나의 코로 직행했다. 건강이 나빠지는 느낌이었다.


"부처가 죽은지 2000년은 지났다. 저쪽 판자촌에는 예수가 사나?"


"농담이 아닙니다. 마침, 덴세츠 쪽에서 고대종교 바이오로이드 제작에 관심이 있다는데, 저희가 먼저 먹죠?"


사실 난 꽤나 독특한 회사에 취업하였다. 바이오로이드의 지능, 성격, 감성을 완전히 창조해내는 것은 꽤나 비싸다. 그걸 파악한 영리한 회장은 쓸만한 인성과 지능을 가진 인간의 뇌를 복사하여 기업에 파는 사업을 벌이는데, 이게 꽤나 쏠쏠한 수입을 벌었는지, 건물을 수십배로 불릴수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좋은 인간의 뇌를 확보하면, 운이 좋다? 연봉이 내 상사를 몇배를 뛰어넘긴다.


"그래, 가지."


돈 때문이다. 저이들은 돈이 없어 저런거고, 난 돈이 많아 이런거다. 내가 저자들을 혐오하고, 저자들을 만드는 정부의 정책을 혐오한다 해도, 밥그릇을 지킬땐 난... 난 나다.


추운 겨울, 눈까지 내리기에 나는 코트를 챙기고 박 아우와 내려갔다. 종이컵에 있는 사악하게 이글거리는 검은 커피를 홀짝이며 말이다.


거리는 우울하다. 그 자체가 우울했다. 한푼 내놓으라는 노처녀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저 자가 아니다. 아우의 부처지.


커피를 그녀의 얼굴에 뿌린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났다. 역시나 역겨웠다. 여인은 쓰러졌다. 돈을 달라던 손바닥은 이젠 얼굴에 달라붙었다. 경찰을 부른다. 상관없었다. 경찰도, 그 무엇도 우리의 변명을 이길 수 없다. 저 역겨운 년이 내게 돈을 내놓으라 강도질 할려 했다하면 판사의 인자한 웃음과 함께 무죄라는 이름표를 달테니.


"...김 형은 모순적입니다."


"왜."


"불우한 가정을 위해 기부한다 하지 않았나요?"


"...그건 다 다시 나한테 온다."


"...네?"


"요즘 테러리스트 새끼들이 극성이잖냐. 내가 기부를 했다하면 그새끼들 꼼짝을 못해. 한마디로 하자면, 보증과 같은거지. 난 돈도 많고, 기부도 하니까 난 좋은사람이고, 테러로 죽을 의무도 없으니까."


박 후배는 말이 없었다.


"...저도 기부나 할까 합니다."


그제서야 그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내가 좋나? 너가 좋은거지."


똑같이 킥킥거렸다. 컵에 남아있던 커피를 다 마시자, 굴다리 밑에 도착했다. 암흑이 치솟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메아리가 울리고, 창백한 바람이 불었다.


"여기 있는게 맞나?"


"말로 들으면 그렇다죠."


"...가자."


암흑이 길을 가르키지 못하게 할 때까지 들어갔지만, 보이는건 없었다.


박 후배는 준비성이 좋았다. 후레쉬를 들고 온 것을 보니 말이다.


"가죠."


이젠 내가 아닌 그가 앞장섰다. 그의 발걸음은 어둠 속에도 두려운 법이 없었다. 그래, 그정도 용기여야 여기까지 올라갈 수 있지. 계속해서 다리 아래를 돌아다니다, 후레쉬 빛에서 느껴지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홀쭉 빠진 검은 몸, 하지만 표정은 정말로 평온한 그는 정말 부처인 것 같았다. 후광은 후레쉬, 아빠다리로 덤벙 앉아 이 추운 겨울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인것처럼 보였다.


후배는 거침없었다.


"당신이 부처입니까?"


우린 놀라지 않았다. 부처는 죽었을테니.


"나는 부처가 아니오."


"그럼 그렇지!"


"하지만 하는 짓은 부처 아닙니까? 말해주십사, 여기서 뭘 하는건지."


"..."


부처는 말이 없다.


"왜 대답을 안하십니까?"


"대답이 필요없기 때문이죠."


"왜?"


"난 그저 여기서 명상중인 걸인입니다. 그건 부처에게 물어보는 것 아닙니까?"


"그럼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은 왜 여기있는거죠?"


"그러게요, 전 그저 먹을게 없어 이곳에 있는거죠.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왜 이런 곳에 있으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왜죠?"


"욕심입니다. 욕심,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자살하신 이유를, 어머니가 밤마다 다른 남자를 집에 들르는 이유를, 그러시다 칼을 맞으신 이유까지요. 아버지는 6천만원에, 엄마는 8만원에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이 모든게 재물 때문이죠. 난 욕심이 없습니다. 돈도 없습니다. 밥도 안먹은지 3년은 되어가는데, 배는 이미 풍부합니다."


"거짓말! 당신은 그저 한낯 거지에 보일 뿐이야!"


"그것도 일리가 있죠. 내 모습은 거름뱅이니까. 하지만, 난 확신합니다. 내가 당신들보다 평혼하다는 것을요."


짜증이 구토마냥 흘러나와 온 몸을 적셨다. 난 그 빌어먹을 거지새끼가 절대, 절대로 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주머니 속에서 장치를 꺼냈다.


그것은 뇌의 정보를 복사하는 장치였다. 첨단 세상에선 디스플레이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머리에 장치를 걸고, 잠시후, 디스플레이를 확인하였다.


"김 형, 어때요?"


"..."


나는 기다렸다. 디스플레이에서 곧있으면 그 거럼뱅이의 진짜 뇌파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자가 부처가 아닌 그저 미친새끼인지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화면에서는 정말로, 정말 아무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무반응이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뇌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난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귀신이다! 저건 귀신이야! 신은 존재하지않아! 신이 있으면 이딴 미친 세상을 만들지 않았겠지.


부처를 혐오하며, 신을 죽였다. 아무 생각을 알 수 없는 신을 밀쳤다. 앙상한 갈비뼈가 두동강나며 갑옷같은 골격이 으스러지고, 머리를 짓밟자 두개골이 터졌다.


신은 우리다. 우린 신을 만들었다. 신에겐 돈이 있고, 저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머리 뿐이다.


부처의 온 몸이 으스러졌다. 붉은 생고기가 발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장치도 고장났다.


"김 형!"


"어짜피 뒤질 새끼였어. 신이 존재한다면, 이딴 세계가 존재했을까? 아니야, 절대로! 신이 미쳐야만, 우리가 미쳐야만이 이 미친 세상을 마든 합당한 이유가 생긴다!"


박후배가 뭐라하는지 상관없다. 급히 굴다리 밑을 빠져나왔다. 시체썩은 내는 조금 시간이 흘러 풀풀 풍기겠지만, 고독한 병신은 그대로 저기서 천년, 2천년을 뻐팅기겠지.


부처를 만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만족스러운 결과와 함께 신나는 발걸음으로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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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 연습용 복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