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1호 엄마 에밀리의 임신 일기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


전에 썼던 글이 반응이 좋아서 다른 바이오로이드로도 한 번 써봤음. 많은 캐릭터를 다 임신 일기 식으로 써서 올리기엔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부족해서 이렇게 올림.

(내용은 위에 링크해둔 글과 이어지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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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리

: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그녀는 시간이 참 빨리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안 게 엊그제 같은데, 그녀의 아들인 데이빗은 벌써 여섯살이 되었고, 계획한 임신이긴 했지만 둘째인 쌍둥이 딸들도 이제 두 달 뒤면 태어날 예정이었다.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 몸이 더 무거워진 게 느껴졌지만 순산을 위해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있다.

"엄마, 그럼 하이에나 누나랑 놀고 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

-아들이 나가자 에밀리는 책상 위에 올려둔 악보를 다시 살펴봤다. 데이빗을 가졌을 때 태교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아스널이 준 어느 락밴드의 음반을 들은 이후 에밀리는 락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이후 뮤즈에게 음악을 배운 뒤, 친하게 지내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밴드를 구성해 공연도 하고 있다. 둘째를 가진 걸 안 이후엔 활동을 쉬고 있긴 하지만.

-락의 소울에 빠진건 모전자전이라 데이빗은 그녀와 락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도 취향 차이로 서로 삐졌다가 다시 화해하기도 한다. 데이빗은 특히 퀸, 그중에서도 'Sheer Heart Attack'에 수록된 'Killer Queen'이나 'Another One Bites the Dust'에는 거의 환장을 했다. 에밀리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 저 노래 중 하나는 뱃속에서부터 들었던 노래니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아들과 친하게 지내는 하이에나와 샐러맨더였다. 오르카가 부상만 하면 데이빗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수제 폭죽을 해변에서 터트려댔다. 카드 게임을 하면 "나에게 약점은 없다! 운은 이 데이빗의 편을 들어주고 있어!"라는 말을 종종 했다. 그나마 예절교육을 확실히 한 데다 평소엔 조용한 아이라서 함내에 말썽을 부린 일은 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새로운 영감을 떠올릴 겸 핑크 플로이드의 <Echoes>와 <Shine on You Crazy Diamond>를 들으며 요가를 하는 에밀리는 그렇게 오후를 보냈다.


#나이트앤젤

:-오르카의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이트앤젤의 가슴이었다. 마이티의 가이드를 받으며 근육량을 늘려도 가슴은 그대로였다. 수술을 받아보려고 해도 보형물을 넣을 자리 자체가 없어서 시도 할 수 없었다. 닥터를 순식간에 성장시킨 성장약도, 데이빗이 정기적으로 먹는, 바이오로이드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약도 효과가 없었다.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들은 수군거렸다. "인류가 다시 멸망할 때까지 백만 년이 흘러도 저건 못 키울 겁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말했듯이 세상에 '절대'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호르몬의 힘은 위대했다.

-오늘 아침에도 나이트앤젤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새로 찬 브래지어가 잘 맞는지 확인했다. 속옷의 디자인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다. 그중 빨간색 물방울 무늬 브라는 그녀가 오드리에게 받은 디자인 중 가장 아끼는 것이었다. 

절벽보다 가파른 그녀의 흉부는 이제 네레이드 정도의 사이즈로 부풀었다. 이제는 "겨우 저 정도 사이즈로 신나하다니 참 불쌍하다"고 수근대는 브라우니가 보였지만 그녀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40에서 100으로 넘어가는 거랑 0에서 40으로 넘어가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고달프겠는가. 게다가 가슴이 커지기 이전까지 그녀의 유일한 자존심이었던 엉덩이도 스트라토가 울고 갈 정도로 비대해졌다. 

-나이트앤젤은 사령관에게서 도망가버린 메이가 이 정도로 고마워질 줄은 몰랐다. 그녀는 둠 브링어 부대 중 맨 처음으로 아이를 가지게 된 부대원이었다. 이런 게 바로 가진 자의 행복이었단 말인가... 나이트앤젤은 자신의 흉부와, 하루하루 커져가는 뱃속의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 들어 그녀는 자주 미소를 지었다. 하루는 킹치만을 더듬더듬 외치며 우물쭈물해하는 메이에게 "분명 대장도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그것도 활짝 웃으면서 말해 부대원들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오르카 안을 뛰노는 좌우좌와 알비스의 시끄러운 소리에서도 활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내 아이도 저렇게 활발했으면 좋겠다...." 배를 쓰다듬으면서 나이트앤젤은 자신의 얼굴과 닮았을 아이의 얼굴을 상상했다. 7개월차인 그녀는 검사에서 아들을 가진 걸 알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만일 아이가 딸이었다면 엄마에게 왜 이렇게 낳았냐고 소리질렀을 테니까. 사령관의 아이를 낳는 건 좋았지만, 그런 아이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주무르며 복도를 걸었다. 버릇이 된 것 같지만 고치기는 싫었다. 변해버린 이 몸을 더 즐기고 싶었다.


#다이카

:-"...몸은 좀 어때?"

사령관은 수복실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얼굴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이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수복실의 침묵을 깨는 건 그녀의 팔에 꽃힌 링거에서 약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어서 다프네와 닥터가 들어왔다.

"언니 진짜 큰일날 뻔 했어. 슬레이프니르 언니가 빨리 옮겨주지 않았다면 서둘러 수술해야 했을 거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주세요. 컨디션을 꾸준히 관리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요."

-나이트앤젤이 출산을 앞둘 즈음, 두 번째로 아이를 가지게 된 둠 브링어는 다이카였다. 그녀가 아이를 가졌을 때 다른 부대원, 특히 슬레이프니르처럼 성질 급한 부대원들은 종종 그녀를 놀림거리로 삼았다. 비밀에 방에서 나오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야 몸이 달아오른 게 아니냐, 이러다 출산 예정일 지나서 낳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다이카는 그 예상을 간단하게 부서버렸다. 서류 업무 처리는 물론이고 회의에서도 이전에는 보지 못한 속도로 일을 해결해나갔다. 토모와 철룡이는 진심으로 다이카가 위장술을 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다. 이 아이가 마음껏 뛰놀고 공부하며 자랄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5개월이 넘어갈 즈음엔 다들 걱정할 정도로 일을 해서 제발 좀 쉬었다 하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당최 듣지를 않았다. '조금만 더 일하는 건데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 꼭 이런 생각이 큰일을 부르는 법이었고,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막 6개월째에 들었을 때 그녀는 서류 업무를 하던 도중 복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다리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자 메이는 깜짝 놀라 슬레이프니르를 부르라고 지시했다.

-제 시간 안에 조치를 취해 아이는 무사했지만 절대안정에 들어가야 했다. 멍하니 침대에 누운 그녀는 태동을 느꼈다. 그것은 후회를 부르는 노크 소리이기도 했다. 

-침대에서 그녀는 한 달을 보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나는 엄마 자격이 있는 걸까. 나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면 어떻하지?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이트앤젤이었다. 

"잠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나이트앤젤은 침대 옆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물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입장에서, 다이카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해요. 저도 아이에게 부족한 것 없는 부모가 되고 싶고, 실수 하나 없는 부모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자신이 부족한 것 같으면 절 자꾸 탓하게 되고는 했어요."

"...."

"그런데 그렇게 자꾸 자신을 밀어붙이니까, 어느 순간부터 힘이 빠지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너무 아이만을 보고 있으니 정작 저 자신은 제대로 돌볼 수가 없었어요."

"..."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나도, 다이카님도, 다 초보 엄마잖아요? 둘이서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요!"

대령의 말을 듣고 다이카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기 낳기 전엔 절대 흘리지 않으려던 눈물이 갑자기 터져나왔다.  나이트앤젤은 그런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평소보다 신속하게 움직이던 다이카였지만 이날만은 그 어떤 날보다 오랫 동안 나이트앤젤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다이카는 그날 이후 목표를 바꿨다. 최고의 엄마가 되는 대신 좋은 엄마가 되는 것으로 말이다.


P.S: 다행히 다이카는 열 달을 꽉 채워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 에밀리 아들 이름이 데이빗인건 죠죠의 영향을 받은 게 맞음. 키라 요시카게의 외형이 데이빗 보위에서 따왔다길레 거기서 가져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