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새드 엔딩 조금 매움

*이전 글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당신을 그리우며 소완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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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반갑습니다 각하!"


수많은 영웅들이 잠들어있는 기념관. 그 중에서도 가장 성대하게 꾸며진

기념비에 한 줄의 역사로 기록된 사령관의 사진을 바라보며 마리가 경례를 올렸다.


지금은 별이 된, 모두의 영웅으로 떠나간 사령관을 바라보며 마리가 그의

영전에 꽃을 한 송이 내려놓았다.


"최근 복구 작업에 다들 바빠서 관리가 소홀한 것 같군요."


영웅의 전당. 이름은 그럴싸하게 지어졌지만 관리가 영 이루어지지 않은 듯

그의 기념비에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마리가 항상 걸치고 다니는 겉옷의 속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 먼지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정중하고 경건한 자세로, 정성스럽게 구석 구석까지 닦아낸 마리가

그의 기념비 앞에 술잔을 내려놓았다.


"한잔 올리겠습니다 각하."


차분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채워지는 그의 술잔, 마리가 이어서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채워넣었다.


"각하께서 좋아하시던 녀석입니다. 아마.. 버번 이었지요?"


마리가 그 말과 함께 기념비를 향해 두 손으로 잔을 받쳐 올리고 단숨에

자신의 잔을 비워냈다.


"음... 역시 제 입맛에는 좀 독하군요. 저는 각하와 다르게 본디 포도주를 즐겨서.."


마리의 표정이 조금은 찌푸려졌다. 하지만 단순히 알코올의 목 넘김 보다는 복원되고 있는

세상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사령관의 존재가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기 때문 이리라.


"각하께서 순직하시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령관은 마지막 전투에서 다수를 희생 시키고 살아남는 대신, 자신이 희생함으로써

더욱 많은 병력들을 살리는 선택을 했다. 사전에 미리 그의 유전 정보를 남겨 놓았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그때.. 반발하는 저희들을 각하께선 군령과 최후의 인간으로서 갖는 명령권 까지 동원해서

묵살하셨지요.. 솔직히 지금도 그때 각하를 말리지 못한 제 자신이 밉습니다."


마리의 입가에 쓴맛이 올라왔다. 너무 강하게 입술을 깨물어 피가 베어 나왔다.

하지만 마리는 가볍게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미소 지었다.


"하핫, 죄송합니다 각하. 각하께서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각하의 뜻을 이어나가 복원될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 달라 하셨지요."


그는 그런 남자였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항상 자신을 희생하며 양보하던 남자.

그렇기에 그에게 충성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상관은 각하 뿐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령관에게 기본적인 군략과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 

그리고 몸가짐을 가르친 것은 마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사령관이라는 남자를 존경했다.


"진심입니다 각하. 저는 돌려서 말하는 재주는 없습니다."


마리가 사령관의 기념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아

살아 생전 오로지 군인으로써 싸워온 그녀에게 사랑을 알려주었다.


"음... 죄송합니다."


마리가 눈물을 추스렸다. 항상 강철 같은 올곧음과 신념으로 군인의 길을 걷는 마리에게

이토록 큰 의미를 남긴 남자가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아직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다니.. 제가 부족한게 많습니다. 그래서 각하가 더 그립군요."


아직 미숙한 자신에게, 아직도 그를 떨치지 못한 자신에게 사령관은 무슨 말을 남길까.

마리는 그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의외로 답은 빨리 도출되었다.


"역시.. 사령관 각하라면 이럴 때 그저 말없이 안아주며 울어도 좋다고 말씀 하셨겠지요."


하지만 이제 눈물 흘리는 그녀를 안아줄 남자는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단 한 줄 남은 글귀만이 이 세상에 남아 그의 흔적을 지키고 있었다.


"사랑했던 만큼, 너무 그립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는 마리. 그녀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사랑하는 이의 공백은

그 무엇으로도 메꿔지지 않았다. 오로지 그리워하고, 슬퍼하며 추억 하는 것.

그것만이 남겨진 이가 떠난 이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추모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군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각하.

시간이 난다면 또 찾아오겠습니다. 승리!"


마리가 감정을 다스리고 굳은 표정으로 사령관이 잠든 곳으로 경례를 올렸다.

이제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인이 아닌 군인이 되어서, 존경했던 상관이 남겨 놓은

유지를 받들고 지켜야 한다.


사령관의 기념비에서 등을 돌리는 마리의 표정이 다시 올곧은 군인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군인의 길을 걷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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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된 당신을 그리우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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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이 시리즈가 20개를 채운다. 최초 목표로 했던 5개를

쓰면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아 잠깐 섹돌들 대사도 뜯어보고 그러면서

다시 준비했는데, 어느덧 20개를 향해 다가가니 뭔가 새롭네.

뇌절도 이만하면 충분히 했으니 슬슬 다른 것으로 준비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