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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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이 진열되어있는 케이크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게...그...그러니깐..."


점원인 아우로라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뒤에 줄을 선 손님들이 많았지만 그저 웃으면서 노인의 주문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할아버지, 빨리 골라요! 뒤에 사람들 엄청 기다리고 있잖아요!"


노인의 손을 꼬옥 잡은 작은 아이가 뒤에 있는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노인에게 보채자 노인은 서둘러 케이크를 골랐다.


"저..그..고구마..케이크..하나..주세요.."


"네, 고구마 케이크 하나 말씀이십니까?"


"네.."


"초는 몇개 드릴까요..?"


아우로라의 말에 노인은 다시 돋보기를 매만지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노인의 이런 행동에 그의 손을 잡은 아이는 손을 들었다.


"1개! 1개만 주세요! 큰걸로요!"


"네, 알았습니다. 준비해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간신히 케이크를 주문하고 노인과 아이는 빵가게를 나왔다.


"할아버지! 뒤에 사람들 많았는데 그렇게 우물쭈물하면 어떡해요?"


아이는 한손으로 노인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빵을 자신의 입에 넣고 있었다.


"할아버지가..요새..눈이..안 좋아요..그래서 그만..."


노인은 아이의 손을 잡고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집에 도착한 노인과 아이를 반기는 것은 갈색머리의 여인이었다. 여인의 오른쪽 눈은 회색, 왼쪽 눈은 약간 붉은색이었다.


"오셨나요?"


"할머니!"


아이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안겼다. 여인은 아이를 안으며,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노인을 쳐다보았다.


"당신. 늦었네요."


"그게..케이크 주문하는게.."


"들어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노인과 아이는 집에 들어왔다. 거실에는 그의 가족들이 노인과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들어왔으면 뭘 해야죠?"


"손씻기!"


아이는 갈색머리의 안경을 쓴 메이드의 말에 화장실로 달려나갔다.


"아버님, 너무 늦으신거 아니에요? 다들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안하구만.."


"또 길 햇갈리신건 아니죠..?"


"아니야..."


"아버지, 그러게 제가 간다고 했잖아요.."


노인은 그저 아무 말없이 거실의 식탁에 앉았다. 


"엄마!엄마! 나 손 제대로 씼었어!"


"잘했네~ 우리 공주님."


아이는 갈색머리의 안경을 낀 메이드에게 자신의 손을 자랑하며 노인의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 나 손씼었어!"


"잘했구나.."


노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며느리가 케이크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주방에 있던 며느리의 비명에 거실에 있는 가족들은 놀랐다.


"아버님! 생크림 케이크로 사오라고 했잖아요! 그게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거라고요!"


며느리의 질책에 노인은 그저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그저 고개를 숙였다.


"미...미안하구나..."


노인이 고개를 숙이자, 여인은 며느리에게 다가가 케이크를 가져왔다.


"난 괜찮다..그냥 먹지..이번엔 고구마 케이크가 땡기는구나.."


여인의 말에 며느리는 접시와 포크를 챙겨들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사내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뒤 다들 생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인은 그저 박수만 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다들 케이크를 먹기 위해 손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케이크 안 드세요?"


"별로 안 먹고싶구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노인을 여인은 그저 쳐다만보고 있었다.


"엄마, 저희는 이만 가볼께요.."


"조심히들 가보거라."


"할머니! 빠이빠이!"


"그래.."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자신의 아들에 말에 여인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아들과 며느리, 손녀가 집을 나오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창문에서 쳐다보고있었다.


"당신. 들어가도 될까?"


여인은 노인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한숨을 내쉰 뒤 여인은 방문을 열었다. 책상에서 엎드려자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당신..이런데서 자면 감기.."


노인의 책상에 편지같은게 놓여있었다. 여인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내 편지를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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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발키리에게


우리가 오르카 호에서 반지를 주고 받고, 부부의 연을 맺은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렸구려..

가끔식은 당신과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싶지만, 이상하게 옛날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래도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드아이에 아름다운 갈색 머리칼을 가진 당신을 보고 난 첫눈에 반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당신은 차가웠죠. 당신의 이명인 '하얀 사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방에 혼자서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고 대원들의 지도를 받으며, 태이블 매너까지 배우고 당신에게 저녁식사 요청을 했습니다.. 솔직히 전 당신이 거절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흔쾌히 승낙해주었고, 저는 기쁜 마음에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바닐라한테 혼나기까지 했습니다..


저녁식사 당일 전 당신에게 고백을 했었죠..당신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차가웠던 얼굴이 점점 녹아내리는 것을 본 저는 당신을 기쁘게 하고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수영복도 선물해주고, 드레스도 선물해주었죠..그리고 당신에게 반지를 선물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문득 당신과 함께 지냈던 방이 생각나네요. 좁은 단칸방이었는데도 우리는 그런걸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밤이면 서로를 꼬옥 안았죠. 너무 혈기왕성 때라 저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모든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아이를 가졌죠. 드디어 가족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을 쏙 빼닮은 사내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우리의 속을 썩이지않고 아무 탈 없이 잘 컸습니다.. 그리고 복원된 개채랑 결혼하여 이쁜 딸을 낳았죠..

아이도 어느새 우리처럼 가족이 되었습니다..


손녀를 본 당신의 얼굴이 또 생각나네요.. 제가 고백했을 때랑 너무 똑같았죠.


오늘 당신의 생일인데.. 내가 너무 우울한 모습만 보여줬네요.. 

당신은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그대로인데 저는 점점 늙어가는 모습에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점점 기억이 흐려지는게 무서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대로 당신마저 잊어버릴까봐 두렵기까지 하네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저는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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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여기서 끝이었다. 발키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노인이 된 자신의 남편을 안아주었다.


"당신..여기서 자면 감기걸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들어올려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도 그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그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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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에 가자고...?"


남편의 말에 발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전 먼저 밖에 나가자고 말한 적이 없는 아내의 부탁에 노인은 자팡이를 챙겼다.


"좋지..오랫만에 한 번 가보자고.."


발키리는 그런 그를 부축하며, 밖을 나왔다.

오르카 호는 전쟁이 끝나고 박물관으로 전락되었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항구에 정박해두고 박물관과 기념관으로 개조했다.


"오랫만이구만.."


자신의 옛날 집이었던 오르카호를 보며, 노인은 거대한 잠수함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오르카호 내부를 돌아다니며, 추억에 잠겼다. 이제 전부 둘러봤다싶은 노인이 발걸음을 돌릴려고하던 찰나, 발키리가 그를 놓지않았다.


"아직 더 보고싶은데가 있어..?"


"응.."


아내의 부탁에 노인은 발걸음을 다시 오르카 호로 돌렸다.

아내가 데리고 온 곳은 노인도 잘 아는 방이었다. 노란색의 장판에 좁디좁은 방, 그녀와 서약하고 합방을 했던 방이었다.


"여..여긴.."


노인이 당황해하자, 발키리는 그 허름한 방에 앉았다. 그리고 이리로 오라는 듯 손짓을 하자, 노인은 천천히 자신의 아내에게 걸어갔다.


"저도..가끔은 옛날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아내는 자신의 토끼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노인에게 건네주었지만,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읽지를 못 하자 아내는 그 내용을 대신 읽어주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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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각..당신에게.


제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땐, 인류는 전부 멸망하고 밖에는 이상한 괴물들이 돌아다녔고, 바다에는 외계인이 판을 치는 아주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습니다. 바로 당신이라는 희망이었죠.


당신의 지휘 덕분에 우리 자매들은 괴물들로 부터 살아남았습니다. 당신의 상냥함 덕분에 우리 자매들은 배불리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저는 그런 당신에게 반했습니다. 하지만 전 일개 병사. 마지막 남은 인간과는 그런 관계까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당신이 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었습니다. 기뻣습니다. 정말로요..

그 때 솔직히 말해서 저도 방에서 뛰어다니다가 레오나 대장님께 혼났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당일 당신은 저에게 고백을 했죠. 전 아직도 당신의 그 말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의 그런 표정을 본건 당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으 제게 갖가지 선물을 주었죠. 수영복..드레스...그리고..반지까지..

당신과 가족이 되어서 너무나도 기뻣습니다.


오메가와 철충 그리고 별의 아이들까지 모두 퇴치하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은 저에게 아이를 가지자고했습니다.

진정한 가족이 되고싶다고 저에게 말하셨죠. 그리고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저와 쏙 빼닮은 아이였죠...


아이는 아무 탈 없이 잘 장성하여, 복원된 개체랑 결혼하여 딸을 낳았습니다. 아이도 우리처럼 가족이되었습니다.


손녀를 본 저의 표정을 본 당신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전, 당신을 잊지 않을거에요. 당신이 절 잊는다고해도 전 당신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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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때문에 흐려진 편지가 다시 눈물로 얼룩지고 있었다.

아내의 눈물에 노인도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고 그녀의 뺨을 매만졌다. 솥뚜껑같고, 두툼한 손은 어느새 쭈끌쭈글해지고, 얇아졌다.


"고마워요...나랑 가족이 되어줘서.."


"저도요.."


둘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그 방에서 누웠다.

이 후 경비를 서던 켈베로스에 의해 발견이 되었고, 둘은 손을 꼬옥 잡고 오르카호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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