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 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


"안색이 좋지 않네.. 요즘 잘 쉬지 못하니?"


눈 밑에 가득 낀 다크서클, 초췌한 인상. 나는 금란이 걱정되어 서류를 검토하던 중

곁에 서있는 금란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잠수함의 생활은 익숙치 않아서.."


"아..."


나는 금란의 대답에 최근 합류한 그녀의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분명 오감이 극도로 발달해서 그것을 이용한 활약으로 명성이 높다고 했었지...'


"미안, 내가 너를 신경 쓰지 못했구나. 당장 조치해줄게"


"아, 아닙니다.. 어찌 그런 특혜를..."


내 말에 심히 당황하는 금란.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딱히 특혜라고 할 것도

아니었고, 그저 방음 코팅이 철저한 방을 하나 따로 배정하면 되는 가벼운 일이다.


"걱정 마, 이 정도는 별 것 아니니까. 다른 아이들도 이해해 줄 거야."


"고맙습니다.."


내 말에 그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금란. 보편적으로 시끌시끌한 오르카 호에서

차분하고 단정한 그녀의 성격을 여러모로 내게 큰 힐링이 되었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아니야, 그리고 계속 곁에 서있지 말고 저기 응접용 소파에 앉아있어."


"괘, 괜찮습니다! 소첩, 호위인 몸으로 어찌..."


"뭐 밖에도 컴패니언 아이들이 경호를 하고 있잖아."


하지만 내 말에도 금란은 그저 당황하며 어쩌할 바를 모른 채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역시 조금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명령'을 해야 하나.


"음 그럼 이렇게 하자! 명령이야. 저기서 잠깐 앉아서 쉬고 있어. 어차피 나도

이제 일이 다 끝나 가니까, 이것만 끝나면 내 티타임에 어울려 줘야겠어. 어때? 이래도 싫어?"


내가 장난기를 가득 담아 웃으며 금란에게 말하자 그녀는 그제야 차분히 미소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럼.. 감사합니다 주인님. 소첩.. 잠시 쉬고 있겠습니다."


"응, 그래."


나는 그 말과 함께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서류 너머로 슬쩍 그녀를 바라보니

자리에 앉아 다과와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만히 쉬라고 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나.


'뭐, 그래도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면...'


금란은 차분히 미소 지으며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쉬라고 명령하기는 했지만

나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는 것들을 행복하게 여기는 그녀를 보아하니 역시

그저 쉬라고 하는 것은 잔혹한 일 같았다.


"푸훗!"


"주인님?"


"아, 아니야."


해맑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늘 차분하고 조신한

그녀의 얼굴에 저토록 밝고 아름다운 미소가 지어지다니. 그녀의 미소는 언제나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자, 이제 다했다. 오~ 그거 무슨 차야?"


"주, 주인님..!"


나는 일부러 평소 내가 앉는 자리가 아닌, 그녀의 바로 옆에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적잖이 당황한 금란이 몸을 꿈틀 거리며 내 자리를 비켜주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그녀를 보내주지 않았다.


"뭐야, 이거 섭섭하네.. 금란은 내가 싫어?"


"그, 그것이 아니옵고..."


눈에 티가 날 정도로 금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팔에

살포시 힘을 주어 내 가슴팍에 그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주인님..."


바짝 긴장했던 그녀의 몸에 힘이 풀리고 사뿐히 내 품에 그녀가 들어왔다.

바람과 같은 예리함으로 적들을 베고, 강철과 같은 기개로 나를 지키는 그녀가.


내 품에서 한 떨기 난초가 되어, 내 마음에 그 향기로운 잔향을 남겼다.

사소하고 평범한 내 일상 속의 꽃이 되어, 내 마음에 그 뿌리를 내렸다.


"음.."


그녀를 끌어안고 마시는 차에서 은은한 꽃의 향기가 퍼졌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금란이 고른 것이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


언제나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던 금란, 그런 그녀가 내 품에 머리를 기대고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당황하고 어려운 듯 표현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기댈 곳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잔잔한 만족감이 퍼졌다.


"잘 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내 품은 언제나 너에게 열려 있으니.."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은은한 난초의 향기가 살며시 퍼져 나오고,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어느새 내 마음에 향기로운 난초가 그 뿌리를 내렸다.


-----------------------------------------------------------


내 마음에 자리 잡은 난초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