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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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아.. 리리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초원을 감상하는 내게 갑자기 말을 거는 리리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바구니를 보자 정신이 들었다.


"미안해.. 경치가 너무 예뻐서."


"후후훗, 저도 그렇게 생각 한답니다. 하치코가 알려준 곳인데 참 괜찮죠?"


리리스가 내 옆에 앉으며 나와 같은 경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탁 트인 초원, 그 사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꽃들.


이 경치는 언제 보아도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외출은 

리리스와 함께하는 피크닉이 목적이니 너무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 있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겠지.


"와.... 정말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네요."


리리스가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을 붙잡으며 감탄했다.

방금 전까지 경치에 마음을 빼앗겼던 나는 리리스의 그 자태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빼앗겼다. 


"어... 정말 예쁘다..."


"그렇죠? 후훗."


"아, 응.."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이 나오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화사하게 웃으며 경치를 즐길 뿐. 그녀의 시선은 자연을 향해 있었다.


"유감이네. 원래 다른 컴패니언 아이들과 함께 오려고 했잖아."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주인님의 시간을 저희들 때문에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부드럽게 웃어주는 리리스를 바라보며, 나 또한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고 곁에서 지지해주는 그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겠지.


"언제나 고마워."


"어머,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내 말에 입을 가리고 킥킥 웃는 리리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속 마음을 전했다. 그녀가 내게 갖는 의미를 꼭 들려주고 싶었다.


"리리스는 항상 내 가족 같아."


"가족이요?"


"응, 언제나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너를

보면.. 진심으로 가족이 된 것 같아."


"주인님..."


리리스가 내 말에 얼굴을 붉히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녀에게 가족이란

아마도 컴패니언의 동생들 이겠지. 그래도 작은 소망이지만 그녀의 옆자리에 내가 들어가고 싶었다.


"미안해.. 리리스는 이미 동생들이 있잖아. 내가 좀 뜬금없었지? 가족이라니 하핫!"


내 말에 리리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내 손위에 그녀의 손을 살포시

겹쳐오듯 붙잡았다.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주인님. 가족이라는 것 말이죠."


"응."


그녀가 겹쳐둔 손을 들어 올려 깍지를 끼우듯 맞잡았다.


"제 짧은 생각이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꼭 한 부모의 밑에서 태어나,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 컴패니언은 물론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친 자매나 마찬가지지만.."


나는 리리스의 말에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애로운 눈빛, 따뜻한 음성.

그리고 맞잡은 손에 전해지는 그녀의 온기.


"주인님이 저희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저희들도 주인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답니다. 저희들의 목숨보다 더.. 아니, 만들어진 저희들의 하찮은 목숨보다 더더욱."


"리리스..."


"주인님은 인간, 저희들은 바이오로이드. 저희들도 알고 있어요. 주인님과 저희들은

태생이 다르고 근본도 다르다는 것을."


리리스가 그녀의 허벅지에 나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내 머리칼은 리리스가 차분한 손길로 쓰다듬었다.


"그래도.. 정말 주제넘지만, 저희들은 주인님을 가족으로 생각 한답니다.

항상 서로를 생각하고.. 항상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가족 아닐까요?"


리리스의 손길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처럼 처음부터 의미가 없는

고민이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이미 태어난 자, 창조 된 자의 경계는 없었다.


"그래.. 내가 의미 없는 고민을 했구나."


"후훗, 죄송해요.. 훈계하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리리스.

나는 몸을 사뿐히 일으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리리스가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 또한 내 마음을 담아, 내 진심을 담아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와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엮여 서로를 아껴주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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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우리는 가족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