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조금 매움 새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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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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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령관, 오늘도 놀러 왔어."


이젠 차가운 비석 하나로 남은 사령관의 곁에 제녹스를 타고 온 에밀리가 살포시 내렸다. 

그녀는 이미 익숙한 듯 사령관의 비석에 쌓은 낙엽을 쓸어냈다.


"사령관.. 항상 내가 올 때 마다 더러워.. 씻어야 해.."


마치 타박 하듯 말 하는 에밀리,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차가운 비석 하나에 짧은 글귀를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간 사령관은 이제 에밀리의

손길이 없으면 자신이 영면한 곳의 청소도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사령관은.. 이제 내가 돌봐줄게. 걱정 마.. 나 이제 이런 거 익숙해.."


사령관은 항상 에밀리를 곁에 두고 챙겨주고 가르치며 사랑을 나누어 주었다. 이제는 이런 간단한

일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이 세상을 떠나버린 그에게 사소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장이 그랬어, 이제 에밀리가 사령관을 챙겨야 한다고."


에밀리가 사령관의 비석을 닦아내고 묘를 둘러보며 대충 청소를 끝냈다. 그 후 그녀는

제녹스에 다가가 제녹스 위에 올려두었던 먹을 것들을 꺼내 다시 사령관의 묘 앞으로 다가왔다.


"사령관, 이거 좋아했지? 오늘 에밀리가 직접 만들었어.. 콘스탄챠가 알려 준거야."


모양은 잔뜩 일그러지고 뭉개졌지만 에밀리의 정성이 한껏 들어간 쿠키. 사령관이 살아 있다면

맛있게 먹었을 것이지만, 그는 이제 에밀리의 쿠키를 먹지 못한다.


"영차~"


에밀리가 멀찍이 떨어진 작은 들짐승을 향해 쿠키를 던져주었다. 살아 생전의 사령관도

이렇게 작은 들짐승에게 자신의 먹을 것들을 나누고는 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에밀리는

사령관을 대신하는 심정으로 쿠키를 나누었다.


"사령관은 이제 못 먹잖아."


짧은 말 한 마디, 그 말 한 마디로 사령관과 그녀의 멀리 떨어져 버린 거리가 느껴졌다.

이제 그는 잘 했다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잘못했을 때 가볍게 혼내는 것도 하지 못한다.


"대장이랑 다른 언니들한테 배웠어. 사령관은 이제 죽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그래도.. 에밀리는 사령관이 보고 싶어.. 사령관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게 생각나.."


에밀리가 사령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병석에 누워 그저 힘없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거친 숨을 내쉬던 그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쓰다듬어준 그의 손길.


모든 것들이 에밀리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서 잊혀지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그때 충분히 배웠다. 가슴이 아파오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슬픔이란 감정.


"그래도.. 에밀리는 이제 슬퍼하지 않아. 사령관이 마지막에 그랬잖아..

슬퍼하지 말고, 사령관은 잊고 행복하게 살아 달라고."


에밀리가 사령관의 묘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가을을 알리는 듯

푸르고 높은 하늘,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수많은 새들.


"사령관은 이제 저 위에서 행복하게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대장이 그랬어."


하늘을 바라보며 에밀리가 손을 뻗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그의 손을 붙잡듯,

에밀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나 사령관이 미워.. 잊혀지지 않아서 미워.. 에밀리를 혼자 남겨 놓고 떠나서 미워.."


에밀리는 사령관을 잊을 수 없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부터, 그가 떠나간 그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잘 몰랐지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배웠다.


"그래도... 사령관을 사랑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에밀리가 가슴에 끌어 모든 다리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에밀리가 혼나거나

시무룩하고 있을 때, 사령관은 언제나 따스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이제 사령관이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아.."


그렇게 에밀리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따스한 햇빛이 그녀를

비추고 산들 거리는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를 흝어주었다.


"사령관..."


에밀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따스한 손길처럼, 바람이, 햇빛이

에밀리를 따스하게 품어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울지 않을게.."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사령관의 따뜻한 손길이 그녀에게 느껴졌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는 그녀를 항상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랑해.. 사령관.. 언제나 고마워.."


따뜻한 손길을 추억 하며, 에밀리가 하늘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는 울지 않는다. 따뜻한 그의 손길이 함께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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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손길을 추억하고 당신을 그리우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