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히루메!


 

...블랙...뭐였더라?


 

리리스에요. 리리스. 블랙 리리스.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그래, 나에게 무슨 용무가 있는 것이냐?


 

그냥 특별한 용무가 있는 건 아니에요.


 

히루메를 보니 반가워서요.


 

전 이라는 관형사가 붙기는 하지만 히루메도 컴패니언 소속이었잖아요.


 

흐흠, 그렇긴 하지.


 

허나 컴패니언은 나를 담기에는 작은 그릇, 지금의 나는 배틀 메이드 소속이니라.


 

출가외인이라는 거군요.


 

그래도 반가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혹시 한가하다면 같이 대화를 나누지 않으시겠어요?


                                                      

유감스럽지만 나는 지금부터 미용을 위한 낮잠을      간식도 같이 먹으면서요.


 

자려고 했다만, 동향의 정이 있으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겠지.


 

그래서...간식은 무엇이더냐?


 

초코 타르트에 엘븐 밀크에요.


 

음...나를 위한 봉헌 치고는 괜찮구나.





 

음...역시 예상대로 훌륭한 맛이다.


 

그런데...너는 안 먹는 것이냐?


 

히루메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


  

......안 먹을 거면...네 몫...내가 먹어도 되겠느냐?


 

물론이죠! 얼마든지요.


 

음음...


 

후후.


 

......


 

......나를 너무 쳐다보는 것 같은데.


 

꼬리가 너무 예뻐서요.


 

나의 자랑이지.


 

아, 그러고보니 히루메. 요즘 털갈이 시기인데 괜찮나요?


 

......털이 빠지고 근질거린다만...


 

그럴 것 같았어요, 다른 동생들도 조금 고생하고 있거든요.


 

더군다나 히루메는 꼬리가 아홉개잖아요. 그것도 탐스러운. 그러니 다른 동생들보다 더 힘들겠죠.


 

제가 꼬리를 빗어줘도 될까요?


 

흥! 나의 꼬리는 나의 고귀함의 증거 그 자체.


                                

이를 함부로 남에게 맡길 리가 없        간식 더 줄게요.


 

다만, 그렇게 간절히 바라니 조금 정도는 관대함을 발휘하여 만지게 해주는 것도 고귀한 자의 의무겠지.


 

그래서...이번 간식은 무엇이더냐?


 

크렘 브륄레에요.




 

음음. 바삭하고 달콤한 카라멜 껍질 속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푸딩이라니. 실로 천상의 맛이도다.


 

흥흥흥.


 

......


 

자, 잠깐. 꼬리 손질 그만두거라!


 

어머나? 아팠나요?


 

......반대다...너무...기분이 좋은 게 문제다.


 

당연하죠. 동생들을 위하다 보니 단련된 솜씨인걸요.


                

알아들었으면 그만 두려     에잇.


 

므나아아아앙!


 

후후. 여기가 기분 좋은 거죠? 여기랑. 여기.


 

그만.. 그만 두거라. 거. 거기는 안 된다. 머리가 아찔 해진다.


 

여기랑, 여기도, 여기도. 후후. 기분 좋아지는 곳이 속속들이 보이네요.


 

너...너는 이렇게 나를 타락시키려는 속셈이었구나. 그. 그마아아아앙!


 

아...역시 꼬리 손질은 즐겁네요. 더군다나 탐스러운 꼬리가 9개라니...정말로 행복해요.


 

요즘 다른 동생들은 제가 꼬리를 만지는 것을 피해서 말이죠.


 

히루메도 행복하죠?


 

히아아아아아앙!


 

행복하다니 저도 행복해지네요.


 

후후, 두 번째 꼬리 가요.





 

아...즐거웠어요.


미안하다...사령관...나는 다른 사람의 손에 기쁨을 느껴버린 헤픈 여자였다.


 

기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머리도 남았네요. 머리도 빗겨드려도 될까요?


 

이...이제 나는 더 이상 네 년의 속셈에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


                            

다시는 나와 얼굴을 마주할 생각     그동안 다른 간식도 먹으면서요.


 

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지.


 

......이번 간식은 무엇이더냐?


 

젤라또에요.




 

아아..극상의 맛이로다. 지금까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 최고로구나.


 

흐흐흥.


 

기존의 아이스크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진한 과일 맛이 일품이다.


 

머리카락이 참으로 곱네요.


 

더군다나 공기가 덜 들어간 만큼 밀도도 훨씬 높으니 맛이 묵직하구나.


 

그런데, 뭐라고 했느냐?


 

머리카락이 참 곱다고요.


 

흠 안목이 뛰어나구나. 최상급 모델인 내가 몸 가짐에 부족함이 있어서야 어디서 고개를 들 수 있겠느냐.


 

그렇긴 해요. 그래도 저도 이 머리를 관리하느라 많이 노력한답니다?


 

그래? 어디 보자꾸나.


 

여기요.


 

그래봤자 나와는 비교도 안 되...


 

......


 

이....이건...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이 부드러움과 매끄러움이 손에 스며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느껴지는 향기는 머리카락에서 나는 것이 분명하렸다.


 

갈라진 곳도, 거칠어진 부분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실로 태상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머리카락 아니더냐.


 

과찬이에요.


 

으읏...내가...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이냐.


 

좋다. 인정하마...너의 머리카락 만큼은 나를 넘어섰구나.


 

언니니까요. 동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아야죠.


 

......너는...이상하다.


 

내 태도가 이러한데도 계속 친근하게 굴다니.


 

어머나, 죄송해요.


 

옛가족을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워서요.


 

내가 컴패니언에 소속되어 있던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다만?


 

그렇죠.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 출생 직후에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부모자식 사이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짧은 시간이라곤 하나 히루메는 명명백백하게 컴패니언의 일원이었어요.


 

그러니 언제 어딜 가든 히루메는 제 동생이죠.


 

......하지만 너는 복원된 개체 아니더냐.


 

안타깝게도 그렇긴 해요.


 

제가 실제로 히루메를 본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실제 나이는 히루메가 훨씬 많죠.


 

그러나... 이성은 그렇게 속삭여도 저의 감정은 히루메를 보면 동생을 보살펴 줘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버려요.


 

...이상하구나.


 

이상하다고 해도, 팔불출이라고 해도 마음이 이런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가족이라는 것은 그런 거잖아요?


 

......


 

그 사이에 젤라또를 다 먹었네요?


 

더 갖다 줄까요?


 

아니, 나도 배가 부르니 이제 정말로 낮잠을 자러 가봐야겠다.


 

아쉬워라...


  

다음에도 또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


 

간식을 준비해 놓는다면 얼마든지.


 

그럴게요. 히루메가 좋아할 만한 간식은 잔뜩 있으니까요.


기대하고 있으마.

 

 

그러면 가겠다.


 

좋은 꿈 꿔요, 히루메.


 

잘 있어라...언니.


 

......


 

네...나의 귀여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