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무기력하게, 그의 품에 안겨있고. 만나기 싫은.   누구든.   그렇다.

 목적 없는 거리에서 허비한 시간이 몇 날이던가. 체념하세요, 신들은 우릴 어떻게 못 할 테니까. 


 그만이 오직 실재한다.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성령이 노하기라도 한 듯. 

 하지만 안경이 없어도 보이는 것이 있고, 두 눈을 찢어놔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


" 요즘 하루종일 섹스만 하는 거 같은데 ? "


 " ... " 


 

 " 이렇게 가끔씩은 맡겨둬도 좋을 정도로 솜씨가 늘은데다가, " 




  ㅡ힉 !


 " 억지로 고지를 빼앗아버릴 때마다 주는 반응이. " 



 " .. 일일이, 부끄러워요. 주인님. " 



  ..



 " 꼬추 아프니까, 잠깐 쉬자. " 


 " 네. " 



 " .. 여전히 반응은 드센데도요. " 


 " 발기랑 피로도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거야. 꼴리면 서는 거지, 아무리 고달프고 지쳐도. 생존 본능의 애석한 부분이지. " 


 -


 # 마루타같은 표정으로, 하늬하늬 걸었다. 이끌리는 듯, 휘날리는 듯. 여자냄새속을 헤엄치며.

 # 돛단배가 망망대해에 동동. 바람 한 점 없는 것이 모두를 눈물짓게 했다. 


 -



 " 표정이, " 


 " 음 ? " 


 " 무서워요. 뭔가 안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리셨나요 ? " 



 " 그냥, 가끔씩은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서. " 


 " .. 무슨 뜻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 " 




 " 너희들과 차례차례 무언가 성취해내가고 있고, 물론 일이 잘 풀렸을 때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지. " 


 " 다만,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했거든. 기어코 이 조각배에서 모두의 눈물을 가라앉히지 않으리라고. 어떤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땅을 보여주리라고. " 


 " 잠시 자리를 비워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집을 짓겠노라고. 그건 이 배가 얼마나 크던 빠르던, 줄 수 없는 무언가를 뜻하니까. " 



 " 주인님이 곧 안식처인걸요. " 


 " 그렇게 말 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같이 누워서 네 뺨을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드는 생각일 뿐이야. 너희들에게는 제대로 된 삶을 돌려주고 싶으니까. " 



 " 제대로 된 삶. "



 " 그게 어떤 것일까요, 제겐 사실 알기 힘들다고 느껴져요. 주인님께 충실한 상태일 때, 저는 제대로 된 삶을 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 


 " 이리 와. "



 꼬옥



 " 격침의 공포와 돌격의 긴장감 없이, 사소한 고민들로 가득차서 울고 웃는 세상. " 


 " 그건, 멸망 전의 세상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 "



 " 내가 살아왔던 세상이 꼭 그랬다고는 말 못 하겠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 곳과 다를 바 없었다고 생각해. " 


 " 다만, 보이는 곳에서나마 모두가 지향하던 무언가는 분명히 있었지. " 



 갸웃


 " 행복. 기준점 위에서의 행복. " 


 " 결핍들을 인정하고도, 흉터를 도려낼 생각조차 없지만 계속해서 무언가 쫓는 것. "

 

" 내일의 안전을 위해 계속 위험해지던 나날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의미했던 것들. 소중한 감정들. " 



 " 어려워요 .. 제겐 안겨있는 지금이 그 순간인 것만 같은데. " 


 " 그래, 내게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 침대 맡에 놓인 권총 두 정만 없었다면. " 



 " 거슬리세요 ? " 


 " 그게 아니라, 미안한거야. 이런 시간들까지 저런게 방해하게 두어서. 금방 해결해주지 못 해서. " 



 "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주인님께 구원받은 이는 한둘이 아니에요. 목적도 희망도 없던 삶으로부터읍, " 



 합



 ㅡ! 



 " 파아, 하아.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 말만 골라서 하냐. " 


 " 사실 아까 전부터 심장소리가 들려서, 헤롱헤롱한 상태라고 하면 좋을까요. " 



 " 미치겠네. 엎드려. " 


 " 네 .. ♡ " 





 " 그래도, 이대로 끝내진 않을 테니까. " 


  쑤 ㅡ 욱


 " ㄴㅔ.. " 


 -


  하아, 하아, 


 " 뭘 끝내진 않겠다는 건가요 ? " 



 " 섹스도, 그보다 막중한 일도. "


 " 리리스는 바보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잘 몰라요. "


 " 조금 더 알기 쉽게, 제대로 몸을 써서 알려주세요 ♡ " 


 ㅋㅋ 뒤졌다 넌





 " 다시는 잊지 못 할 방법으로 알려줄게. 반드시. " 


 " 그리고, 꼭 돌려줄테니까. " 





 "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땅 ? " 


  그래. 


 " 자리를 비워도 사라지지 않을 집 ? " 


  그래. 


 " 사소한 고민들로 살아가는 세상 ? " 


  그래. 


 " 주인님 곁에서 살아가는 제대로 된 삶을, 기대해도 될까요 ? " 


 " 그래. 기대해도 좋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거야. " 




 -



















 " 하루종일 섹스는요 ? " 


 " 매일 .. 만 아니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