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하늘. 조금 서늘하지만 기분 좋게 땀방울을 날려주는 바람. 비행하기 딱 좋은 구름.


그야말로.


"전쟁하기 딱 좋은 날씨로군. 안 그래, 부관?"


"보통은 소풍이나 데이트를 먼저 떠올리지 않나요? 아, 머릿속에서 연애를 쏙 빼먹으신 우리 대장님에게 데이트는 무리겠지만요."


"......."


어째 날이 선 말투의 나이트앤젤이 쏘아붙이자 메이는 불만스럽게 눈썹 사이를 좁혔다.


그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이카는 익숙한 듯 웃고 있었으나, 바로 옆에서 비행하던 레이스는 대장과 대령의 싸움답지 않은 싸움을 말리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다시 거두기를 반복했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둠 브링어 부대. 그녀들이 이번에 향하는 곳은 최근 다량의 철충신호가 포착된 곳이다.


다행히도 포착된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으나 오르카 호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앞으로 있을 작전의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르는 위험요소는 서둘러 제거해야만 한다......라는 메이의 주장으로 인해 숙소에서 뒹굴거리던 둠 브링어 전원이 이렇게 출격하게 된 것이다.


일단은 인류의 적인 철충과의 전쟁이긴 하지만.


"어젯밤엔 아스널 준장님에게 설욕하겠다며 큰소리 쳐놓곤, 사령관님 방에서 치킨파티나 하고 나왔댔죠? 대장의 지식 속에서 성교는 야식을 뜻하는 거였습니까?"


"허어? 그렇게 잘나신 나이트앤젤 대령께선 왜 자매기인 스트라토가 복원되자마자 그렇게나 열을 내셨을까? 아아, 그렇구나! 그 가녀린 대흉근 크기만큼이나 마음 속 여유도 없어져버린 모양이네! 아아, 가여워라! 이 풍성한 지방덩어리를 조금이라도 나눠줄 수만 있다면!"


"여유가 없는 건 대장의 처녀막 유통기한이겠죠. 슬슬 간당간당하지 않나요? 이대로면 처녀막이 썩어버려서 곰팡이가 필 지도 모르는데요."


"뭐! 진짜로!? 어어어, 어떡하지 부관!?"


"하아아......진짜일 리가 없잖아요. 비꼬는 거라고요."


한심하다는 듯이 대장을 바라보는 나이트앤젤, 그 시선과 잠시 마주하더니 메이의 표정이 울긋불긋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너, 너 진짜 끝까지 날 무시할 셈이야!?"


"무시당하기 싫으면 얼른 아다부터 떼시죠. 뒤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저희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윽......!"


정곡을 정확히 찔린 것이 상당히 분한지, 메이는 옥좌의 팔걸이를 연신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저기......한참 싸우실 때에 죄송한데요오......."


"또 뭐!"


불쑥 끼어든 다이카. 그녀는 잔뜩 히스테릭하게 변한 메이의 태도에도 주눅들지 않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곧......목적 포인트에 도착하거든요오......."


"그래? 하, 마침 잘 됐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이가 목에서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정지하라는 손짓에 부대원 전체가 일제히 허공에서 멈춰섰다. 고도만 유지한 채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부대원들에게 메이가 말했다.


"전원 여기서 대기해. 내가 신호 보낼 때까지 어느 누구도 공격하지 마."


이어지는 것은 짧은 적막. 오로지 공기가 귀를 스쳐가는 소리만이 이어지던 가운데, 부대원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저기, 대장. 무턱대고 홀로 돌진하는 건 무모하다. 적어도 두세 명 정도는 함께......."


"아니. 안 돼."


조심스러운 레이스의 발언을 끊어버리며 메이가 말했다.


"요즘 '누군가'께서 날 너무 바보취급하고 있더라고. 한동안 몸을 못 움직이기도 했으니, 가서 스트레스 발산이나 하고 와야겠어."


신경질적인 메이의 태도에 레이스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조금 눈물까지 맺힌 시선은 하염없이 나이트앤젤에게 향했을 뿐이었다.


과격하고 공격적인 메이의 행동을 막아설 수 있는 존재는 사령관과 나이트앤젤 뿐이었기에.


"......좋아요. 마음대로 하세요."


그런 나이트앤젤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어차피 철충의 수도 적고, 지금의 대장 마인드로는 제대로 부대를 지휘할 수 없을 테니까요."


"흥, 누구 때문인데."


입을 비죽 내밀며 대꾸한 직후, 메이의 옥좌가 아래쪽으로 기울어졌다.


마치 하늘에 미끄럼틀이라도 있는 듯, 바람을 눈밭으로 삼은 메이는 곧장 아래쪽으로 활강을 시작했다.


"잘 보고 있으라고! 이 몸의 위대한 진가를 다시금 보여줄 테니까!"




*****





지상에서 조금 떨어진 허공, 메이는 옥좌의 단말을 통해 철충의 숫자를 정확히 세어보고 있었다.


"서른 넷......아니, 서른 여섯인가.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숫자는 이게 전부네."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메이가 팔걸이 위에 달려있던 덮개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 들어있는 붉은색 버튼을 꾹 누르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대략 마흔 다섯 정도는 있다고 보는 편이 낫겠네."


적들의 숫자를 입으로 읊으며 메이가 코트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아무런 도색도 되지 않은 은색의 철구였다. 그것을 저만치 아래의 철충들 사이로 툭 던져버린 메이.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철구는 이내 형태를 눈으로 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져갔다.


그 순간.


미소를 머금은 메이의 입가가 선고를 내렸다.


"멸망의 시간이다, 벌레들아."


메이의 말이 끝나는 것을 신호로, 거대한 진동이 울렸다.


정확히 철구가 떨어졌던 자리에 폭발이 일어났다. 아직 하늘에 있던 메이에겐 그다지 충격이 오지 않았으나, 일부 철충들에게 위치를 들키기엔 충분했다.


"이런 초라한 폭발은 둠 브링어에 어울리지 않지만, 멸망의 메이 단독무대의 막을 올리기엔 딱 좋지."


키득거리는 메이에게 나이트 칙들 수십 기의 총구가 겨눠졌다. 메이의 등 뒤에 떠있는 햇빛을 집어삼키는 칙칙한 색의 철충들을 보며 메이는 슬쩍 입맛을 다셨다.


일촉즉발의 상황. 이대로면 메이의 작은 몸집이 벌집으로 변해버릴 지도 모름에도 메이는 여유로울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 여유의 근원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태양을 등에 지고 있던 메이. 그런 그녀의 등 뒤로 수십 개의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것들은 전부 내가 직접 조종하는 장난감들이니까."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바이오로이드만한 크기의 무인기들. 외형은 마치 AGS의 와쳐 모델과도 닮았으나, 훨씬 더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르다.


특이할 사항은, 마치 두꺼운 돈가방과도 같은 상자들을 각각 싣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이 무엇일지, 오르카호의 일원들이라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터.


허나 안타깝게도 메이의 눈 앞에 존재하는 미지의 적들에게 이 상자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지하면 죽음 뿐. 전장에서 오래도록 지켜지던 법칙을 잇기 위해. 메이의 무인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나이트 칙들이 메이를 향해 총탄을 발사하려는 순간.


철컥철컥철컥! 무인기의 상자들이 동시에 소리를 냈다. 무언가가 열리는 듯한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상자의 내용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40대의 무인기에서 각각 하나씩.


각각, 메이가 아까 철충에게로 던졌던 철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폭사해버려라."


퍼버버벙!!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퇴고 안했음


찍 싸고 이대로 끝날 가능성 농후함


나머지는 내가 졸려서 나중에 씀


사실 나중에 이어서 쓸지도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