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데드풀의 하루

2화: 마리 소장 구하기 上
3화: 마리 소장 구하기 中

4화: 마리 소장 구하기 下

5화: 포켓몬스터MG

6화: 하와이안 피자上

7화: 하와이안 피자 下

8화: 다이 어나더 데이
9화: 호드 이즈 에브리띵 上

10화: 호드 이즈 에브리띵 中












완패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저 재생능력을 넘을 수 없었다. 


두 다리는 부러졌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데다


얼굴은 떡이 되도록 맞아서,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부어올랐다. 


모든게 끝났다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호드 자매들... 살아 남아야 하는데...


내가 죽은 자매들을 위한답시고 살아있는 자매들은 버린건가?


내 귓가에 놈이 권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남은 자매들을... 살려다오."


"...글쎄다."


"부탁이다... 저들은 너한테 저지른 죄가 없다...


내가 없어도... 호드는 너에게 큰 전력이다...


제발... 부탁이다."


그가 뭐라고 하는지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깨어있질 못하겠어... 이젠... 더 이상 무리야. 












삭신이야... 이 망할 힐링 팩터가 고통이랑 피로까지 어떻게 해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야. 


난 하나 남은 팔로 칸을 어깨에 짊어지고 천천히 광산 바깥으로 나왔어. 


으으... 사막의 밤공기는 너무 차다니까. 


그나저나 우리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싸운거야?


날이 저물어 있을 정도면 진짜 하루종일 싸웠다는건데. 


"대장님!!! 대장님!!!!"


호드 댕댕이들 설마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건가? 


나는 쟤들 보란듯이 칸을 바닥에 매다꽂아버렸어. 


칸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지. 


"살아있어! 아직 살아있어!"


그래 아직 숨은 붙어있지... 넌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야. 어서 쟤네들한테 말해서 나를 주인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그래야 내가 쟤네들을 먹여살리든 말든 할거 아냐?!!"


어랍쇼? 이 년, 아주 뻗어버렸네. 


쌍년아, 네가 이렇게 뻗어버리면 내가 널 여기까지 데려온 의미가 없잖아?


내가 맘바를 꺼내 그 년의 머리통을 향해 겨누자 


내 옆에 있던 호드들 모두 총을 꺼내 나를 향해 겨누었어.


...하이에나 쟤만 빼고. 쟤는 이런 상황에서도 총이 아니라 다이너마이트를 꺼내네. 


쟤네들이 그러든 말든 나는 칸의 머리통을 빤히 내려다봤어. 


방아쇠를 당겨... 말아? 


내 특유의 결정장애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도져버렸어. 


옛날에 케밥을 먹을까, 카레를 먹을까 30분동안 고민해서


옆 동네 피터한테 너 병신이야? 소리 들었던 적도 있었지.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카레, 케밥,


썅!!! 답은 KFC다!!!!!


나는 허공에 총을 한 번 쏘고 그대로 다시 홀스터에 넣었어. 


솔직히 좀 웃기기도 해. 


이년도 말만 호드의 대장이지, 실상은 중간관리직만도 못한 존재인데 


윗대가리들 냅두고 아랫놈들부터 조지는거... 솔직히 찌질한 화풀이 같잖아? 


물론 인간은 나빼고 죽었다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거지. 


그래... 윗대가리들을 다 쓸어버린 다음에... 이 년을 죽일지 살릴지 그 때 결정하자. 


"꺄아아아아아악!!! 실수로 버튼 눌러버렸어!!!!!"


아 귀야... 탈론 쟤는 뭔 소리를 하는거야?"


"그걸 눌렀어??? 그걸 진짜 눌렀어??? 야 이년아!!!! 그걸 진짜 누르면 어떡해?!!!!"


"저 인간이 총을 쏘니까 저도 모르게 눌러 버렸죠!! 으아악!!"


"날라리들. 진정하고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봐."


"이 기지가 1분 후에 폭발한다는 거죠!!


아 씨발 몸 절반이 날아간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도 폭발엔딩인거야?


오또케 할 시간은 없지. 난 얼른 칸을 집어든 다음, 지프의 조수석에 쳐박았어. 


머리부터 처박혀서 좀 아프겠지만 아무렴 어때. 


"야!!! 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롤러 스케이트가 없는 샐러맨더와 페더가 뒷자석에 올라탔고 


난 바로 악셀을 밟았지. 


시발, 안전거리까지 탈출할 수 있을까? 시간제한 좀 빡센데? 


"웅아!!! 그래 실눈 너! 내 주머니 안에 usb가 하나 있거든? 


그거 오디오에 꽂아서 음악 좀 틀어봐!"


"이런건 대체 왜 가지고 다니는거야..."


"꼽았냐? 그럼 이니셜 D OST 모음집 폴더 들어가서 재생해!"


De Javu 좋지!!! 비트에 몸을 맞기며 나는 두부집 청년처럼...


씨발!!! 아직 오프닝 반주도 안 지났는데 폭탄이 터졌다!!!


씨이이이이이이이바아아아아아아아아알!!!!!








낯선 천장이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인가? 


"어? 큰 해충이 벌써 정신을 차렸다. 


마취제가 부족했나? 벌써 눈을 뜨다니.


다프네, 큰 해충이 눈을 떴어."


"어? 정말이네? 


무리해서 움직이지 마세요!! 


칸 대장님은 지금 눈을 뜨신게 기적일 정도로 심하게 다치셨어요."


"여...여긴."


"오르카 호 의무실이에요."


"오르카... 뭐라고?"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자 부러진 갈비뼈들이 비명을 질렀다. 


"자매... 자매들은..."


"저희는 모두 무사합니다. 대장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옆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탈론 페더가 옆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카멜과 샐러맨더 워울프 하이에나... 모두들 내 곁에 있었다. 


"대체 이게..."


"데드풀... 사령관님 덕분이었어요. 


그 분이 저희 모두를 구하고 여기로 데려왔어요."


"아아... 그 때 하마터면 정말 큰일날뻔했지. 


설마 하이에나도 아니고 페더 너가 그런 바보 짓을 저지를 줄이야.


똑똑한 척 그만하고 이만 인정해라. 너도 바보인걸 말야. 


워울프의 말에 모두 키득거리는걸 보고 안심이 됐다. 


하지만 그 남자가 어째서...?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를 만나고 싶다... 그는 어디에 있지."


병실에 있는 휠체어에 앉은 나는 휠체어를 끄는 페더와 함께 함장실로 갔다. 


함장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블랙 리리스가 나를 보자마자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화날만 하지... 할 말은 없다. 


"그 남자를 만나러 왔다. 비켜주겠나?"


"당신같은 대역죄인은 주인님을 만날 자격이 없답니다. 


당신과 호드... 모두 반역죄로 처형해야 마땅한데 주인님은 너무 착하셔서 탈이에요. 


주인님의 대양과도 깊은 자비에 감사하면서, 병실안에 찌그러져 있어요."


리리스의 태도를 보니 설득의 여지가 없군. 


하는 수 없이 다시 병실로 돌아가려던 그 때였다. 


"신속의 칸 대장님. 


주인님이 부르십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바닐라가 얼굴을 불쑥 내밀고 말하자 리리스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안에는...


"나는 두 번 다시 단독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두 번 다시 오르카 호를 멋대로 나가지 않겠습니다..."


혼이 빠져나간 데드풀이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공책에 쓰고 있었다.


그것도 의자도 없이, 공기의자 자세로.


"저기... 레오나 양? 알렉산드라 센세? 저 충분히 반성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후훗 우리 사령관... 말할 여유가 있는거 보니까 아직 정신을 못차렸네?


하지만 사령관, 당신이 채워야할 공책은 아직 이만큼이나 남아있어. 


이참에 당신의 그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교정시켜줄테니까 각오하라고."


"하아아아아아... 응? 칸 들어왔다. 모두들 잠시 나가있어."


"하지만....."


"명령이야. 우리 둘만 있게해줘."


그가 딱 잘라서 말하자 천하의 레오나와 알렉산드라도 어쩔수가 없다는 듯이 방을 나갔고,


함장실 안에는 우리 둘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에겐 눈길도 주지않고, 반성문을 계속해서 썼다. 


"왜 나를 죽이지 않았지?"


"우선순위를 따지기로 한거야. 


내가 지금 널 죽여봤자, 펙스만 좋아할 일이거든. 


그래서 펙스부터 족친 다음에 널 어떻게 할건지 결정하려고."


"...그런건가."


"뭐야... 너 설마 내가 널 죽이지 않아서 원한은 전부 잊어주려고 했던거야?"


"그럴리가."


"그렇지. 우리 사이가 무슨 난 니콜을 죽였지만, 넌 톨을 죽였으니 쌤쌤이네. 


이런건 아니잖아. 안 그래?"


"...이제 우리 호드는 어떻게 되는거지?"


"그거야 너네 하기 나름이지."


그 말을 끝으로 우리의 짧은 만남은 끝이났다. 


일주일 후, 몸을 어느정도 회복된 나는 오르카 호를 떠났다. 


자매들에겐 선택권을 주었지만...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내 뒤를 따랐다.


"결국 떠나는구나."


뒤를 돌아보니 마리가 서있었다. 


"배웅해주려는 건가?" 


"그래. 무운을 빌어주러 왔다."


"그럼 나도 너의 무운을 빌겠다. 너한테는 신세만 졌구나 마리."


"정말 떠날건가 칸? 각하는..."


"됐어. 차라리 이러는게 낫다. 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무슨 일이 있으면 너를 통해서 연락하겠다. 그럼 이만."


우리가 처음부터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우린 아마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꼬이고 꼬였다. 


만약,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리 모두 과거를 잊을 때까지 살아있다면


네가 그때까지 나를 살려둘 의향이 있다면... 


그 때는 너를 친구처럼 안녕이라는 밝은 인사 한 마디로 받아줄 수 있겠지. 








비록 호드를 gotcha 하는건 실패했지만, 그래도 -200이었던 호감도를 -100으로 만회한게 어딥니까 풀 씨.


풀 씨의 좌충우돌 모험기는 다음 화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