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오르카호는 사령관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수면 위로 부상한다.

금일보고는 라비아타가 맡기로 하였고, 그녀는 격납고에 있는 수송선에 탑승하였다.

그녀가 수송선을 타는 것을 꺼려하자 안에 있던 파일럿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라비아타님, 괜찮으십니까?"


"괘..괜찮습니다.."


라비아타는 고개를 저었고 결국 수송선에 발을 올렸다.

엔진에 시동을 건 수송선은 격납고를 빠져나와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비상했다.




"언제봐도 참..."


라비아타는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괴수를 보았다. 어찌나 컸는지 바다 위에 있는 오르카호가 먼지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수송선이 다가서자 괴물의 몸에 있는 구멍 중 하나가 열렸고, 수송선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으으..."


온 몸에 소름이 돋은 그녀는 자신의 양팔을 붙잡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멸망 전 부터 생존해온 라비아타였지만 아직까지 적응하지 못 했다. 이 때문에 회의나 보고를 하러 가는 것을 꺼려하는 지휘관들이 대다수였다.

수송선은 격납고처럼 보이는 넓은 공간에 착륙을 하였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오느라 고생많았다."




그녀를 반긴 것은 사령관이 아닌 사령관과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은 '알렉세이 스투코프' 제독이 서있었다.

그는 기계와 인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한다. 그래서인지 오르카호의 대원들은 그를 싫어한다.


"자네는 쉬면 안돼지."


"이야~ 야근이다!"


파일럿을 향해 꾸짖자 파일럿은 다른 파일럿들과 합류했다.

그 모습을 본 라비아타는 온 몸에 소름이 다시 돋아났다. 빨리 보고를 마치고 오르카호로 돌아가고싶었다.


"제..제독님...고생은 무슨..."


"바다 밑에 있는 잠수함이 여기로 오는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겠는가..."


그의 말에 라비아타는 머리를 긁으며 머쓱해했다.


"오르카호도 알렉산더나 아포칼리스크처럼 된다면...육해공을 전부 지배할 수 있을텐데.."


제독은 격납고에 있는 거대한 괴물과 밖에 있는 거대한 함선을 쳐다보았다.



(아포칼리스크)



(알렉산더)


"감염이 3배면 힘도 3배..안 그래..?"


"안됩니다. 오르카호는 절대 안됩니다."


라비아타의 말에 제독은 고개를 숙였다.


"아쉽군...그대의 사령관이 기다리고 있을거다. 함교로 가보거라."


"알겠습니다.."


제독은 자신의 모자를 벗어 그녀에게 인사를 하였고, 라비아타 그녀도 치맛자락을 올려 그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함교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바닥의 질감 때문에 빨리 보고를 마치고 돌아가서 씻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인공생물체..라비아타 프로토타입...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모체..."


그렇게 걸어가던 도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수십개의 팔이 달린 녹색의 생물체가 보였다.

이 거대괴수의 기술자인 '아바투르'였다. 그는 수많은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히잇?! 제 몸에 손 대지말라고 했죠?!"


라비아타가 소리치자 아바투르는 모든 손을 들어올려, 놀랐다는 것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의 모체가 된 생물체 라비아타 프로토타입...그 몸 속에 있는 다량의 오리진 더스트...군단과 융합...새로운 진화 가능...해부..필요함.. 그리고..그 해괴망측한 몸 대신...강력한 저그의 몸으로 개선해주겠음.."


아바투르가 수많은 손을 그녀에게 댈려고하는 순간 누군가가 아바투르의 팔을 잡았다.





"그만해라...저 정수는 내것이다..."


사령관과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은 또 다른 생물체 '데하카'가 아바투르의 팔을 붙잡았다.

매번 정수를 원한다며 바이오로이드들을 먹어대는 무시무시한 면모 탓에 대원들은 그에게 접근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저 여자한테서 엄청난 양의 정수가 느껴진다...너한테 넘겨줄 순 없다..."


"원시저그...용납 못 함...깨끗이 제거해야함...흔적도 남지않게 파괴해야함..."


둘 한테서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느낀 라비아타가 둘을 말려보려고했지만, 이미 늦었다.

데하카의 발톱이 아바투르의 얼굴을 찢으려고 할 때 또 누군가가 나타났다.




"무례한 녀석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여왕님의 손님에게 무슨 추태냐?!"


사령관의 심복이자, 이 거대괴수에서 2인자의 취급을 받고있는 무리어미 '자가라'가 나타나 아바투르와 데하카의 싸움을 말렸다.

아바투르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두손을 들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와 싸워봤자 자신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하카는 그녀에게 끝까지 대들었다.


"저 정수가 필요하다...난 정수를 따른다..다른 놈들의 정수는...맛 없다..."


"여왕님의 명령을 못 알아들었냐?! 이 미개한 녀석! 저들은 먹는 것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했거늘!"


"난 저 여자의 정수가 필요하다...저 정수는 분명 맛있을것이다.."


"복종하는 법을 다시 배워라! 이 미개한 녀석!"


자가라의 말에 데하카는 살짝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래...오늘 너의 정수를 먹고...저 여자의 정수를 먹겠다.."


"저기...그만하시죠...?"


"넌 빠져라!"


라비아타가 둘을 말려보려 애썼지만 둘은 그녀에게 고함을 쳤고 이에 놀라 라비아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시 둘은 서로에게 발톱을 내밀었다.


"그만!"


위엄있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데하카와 자가라는 발톱을 숨겼다. 




"사..사령관님!"


사령관의 모습에 둘은 몸을 벌벌 떨었다.


"자가라, 내 대신 대답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데하카, 저들한테서 정수는 수집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죄...죄송합니다..여왕폐하..."


"언젠간...너의 정수를 먹겠다..."


자가라는 몸을 조아리며 물러났고 데하카는 라비아타를 한참을 쳐다본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령관은 라비아타에게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미안하다. 내가 저 둘을 대신해서 사과하마."


"아..아닙니다..사령관님..."


"온 것을 보아하니 보고하는 날인가보군?"


"그..그렇습니다.."


사령관은 웃으면서 그녀와 함께 함교로 걸어갔다. 함교에 도착하자 이 거대괴수를 담당하는 보좌관인 이즈샤가 둘을 반겼다.



"어서오십시오. 여왕님. 그리고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라비아타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녀 또한 라비아타에게 자신의 촉수를 흔들어 인사했다.


"그래..라비아타, 무슨 일이 있었지?"


사령관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옆에있는 생물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저글링이라고 불리는 이 생물체는 여기에 있는 생물체들 중에서 제일 작았지만, 제일 사나웠다.


"아메리카에 있는 오메가를 처리 한 뒤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래..그랬지..그 오메가라는 가증스러운 여자를 확실하게 처리했지.."


사령관은 거대괴수의 벽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쳐다보았다.


"주...죽여줘..."


거대괴수의 점막에 얼굴만 보인 오메가는 죽고싶어도 죽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라비아타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소속인 바이오로이드들도 이 거대괴수의 일부가 되거나 스투코프 제독의 부하가 되어버렸다. 오늘 그녀를 태우고 온 파일럿이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다른 레모네이드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라비아타는 사령관이 화를 낼 줄 알았지만,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라비아타, 우릴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이제 있을거라고 생각하느냐?"


"어...없습니다.."


철충도 별의 아이도 사령관의 군단에 결국 멸종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의 군단을 따르는 오르카호의 대원들과 따르지 않는 레모네이드 뿐이었다. 


"그녀들도 곧 내 밑으로 들어올 것이다..."



사령관은 웃음을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망망대해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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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서 끄적여봤읍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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