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녀석들...이렇게 빨리 멸종할 줄이야..."


사령관은 언덕 위에 서서 드넓은 초원을 쳐다보고있었다.

무너져가는 건물들이 그 초원의 배경을 망치고 있었지만, 그 건물의 사이에서도 풀들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었다.

사령관은 그 초원을 벗삼아 그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꺼냈다. 마지막 남은 것이라 아낄 생각이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기술로 가볍게 뭉쳐놓은 보라색의 기체를 흡입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로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주인님! 하치코가 뭘 발견했게요?!"


"앗!"


한쪽은 연한 크림색, 다른 한쪽은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하치코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사령관의 손의 힘이 풀려버렸고 보라색의 기체가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갔다.

사령관은 날아가는 기체에게 손을 뻗어 잡아보려했지만, 기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으이이이...."


"주인님? 왜 그러세요?"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마지막 남은 테라진이었는데! 그리고 주인님이 아니라 군주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을텐데!"


사령관의 호통에 하치코는 눈을 질끈 감았다. 평소에도 화를 잘내긴 했지만 이번엔 평소보다 더 크게 화를 냈다.

하치코는 자신의 주인을 화내게했다는 생각에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죄송해요...하치코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버리지만 마세요..."


사령관은 엄청 화가 나있었지만 하치코의 눈물을 예상하지 못 한 결과였다.


"...다음부턴 그러지마라..알았나?"


"네..."


주인의 자상한 목소리에 하치코는 눈물을 닦아내고 웃음을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나저나..뭘 가져왔느냐?"


"앗! 아까 리리스 언니랑 건물을 수색했는데 이걸 발견했어요!"


하치코는 자신의 손에 들린 참치통조림을 사령관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그것에 관심이 없었다.

통조림을 이리저리 살펴본 사령관은 그것을 다시 하치코에게 던져주었다.


"주..군주님..?"


"난 이런거 필요없다. 너랑 리리스한테 필요하겠군."


사령관은 다시 드넓은 초원을 쳐다보았다. 


"어머. 하치코, 군주님이랑 뭘 하고 있었니?"


"앗! 리리스언니!"


사령관의 뒤로 누군가가 두손을 공손히 모은 채로 걸어왔다.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라오는 개체 중 하나, 저 하치코의 자매로 보이는 블랙 리리스였다.


"리리스..."


"군주님? 오늘도 좋은 아침이군요."


그녀가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인사를 하였다. 


"리리스..."


"네? 군주님?"


사실 사령관은 리리스를 싫어했다. 자신이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알 수 없는 괴물에게 공격을 받고있었던 리리스와 하치코를 구해준 뒤로 자신을 계속해서 따라왔었다. 이 둘이 귀찮았던 사령관은 리리스를 어떻게든 떨어뜨리기 위해 했던 말이 있었다.


"내 밑에 들어오고 싶다면, 나와 같은 색으로 물들이고 와라!"


사령관의 말에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치코와 함께 사라졌다.

겨우 떨어뜨렸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매우 신이 났다. 이제 혼자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리리스는 사령관의 위에서 날고 있었다.


"주인님? 어떠신가요..?"


일주일 뒤, 리리스와 하치코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


"주인님과 같은 색으로 맞췄어요...물론 하치코도요.."


그녀의 뒤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하치코도 그녀와 같은 색으로 물들여져있었다.

사령관은 리리스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주인님이라 부르지말고 군주님이라고 부르도록..알겠나..?"


"네! 군주님!"


이렇게 된 것이었다.


다시 현장으로 넘어와 사령관은 리리스의 등장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리리스와 하치코가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사령관은 그것을 개의치 않았다.


"주ㅇ..군주님!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거에요?"


하치코의 말에 사령관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사실 그도 갈 곳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정처없이 떠돌 뿐이었다. 자신을 따라주던 백성도 함대도 없었다. 매번 쌈박질이나 하고 살던 그에겐 있어선 가장 따분한 곳이었다.


"군주님? 저 앞엔 철충무리 있습니다."


리리스의 말에 사령관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과 같은 색인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빛나는 이상한 기괴한 괴물들이 보였다.

이 세상은 저 철충이라는 생명체에게 멸망했다고 리리스가 귀띔해준 적이 있었다. 사령관은 앞에 있는 철충들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철충무리도 사령관 일행을 보았는지 그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군주님?"


"적이 우릴 향해 오고있구나.. 오,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


사령관은 마침 무료했던 참이었기에 자신의 검을 뽑았다. 붉은색의 날카로운 검이 그의 손목에서 튀어나왔고 사령관은 철충무리에게 돌진하였다. 철충의 머리에 검을 박아준 뒤, 손을 뻗어 거대한 파동을 내뿜었다. 철충 무리는 사령관의 힘 앞에서 그저 바람앞의 등불이었다.


"리리스 언니! 우리도 도와줘야하는거 아닌가요?"


하치코의 말에 리리스는 그녀의 코에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댔다.


"즐기시게 놔두렴.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란다."


언니의 말에 하치코는 자신의 주인님이 철충과 싸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만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철충들은 사령관의 검 앞에 초토화가 되었다.


"오늘도 멋지셨습니다. 군주님."


"입발린 소리는 그 쯤 해둬라. 이 정도는 당연한거다."


리리스의 말에 사령관은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하치코의 뒤로 뭔가가 기어오고 있었다.



"하치코!"


리리스가 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방패인 로자 아줄을 펼쳤지만, 이미 늦었다. 타란튤라가 그녀에게 달라붙을려고 하는 순간

사령관이 리리스의 로자 아줄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방패 위로 무언가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것까지 챙겨줘야겠나?!"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광선에 타란튤라는 하치코의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터져버렸다.


"군주님...감사합니다..하치코를 구해주셔서.."


"...너의 동생이 짐이 되어버렸군.."


사령관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사령관을 그저 쳐다만 보고있었다.


"뭣들하는거냐?! 멀뚱히 쳐다보는것 말고도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의 모습에 리리스는 웃음을 보이며 하치코를 일으켜 세운 다음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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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라라크가 제일 맘에 듭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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