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맛(?) 짧은 단편

*그 외 그동안 쓴 문학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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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그것에 섞여서 들려오는 질척한 물소리.

거친 손이 내 몸을 더듬고, 격렬한 충격에 복부 언저리에서 시작된 쾌락이 

척추를 타고 머리를 녹여버렸다.


"헉! 헉!"


"으흣! 응! 하아!"


이렇게 그의 품에 안겨 육체의 쾌락을 즐기면, 또다시 이성의 끈이 얇아진다.

그의 성기에 착용된 얇은 피막 한 장이 우리들 사이에 있을 리스크를 줄여주는 유일한 보호막.


전쟁이 한참인 지금, 내 자궁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없다.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아이들이 자라기에는 너무 가혹하니까.


"레오나! 읏! 슬슬..!"


"와줘! 내 안에..! 내 안에!"


"윽! 으윽!"


이윽고 그의 치골과 내 치골이 맞닿을 정도로 그가 내 허리를 붙잡고 자신의 허리를

밀어붙였다. 서로 간의 간격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의 욕망이 내 육체에 주입 된다.


"으헉! 헉!"


"다, 달링...! 으흣! 기, 깊어...!"


그는 몇 번이고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내 안으로 자신의 씨앗을 방출한다.

하지만 그의 씨앗이 내 자궁에 옮겨지지 못한다. 그의 성기에 쌓여진 얇은 피막이

그의 파종 행위를 방해하고 있었다.


"후우...."


그의 거친 호흡과 허리 떨림이 멈추고 그가 내게 체중을 실으며 살며시 안겨 들었다.

나 역시 다소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오나... 미안해, 역시 이걸로도 부족해..."


"달링.. 그래도.. 콘돔은 이제.."


방금 전 행위를 마지막으로 준비한 콘돔은 다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나는 무의식 적으로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내 육체를 탐하는 정욕은 언제나 뜨거웠으니까.


"안될까?"


"읏...!"


그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으며 유두의 끝을 자극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복부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자궁을 자극했다. 그래, 이 쾌락에 나는 그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처음부터 나는 이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그럼... 밖에.. 으응! 핫!"


그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어느새 내 몸에 다시 올라타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내 머리가 쾌락과 그가 속삭이는 사랑의 말에 녹아내렸다.


차가운 겨울의 전장을 누비는 북방의 암사자는 그저 눈 앞의 이 수컷에게 마음을 사로잡혀

그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를 상대할 때면 이성보다 감성이, 리스크보다 쾌락이 앞서게 되었다.




"하아..."


도중에 정신을 잠시 잃었던 것일까. 강렬한 쾌감과 열락으로 그의 품에서 녹아내려

그에게 사랑을 구걸했다. 기억나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아..."


살며시 상반신을 일으키자 내 사타구니에서 질척한 소리와 함께 그의 정액이 터져나왔다.

복부의 안 자궁에 그의 정액이 가득 차올라 미적지근하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많이 싸네..."


언제 보아도 인간의 그것은 아득히 초월한 정력이다. 살며시 복부에 손을 올려두고 쓰다듬자

그의 사랑이 안에서 출렁이는 것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안에 전부 들어가지 못하고

밀려나온 정액이 젤리와 같은 형태로 밖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우... 정리 해야지..."


휴지를 대충 뽑아 더러워진 사타구니를 정리한다. 너무 양이 많아서 뒤처리가 곤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후훗... 아직도 이렇게 보면 천진난만한 얼굴이네..."


비록 육체를 한번 재건했다 해도, 그는 근본적으로 이제 막 성인이 된 남자. 엄밀히 따지면 정신적인

나이는 자신보다 어렸다. 그래서 일까? 그의 요구를 무턱대고 수용하게 되는 일들이 잦았다.


"오늘도... 원래는 피임 없이 하면 절대로 안되는 날인데..."


흔히 위험일 이라고 하는 날이 오늘이다. 하지만, 그의 품에 안기면 그런 것들은 결국

뒷전으로 밀려버리곤 했다.


"참, 귀여운 얼굴... 이런 유약한 얼굴로, 새로운 생명의 아빠가 될 수 있어?"


그것도, 만들어진 존재인 나와 만들어낸 아이를.


"후훗.. 나도 참 멍청하지.."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잉태되어

태어난 인간. 그리고 나는 그저 만들어진 육신에 인위적인 의식이 담겨진 그 무언가.


그가 달이라면, 우리들은 달의 그림자와 같다. 언제나 그의 곁에서 함께 하지만...

결국 그 근본이 다른 인간과 바이오로이드. 그것이 그와 내 사이를 가르는 장벽이다.


'너와 살을 섞을 때마다... 아무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그는 '인간'이고, 나는 '바이오로이드'다. 과연 나는 영혼이 존재할까?

과연 나는 그의 곁에서 그를 품어도 되는 것일까?


"이건..."


잠에 빠진 그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담배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그가 즐기는 이것을

나는 부정적으로 생각해 항상 잔소리를 하고는 했는데...


"한번만 해볼까..."


감성적으로 변한 탓일까. 한번은, 딱 한번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후우~ 콜록! 콜록!"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내게 영 맞지 않는 물건이었다. 독하고 쓴 냄새가 입안에 퍼지고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느낌이 들었다.


"으음... 레오나? 일어났어?"


"아.. 달.. 콜록! 콜록! 달링.. 콜록!"


"뭐야? 담배 피웠어?"


어느새 몸을 일으켜 내 뒤에서 나를 살포시 끌어안는 그의 체온을 느끼며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역시 내게 안식이란 이런 허황된 연기가 아닌, 그의 품이었다.


"그냥... 꿈을 꿨어."


너와 내가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면서 자식들을 키우는 그런 꿈을.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인간인 너와 가정을 이루는 그런 꿈.


"....조금은 안타까운.. 그런 꿈."


나는 내 복부를 쓸쓸히 쓰다듬었다. 전쟁이 계속되고 모든 것들이 열악한 지금,

만약... 혹시 그의 아이가 생긴다면.. 그리고, 만들어진 내가 인간인 그의 아이를

키울 자격이 되는 것일지.. 모든 것들이 걱정되었다.


그래서 꼭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조금은 안타까운 꿈.


"괜찮아. 오늘 레오나가 위험한 날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가 내 뒤에서 나를 감싸 안으며 내 복부 위에 올려진 내 손에 그의 손을 겹쳤다.

그가 내 복부를 쓰다듬으며 내 볼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그 꿈. 내가 안타까운 꿈이 아닌, 행복한 꿈으로 만들어줄게. 그러니까 담배는 절대 하지 마."


"다, 달링..."


"뱃속의 우리 아이한테 담배는 치명적이야."


그가 밝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는 내 꿈을 품어주었다. 조금은 안타까운 내 꿈이,

그의 품속에서 행복한 꿈으로 바뀌었다. 


"후훗... 그래, 달링이 조금만 더 힘을 내 준다면.. 행복한 꿈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의 입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내게 행복한 꿈을 보여준 그에게, 내 마음을 담아서.

그는 다시 한번 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기 시작했다.


조금은 안타까운 꿈을, 행복한 꿈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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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안타까운 꿈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