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단맛, 짧은 단편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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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육상 출장이 끝나고 돌아온 오르카 호.


오르카 호의 갑판에 올라서 난간에 기대 바다를 바라보자 소금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 바쁜 사령관은 뭐하다 이제 온 걸까~?"


장난기가 섞인 경쾌한 목소리, 다소 책망하는 듯 한 단어 선택과는 다르게 내 귓가에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히힛! 농담이야~ 보고 싶었어, 사령관!"


목소리의 주인공인 미호가 순식간에 내게 달려와 내 품에 안겨 들었다.

갑작스러운 무게 감이 느껴져 잠시 휘청했지만 그녀를 받쳐 들고 몇 바퀴를 빙글빙글 돌았다.


미호가 보고 싶었던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꺄앗~ 내려줘~"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칭얼거리는 그녀를 살며시 내려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길을 즐기며 차분히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에 나 역시 얼굴이 풀어졌다.


미호를 안고 있는 팔을 풀지 않은 채, 도란도란 서로 밀려있던 대화를 즐기며 그동안의

쌓여있던 그리움을 풀어내니 내 삶에 그녀의 의미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령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사령관이 다른 애들이랑 뭐하고 있는지

전부 다~아 알고 있거든?"


잠시 다른 아이의 말이 나와서 일까, 미호는 토라진 듯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모두가 사랑스러워 그동안의 피로감이 해소되는 듯 했다.


"뭐, 뭐래~ 지, 질투하는 거 아니거든?"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는 미호를 이렇게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여자였다.


아마 그녀의 그런 모습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겠지.


"아잇! 몰라! 이 바보야!"


결국 창피함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 미호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 비비며 안겨 들었다.


미호를 다시 달래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품은 사랑을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고, 그녀를 안아주는 것.


"흥! 정말이지... 선수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호의 얼굴에 밝고 귀여운 미소가 돌아왔다.

내 마음을 훔쳐간, 그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미소.


저 미소에 내 마음은 그녀가 늘 가지고 다니는 초콜릿 같이 녹아내렸다.


"이만 들어가자. 벌써 우리들이 환영 파티도 다 준비해 놨어!"


미호가 살며시 내 품에서 빠져나오며 내 옷깃을 부드럽게 잡았다.


"아, 사령관. 잠깐만.. 옷에 내 머리카락 붙었다. 떼 줄 테니까 잠깐 숙여봐."


미호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숙여 넥타이 부근을 그녀에게 가까이 대자

그녀가 내 옷깃에 붙은 자신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살며시 키스했다.


"으음~ 쪽! 히히~ 다 됐어. 오늘도 정말 멋있어 사령관~"


미호의 귀여운 키스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녀에게 반해버렸으니

그녀의 모든 사소한 행동이 그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히힛! 사령관 표정.. 너~무 이상해!"


그녀에게 푹 빠져버린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그녀는 킥킥 웃으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팔짱을 끼웠다.


"있지, 사령관은 나 좋아해?"


미호의 갑작스러운 질문, 나는 그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래, 첫 사랑도 너였고, 끝 사랑도 너야.


그녀는 내 대답에 크게 만족한 듯 보였다. 그녀의 저 행복을 지킬 수 있다면,

나는 그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다.


"그래? 그렇구나~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기분이 좋아진 듯 해맑게 웃는 미호에게 슬며시 내 쪽에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너는, 나를 얼마나 좋아하니?


미호가 할 대답을 알면서도, 그저 그녀의 입으로 또 듣고 싶었다.

그녀가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 그것이 듣고 싶었다.


"응? 나? 나는.... 글쎄에~? 히힛!"


미호가 장난기가 가득한 대답을 남기고 팔짱을 풀고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게 언제나 그러하듯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득 짓고 나를 불러들였다.


"사령관이 많이 늦었으니까! 늦은 만큼 내게 사랑한다 말해주면 나도 말 해줄게!"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리들의 마음은 늘 함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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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만큼 사랑을 속삭여줘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