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무더운 여름이 안녕을 고하듯, 이제는 다소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왔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상쾌한 공기, 그리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의 잎사귀들.


그것들을 바라보며 해변가로 걷는 길에 낙엽이 살포시 떨어졌다.

마치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붉은 낙엽이 잔잔히 깔린 길은 오늘의 휴일을 반겨주는 듯 했다.


"미안해 다프네."


"네?"


내 곁에서 함께 걷는 다프네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나는 사과를 건넸다. 기분 좋은 날씨임에 틀림없지만,

본래 계획한 단 둘만의 휴가는 여름에 보내기로 했었다.


'뭐, 중간에 일이 쌓이는 바람에 결국 늦었지만...'


"괜찮아요 주인님.. 전 오히려 선선하고 시원해서 오늘 오기를 잘한 것 같아요."


다프네는 오히려 수줍게 미소 지으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지금이 아니면 느긋하게 감상하기 힘든

아름다운 단풍이 해안가의 나무들에 빼곡히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프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후훗.. 전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워서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다프네의 팔이 자연스럽게 내 팔에 감겨왔다.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살며시 풀린 눈으로 거리의 풍류에 취해있었다. 


낙엽과 상쾌한 공기를 품은 가을에 취한 것일까. 정원의 요정은 가을의 요정이 되어, 내게 몸을 기대었다.

나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이 풍경에 넋이 나간 것은 아니었다.


"나도 네가 함께 있어서 좋아."


"어머, 역시 주인님... 제 본심을 바로 눈치채시다니..."


그래.. 가을의 기분 좋은 바람도, 청명하고 높은 하늘도, 아름다운 단풍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여자가

내 곁에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것. 나는 그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 그런 기분이니까."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그러지 않았는가. 그녀의 마음도, 내 마음도 모두 함께 뒤섞여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즐긴다면, 그녀 역시 내 기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팔짱을 낀 그녀의 팔이 살며시 당겨지고 서로의 거리감이 더욱 줄어들었다. 조금의 움직임이 생긴 탓일까.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살며시 휘날리며 은은한 꽃의 향기가 나와 내 코를 간지럽혔다.


"사랑해 다프네."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자 은은하게 내 코를 간지럽히던 꽃의 내음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그녀는 내 손길과 입맞춤에 눈을 지긋이 감고, 머리를 기대며 지금의 분위기를 즐겼다.


"저도 사랑한답니다.. 영원히.."


은은한 바람에 제 몸을 싣고 단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이,

은은한 붉은 빛으로 제 몸을 감싼 단풍이 낙엽이 되어 우리들의 길을 밝혀주는 것 같이.


서로가 함께 걸어가는 길에 붉은 융단을 깔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