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좋아. 아무도 없군..'


칸은 케이스를 들고 오르카호 갑판에 섰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그녀는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낡아보이는 트럼펫이 하나가 있었다. 

코팅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찌그러져있긴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케이스에서 그것을 깨냈다.

트럼펫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마우스피스를 끼운 뒤 입에 물어 트럼펫을 힘차게 불렀다.


귀가 찢어질듯한 고음이 전체에 울려퍼졌다.


'음.. 아직 녹슬진 않았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트럼펫을 입어 물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트럼펫을 연주했다.


(1분 10초)


그녀는 눈을 살포시 감고 자신이 부르는 악기의 소리에 심취해있었다.

언제나 침착하고 냉혹해보이던 그녀의 표정을 누군가 보았다면 아마 다른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감미로운 트럼펫 소리가 넓은 망망대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끊겨버렸다.

칸은 트럼펫을 입에서 떼어내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갑판 위에는 파도소리만이 들릴 뿐 이었다.



"..."


"왜 끊은거지?"


"사..사령관..! 언제부터..."


"어...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가 날 때 부터..?"


"전부 봤다는거군.."


칸은 재빠르게 마우스피스를 분리하고 트럼펫을 케이스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왜 좋았는데..? 왜 그러는거야?"


"알 필요없다. 사령관이랑은 관계없는 일이다."


"헤에..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다고 말한게 누구더라..?"


사령관은 자신의 왼손 약지에 껴져있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윽...그것까지 들먹일 줄이야.."


"뭐.. 그 날 말한거 전부 페더가 녹음했을텐데.... 지금 페더 부를까?"


".....알았다. 말해주지. 그러니 페더는 부르지말아주게.."


"그래그래."


칸은 난간에 팔을 꾀고 수면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령관도 그녀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사령관도 알다시피 난 처음부터 지휘관이 아니였다."


"그치.. 케시크였지."


"이 이야기는 내가 케시크였을 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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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시크 둘은 휴식시간에 앉아 서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야, 맞다. 내가 아까 뭘 주워왔는지 알아?"


"뭔데?"


"쨔잔! 이거 봐봐! 트럼펫이라고! 아까 잔해더미에 이게 있더라고!"


"그나저나..그거 불줄은 알아?"


"당연히 알고말고! 잘 봐!"


케시크는 입술에 침을 묻히고 호기롭게 트럼펫을 불러보았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풉...불 줄 안다며...푸하하하!"


"이이이..! 두고 봐! 꼭 연습해서 들려줄테니깐!"


"어련하시겠습니까."


케시크 중 하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트럼펫을 얻은 케시크는 분한 나머지 매일을 연습하고 연습했다.

잠까지 설쳐가며 트럼펫을 부는데 열중했지. 그리고 그녀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갔지..


그녀는 드디어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작전을 마치고 침대에 누운 나한테 그녀가 나한테 다가왔다.


"야! 한 번 들어볼래? 나 연습 진짜 많이 했거든?"


"나중에 듣지 뭐...나 쉬고싶단 말이야."


난 그녀의 말을 귀찮아했다. 쉬고싶다는 생각 뿐 이었다.

그래서 이불을 더 끝까지 올렸지.


"그럼..언제 들어줄건데..?"


"내일 이 시간 때 들어주지."


"정말?"


"약속하지.."


"좋아! 약속하는거다!"


그녀는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아마 내일 나에게 연주를 들려줄 것에 신나했던게 분명했겠지..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연주를 해줄 수 없었다.


"커헉...시발...너한테 연주를 들려줘야하는데...."


"말하지마! 말하지마... 위생병! 위생병 없어?!"


난 그녀의 배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배를 눌렀지만 그녀의 피는 더욱 더 솟구칠 뿐 이었다.


"그만해..아파...가는거 만큼은 안 아프게 가고싶어.."


"가긴 어딜가..! 나한테 연주해주기로 했잖아! 약속 지켜야지..!"


나의 말에 그녀는 피가 묻은 손으로 나의 뺨을 매만졌다.

그녀의 눈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난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이미 무언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있었다.


"내 트럼펫은 이제 니꺼야.. 잘 간수해라..."


나의 뺨을 매만지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난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죽은 동료들이 묻어질 때 트럼펫 소리가 울려퍼졌다. 망자를 위한 노래라고 하던가..?

난 그저 멀뚱히 서있기만 했다.  


그 날, 난 그녀의 유품을 받았다. 트럼펫 하나와 악보 하나 그리고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침대 위에 앉아 악보를 펼쳐보았다. 군데군데 필기를 해놓은 것을 보며 난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는데...

난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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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트럼펫을 연주했다.. 어디선가 내 연주를 듣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구만.."


사령관은 그저 수면 위를 쳐다볼 뿐이었다. 수면 위로 날치 떼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였군... 미안하다. 아침부터.."


"아냐.."


"이만 가봐도 되겠나? 모두가 일어날 시간이다."


"그래..."


칸은 케이스를 들고 오르카 호 돌아갔다. 사령관은 그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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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칸은 어김없이 케이스를 들고 갑판 위로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누군가 서있었다.


"어, 왔네."


"사령관? 무슨 일이지? 이 이른시간에.."


"뭐.. 갤러리들이 하도 난리를 쳐서 말이야."


사령관이 그녀의 부대원들이 서있었다.


"대장. 너무한거 아냐? 우리한테 숨길 필요가 있었을까?"


"맞아!"


"부대원들한테 숨길 정도로 엄청난 연주실력인가봐? 어때? 페더, 대장이 연주를 잘한데에 걸래?"


"대장님의 트럼펫 연주라니!!!! 상상만해도 캬아아아아!!!!"


"그래서말야... 폭발은 어딨는데? 나한테 폭발을 보여주겠다면서..?"


"....."


칸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혼자 듣는것 보단 낫지 않을까싶은데.."


"...."


"...."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군."


칸은 케이스에서 악기를 꺼내들어 조립을 하고 입에 물어 악기의 소리를 맞춰가고 있었다.


"캬!!!!! 잠시 조율하는건데도 왜 이리 멋지신건지!!!!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카메라가 빠져선 안돼겠죠?!?!!?!"


"시끄러! 조용히하고 앉아!"


"히이익!!! 하이에엑!!!"


"페더. 잠시 조용히.."


"네. 대장님. 조용히하겠습니다."


"쟤 뭐야.. 기분 나빠.."


"저런 애가 어떻게 참모인거야..?"


"자. 자. 다들 조용히 하자고. 이제 곧 시작될거니깐."


사령관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칸을 쳐다보았다. 칸은 잠시 부끄러워하는가 싶더니 트럼펫을 입에 물고 연주를 시작했다. 




다들 조용히 칸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듣고있어..?'



'난 잘 지내고있어..'


이번에는 끊기지 않고 끝까진 연주했다. 자신의 연주를 듣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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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드네요..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 때까지 쓴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