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아



캐릭터 소개


아- 귀찮아 죽겠네...내 이름은 갈라테아. 정식 명칭은 오리진 더스트 기술 개발용 바이오로이드 갈라테아다.

멸망 전에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었지. 그래, 나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바이오로이드다.

그야말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지. 크흠, 너무 무서워 할 필요는 없다고?

여하튼 내 분야는 생명 공학, 그 중에서도 바이오로이드의 설계와 개량, 오리진 더스트 연구다.

삼안의 바이오로이드의 설계와 개량을 내가 직접 했지...뭐, 기본 구상은 인간놈들이 했지만 그걸 구현한 건

9할 이상이 내 업적이라고? 나는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말이지!

나의 존재에 대해 아는 자는 거의 없어...삼안에서도 임원급 인물이나 라비아타 정도나 내 존재를 알고 있었지.

그야, 내 두뇌와 재능은 그 어떤 바이오로이드와 비교해도 우월하고 위험하기 때문이지...어느 정도냐고?

하! 나는 단 하나뿐인 개체라고. 나는 나 이외에 생산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나는 삼안의 최중요 바이오로이드이자 핵심, 나보다 우월한 지능을 가진 바이오로이드는 존재하지 않아.

자, 네 욕망은 뭐지? 말해봐, 뭐든지 만들어주지!



클래스: 바이오로이드 디자이너

등급: SS

키: 138cm

몸무게: 33kg

기업: 삼안 산업

무장: 나노봇

타입: 경장형 지원기

신체 연령: 15세




대사 관련

획득

흠, 날 찾아낸 건가...좋아, 협력해주지. 나는 관대하니까!

편성

나를 전선에? 귀찮아...

리더 지정

지휘는 내 특기가 아니다만?

스쿼드 선택

자자, 후딱 해치우자고.

출격

어쩔 수 없지...

퇴각

이제 나 시키지 마, 귀찮아.

탐색

이 몸한테 잡일을 시키다니, 어리석음의 극치로군.

완료

다음엔 하등한 녀석들한테 시켜.

전투 선택

뭐?

전투 지시

두려워해라, 이 벌레들아!

액티브 2

자, 너는 강해졌다! 돌격해!

전투 불능

집에...돌아갈래...

수복

아- 거기 과자 좀 가져다줘. 그리고 나갈 때 불 끄고 가.

강화

나한테 투자하는 건 절대 손해보지 않는 주식 같은 거라고?

장비 장착

흠, 이건 좀 쓸만하겠군.

선물

이런 걸로 내 호의를 사려고 하다니...그래도 받아주마!

접속

오늘도 내일도 일인가...어휴, 유능한 사람은 피곤하다니까.

일반 터치

아...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이미 아무것도 안 하지만...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내 딸들은 아름답지? 강하지? 멋지지!? 훗, 당연하지. 내가 만든 애들이라고?

두려워해라, 나의 재능을!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이 몸을 말이지!

특정 터치

...엉? 으, 으에에에...! 어, 어딜 만지는 거야!?

호감 (40)

너는 다른 놈들하곤 좀 다른가...그래봤자 인간이지만 말이지.

친밀 (70)

나보단 내 딸들과 어울리는 걸 추천한다만...그래도 뭐, 좀 놀아줄까?

애정 (100)

귀, 귀엽다고 하지 마! 나를 무서워하란 말이다! 껴...껴안지 마아아아...!

애정 특정 터치

이런 지방 덩어리가 그렇게 좋은 거냐?...나 원, 너니까 만지게 해주는 거야.

서약

...이건?...그런가...너 말이다, 나 같은 괴물한테 이런 걸 줘서 뭘 어쩌자는 거야...나는...사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나보단 내 딸들한테...주는 게 어떨지...그래도...그래도 네가 좋다면...알겠어...받아줄게. 나도, 너는...조금은 좋아하니까...

서약 후 터치

으, 응석부리고 싶어? 어쩔 수 없네...옳지, 옳지.



서약 대사

편성

훗, 이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힘을 빌려줄까?

리더 지정

모처럼이니 진지하게 해줄게.

스쿼드 선택

다른 녀석들 시키면 안 돼? 에잉...

출격

후딱 해치우고 돌아올게.

퇴각

왜? 내가 보고싶어졌어? 히히.

탐색 시작

뭐 필요한 거 있어? 한 번 구해볼게.

탐색 종료

돌아왔어! 아아, 빨리 안아줘. 그리고 같이 낮잠 자러 가자.

전투 선택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위대함을 알려주지...

전투 지시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치는 법이지.

액티브 2

별로 쓰고 싶진 않다만...자, 날뛸 시간이다!

전투 불능

큭, 딸들은 지켜야...

수복

나보다 우리 애들한테 가봐. 난 괜찮아.

강화

히히, 좀 더 매드해졌다고!

장비 장착

맨날 나만 받는 거 같아서 좀 미안하네.

선물

...이런 걸 받아버리면 내가 곤란한데. 으으, 뭐로 돌려줘야 하는 거야...?

접속

늦어! 자, 빨리 무릎 베개 해줘. 그리고 쓰담쓰담 100회 실시!

일반 터치

응? 다른 애들은 더 안 만드냐고? 으음, 다른 의미로 만들어 볼 생각은 있지만...히히.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잔뜩 껴안아줄게...아니면 다른 것도 해줄 수 있다만?

흠, 너와 나 사이의 아이는 분명 총명하고 우수한...아니, 이건 못 들은 걸로 해줘...

특정 터치

오늘은 내가 응석부려도 돼?...그리고 조금만...살살...해주면 좋겠는데...





배경 스토리


개발 설정은 삼안에서 바이오로이드 산업의 확장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바이오로이드로써, 삼안에서 제작된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설계/제작하거나 개량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라비아타 개발 이후, 애덤 존스가 숙청당한 뒤 삼안은 바이오로이드 사업을 위해선 그에 걸맞는 우수한 인재가 필요했다.

김지석은 애덤 존스를 비롯한 세계의 천재들의 유전자를 모아 극비리에 갈라테아를 설계, 완성했다.

삼안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로이드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개체였기에, 그 중요성 때문에 북극에 격리된 벙커에서

생활했으며 그녀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건 오직 김지석뿐이었다.

그렇기에 제작 의뢰 또한 김지석이 직접 연락하여 지시했고, 갈라테아는 그를 혐오하면서도 능력만은 인정했다.

이런 식으로 삼안에서 설계, 생산된 바이오로이드 대다수는 그녀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닥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대신 오로지 오리진 더스트의 개량과 바이오로이드 개발에 올인했다.

실제 지적 능력도 닥터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진 않으나, 바이오로이드 설계 외에는 무지한 편이다.

삼안에서도 특별히 한 개체만 제작했으며 다른 회사에 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설계도 또한 파기되었다.

특이 사항으로 갈라테아는 멸망의 메이처럼 어느 정도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김지석이 의도한 것인데, 갈라테아는 남의 명령대로 움직일 때보다 자의적으로 일할 때 매우 뛰어난 결과물을 낳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이드 개발과 설계에 한해선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독보적인 1인자라고 할 수 있겠다.




성격과 가치관


성격은 자발적인 아웃사이더이자 거만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자신감을 지녔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를 동시에 지녔는데, 자신이 개발한 바이오로이드를 딸처럼 생각했고 그녀들이 행복하길

바랬으나 결과적으론 인류의 장난감으로 쓰이다 죽어갔기에 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다.

또, 인간을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괴물이라고 여겨 여타 바이오로이드들과 달리 인간을 극도로 혐오한다.

남들과 친해지고 싶어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게으르고 오만하기에 다른 바이오로이드 


(정확히는 자기가 설계하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를 하등품이라 생각하고 하대한다.

반대로, 자신이 설계한 바이오로이드에 대해선 딸처럼 생각하기에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만큼 모성애가 강해서 딸들에 한해선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평상시엔 자기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려하고 누가 찾아와도 문전박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스스로를 극악무도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 칭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진짜 성격은  사악하긴 커녕 겁쟁이에 가깝다.

남들에게 차갑게 구는 것 또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며

또 자신에 대한 혐오가 깊어 아무도 자길 사랑해주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번 깊은 관계가 되면 의존하는 것도 좋아하고 의존받는 것도 좋아한다.

성적인 것은 아주 해박하지만, 정작 본인은 겁쟁이여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부끄러워서 도망치기 일쑤다.

말 한 마디에 쉽게 상처받지만, 또 말 한 마디에 금새 기분이 좋아져 우쭐거린다.

자신이 만든 바이오로이드에 대해선 아주 상세하게 알고 있다.

걸음걸이부터 좋아하는 음식, 남자 취향, 옷 취향 등등 거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비 및 전투 능력


전투에 나서는 건 극도로 꺼리지만, 기본적인 수준의 전투 모듈은 장착된 상태다.

주무기는 자신의 뇌파로 조종하는 나노봇인데, 본래 전투용이 아닌 기술개발용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전투에 적합하진 않다.

나노봇을 철충의 내부에 침투시켜 안쪽부터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게 나노봇의 본래 용도는 아니다.

평상시엔 나노봇으로 각종 정밀 기기를 다루거나, 일상 생활에서 손을 대신해서 사용한다.

나노봇의 크기는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으며, 뭉치면 뭉칠수록 강도와 파워가 강해진다.

나노봇을 통제하는 코어는 갈라테아의 몸 속에 있으며, 이 코어가 뇌파를 수신, 나노봇에게 송신하여 조종한다.

평소에는 억 단위로 조종할 수 있어 손이나 다리를 만드는 정도지만, 활성제를 사용하면 조~경 단위로 다뤄 나노봇의

파도를 만들거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 수도 있다.

특기할 것은 그녀가 가진 오리진 더스트 활성제다.

이 오리진 더스트 활성제는 바이오로이드에게만 작동되며, 이것을 투여받은 바이오로이드는 일시적으로 한계를 넘어선

전투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활성 시간이 짧으며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진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 부작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갈라테아는, 다른 이에게 활용제를 쓰는 걸 꺼려한다.






멸망 전~후의 행보


갈라테아는 단 하나만 제작된 개체이며, 멸망 전부터 살아남은 개체다.

멸망 후에는 철충이 인류를 학살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그냥 벙커의 문을 걸어잠갔다.

이는 자신이 뭘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는 계산과 철충에 맞서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겁쟁이적인 면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자기 딸을 학대한 인류를 부활시키고 싶단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벙커에 틀어박힌 후에는 바깥을 감시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이어갔다.

라비아타가 저항군을 소집할 때에도 아무짝에 소용없는 짓이라고 여겨 참가하지 않았고, 그저 바깥의 상황에 주의하면서 숨어지냈다.

하지만 사령관이 나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는 사령관에 대한 것을 라비아타에게 전해듣고선, 오랜 고민 끝에 그에게 조력하기로 했다.

그런만큼 사령관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이 강하다.





컨셉 설명

속성은 로리, 거유, 공돌이, 마망, 음침, 다크서클, 겁쟁이, 츤데레, 아웃사이더, 상어이빨, 안경, 자칭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 갈라테아에서 따왔다.

가슴에 있는 푸른 장미는 포이의 것으로, 오래 전에 받은 걸 아직도 가지고 다닌다.

검은 가운은 보통 박사, 의사들이 입는 흰 가운보단 검은 쪽이 더 매드 사이언티스트답다고 생각하기에 입는다.

닥터와는 의도적으로 반대되는 속성으로 생각하고 컨셉을 짰다.

둘 다 로리 캐릭터이지만 갈라테아는 거유에, 여동생 컨셉인 닥터와 반대로 마망 속성을 지녔다.

마찬가지로 성격이 밝고 다른 캐릭터와 두루두루 어울리는 닥터와 반대로 남들하고 교류하길 꺼려하고

일부러 못된 척하고 밀어내는 성격에, 솔직하지 않다.

닥터의 타이탄과 달리 갈라테아의 주무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봇이고, 다재다능한 닥터와 달리 오직

바이오로이드 제작에만 그 능력치가 모두 집중됐다.

시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안경을 쓰는 게 좀 더 '매드 사이언티스트' 답다고 생각해 안경을 쓰지만

정작 불편해서 머리에 끼우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갈라테아는 많은 바이오로이드를 설계했으나, 그 중에서도 포이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꺼려한다.

그녀는 포이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서 만들었으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포이 모델이 폐기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능함으로 인해 포이가 폐기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한 죄책감이 굉장하다.

포이 모델 폐기 이후로 더 철저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는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배경 스토리

푸른 장미와 매드 사이언티스트





0.

…….

……이건 백일몽이다.

그저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그러나 과거가, 나의 기억이, 언제까지고 나를 옭아맨다.

그래, 이게 나의 형벌. 그리고 나의 형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딸을 지켜주지 못한 어미의 죄는, 죽음으로도 갚지 못하니까.

나는 이 벙커에서,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겠다.






1.

내 이름은 갈라테아, 직함은 삼안 기술개발부 소속 오리진 더스트 특별 연구원이다.

쓸데없이 거창한 직함이지만,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나는 바이오로이드 디자이너다.

바이오로이드를 설계하고, 개량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만든다.

그만큼 내 일은 중요하다. 삼안에서도 나를 최중요 인원으로 분류하고, 아무도 오지

못하는 이 벙커에 가두고선 그 존재를 숨겨두고 있다. 내 존재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뭐……그 편이 딱 좋지만 말이지…….”

그 때, 모니터에 호출 신호가 들어왔다.

“네네, 뭐든지 만들어드립니다 갈라테아 바이오로이드 디자인!”

“그 웃기지도 않는 인사말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모니터 너머로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김지석. 삼안 그룹의 수장이자 아마도 머지않아 미래의 인류를 지배할 인간.

생긴 건 멀쩡하게 생긴 주제에 하는 짓은 그야말로 마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 회장님이 또 뭐가 만들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다 주셨을까?”

“새로운 경호용 바이오로이드를 만들 생각이다.”

“과연, 과연. 베이스는?”

“블랙 리리스다.”

블랙 리리스인가- 그 아이도 내가 만들었지만 좀 불안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능력이나 외형에는 문제없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다 싶을 정도다……문제는 성격 쪽이었다.

기본적으로 온화하고 품위 있지만……일단 눈이 돌아가면 아무도 못 말리는 성격이니까.

“동물 유전자를 섞는 것이 가능한가?”

“어느 정도는? 음, 해보지 않아서 확답은 못 드리겠네.”

“필요한 지원은 얼마든지 해주지. 상세한 건 지금 보내는 데이터로 확인해라. 이상.”

모니터가 꺼지자마자 서류 한 장이 팩스로 왔다.

흠……이름이 포이? 그나저나 무슨 가슴을 이렇게까지 키우라는 거야……너무 크면

업무에 지장이 갈 수도 있는데. 뭐 일단 만들라고 시켰으니 만들기는 하겠다만…….

“정말로 괜찮은 거 맞나, 이거?”

뭐, 나는 만들라고 하는 걸 만들 뿐이다.

“자, 시작해볼까……또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이 몸이 활약할 차례로군……으흐흐흐…….”





2.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나는 포이를 완성했다.

동물의 유전자를 섞는다는 어려운 난제도- 내게 있어선 그럭저럭 도전할 가치가

있는 수준의 문제밖에 안 됐다. 그야, 나는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니 말이다.

아무튼 포이는……음, 다른 건 몰라도 사랑받는데 최적으로 만들어줬다.

가슴도 빵빵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그러면서도 성능에서도 꿇리지 않는

완벽한 아이다. 아아, 나의 재능이 두렵다. 그야말로 신조차 모독하는 사상 최대의 천재……!

그렇게 포이의 생산이 시작됐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으로 소포가 왔다.

말이 소포지 실제로 온 건 사람보다도 큰 철제 캡슐이다.

“뭐냐, 이건?”

나는 모니터 속의 김지석에게 말했다.

“포이의 시제품이다.”

“아니, 그러니까……얘를 왜 나한테 보냈냐고?”

“네가 만든 것이니 한 번 어떤지 평가해보라는 거다.”

철제 캡슐이 연기를 뿜으며 열렸다.

커다란 캡슐 장치 안에 있던 포이는, 문이 열리자마자 폴짝 뛰어올랐다.

“냐하핫,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메이드 경호원, 포이랍니다!”

……커!

뭐야 이 녀석, 내가 만들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컸던가?!

가슴이……우오오오오……가슴이 내 머리통보다 크다니, 내가 너무 과했나?!

“으응? 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누구실까요?”

“귀엽다고 하지 마! 이 몸은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 갈라테아 님이시다!

그래, 이 몸이 너를 설계하고 만들었지……나의 초천재 지능으로 말이다!”

“우와! 그럼, 갈라테아는 제 엄마인 건가요?”

갑자기 포이가 나를 덥석 잡아 들어올렸다.

“냐하하! 엄청 작고 귀여운 엄마가 생겼네!”

“드……들어 올리지 마아아아……! 높아! 무서워! 히이익!”

“……갈라테아, 그 녀석은 앞으로 네가 관리하고 평가하도록. 이상.”

“야! 이런 골칫덩어리를- 이 자식, 튀었어!?”

“냐하하하! 잘 부탁해, 엄마!”

“엄마라고 부르지 마!”

이리하여, 나는 포이와 함께 이 벙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나 혼자 살다가 다른 녀석과 같이 산다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 채로 말이다-






3.

에, 우선 미리 말해두겠다. 나는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초인은 아니다. 한 마디로, 나 또한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인정하겠다. 포이를 설계할 때, 아무래도 나는 너무 안일했던 모양이다.

“냐하하! 엄마, 뭐해? 포이 심심한데 같이 놀자!”

“귀찮아……이 몸은 바쁘시다, 너처럼 한가하게 놀 시간 따윈 없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 벙커엔 아무것도 없고……포이는 심심해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심심해서 죽을 리가 있나. 얌전히 있어! 아앗, 그거 건드리지 마! 위험하다고!”

으으……! 이 녀석이 온 뒤론 혼자 조용히 집중할 시간이 없어졌어!

왜 이렇게 성가신 거람, 아무래도 설계할 때 실수한 모양이다.

“근데 엄마는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

“엉? 앞으로 만들 바이오로이드의 구상안이다. 컴패니언 시리즈 말이다.”

“컴패니언 시리즈……?”

“블랙 리리스를 중심으로, 동물 유전자를 섞은 바이오로이드 시리즈를 만들 생각이거든.

정확히는 내가 한 생각이 아니라 삼안 상층부의 기획이지……아무튼 네 동생들을 만들 거야.”

“와! 포이, 동생이 생기는 거야? 어떤 동생들이 생기는 거야?!”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지만, 개랑 늑대……새도 괜찮고……고양이도 하나 더 만들까?”

“포이처럼 귀~여운 고양이 말이지?”

포이가 자기 가슴을 자랑하듯 팔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음. 다음에 고양이 바이오로이드를 만들게 되면 가슴은 좀 작게 해야겠다.

그리고 좀 정숙하게 만들어야지……이 녀석처럼 정신 사나운 녀석이 더 있으면 곤란하다.

“그리고 정 심심하면 벙커를 구경하면 되잖아. 여기, 꽤 넓다고?”

“엥? 여기가 전부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어쩔 수 없나……따라와.”

나는 포이를 데리고 승강기에 올라탔다.

이 벙커는 본래 핵무기를 보관하던 곳으로, 삼안이 여길 벙커로 개조했다.

총 7개의 층으로 이루어졌으며 혼자 사는 거라면 200년도 족히 버틸 수 있는 자원과

시설이 갖춰졌다.

“1층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입구가 있고, 지하 1층은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평소에 생활하는 곳이다. 그리고 지하 2층부터 지하 6층까지는…….”

나는 포이에게 이 벙커의 시설을 소개했다.

“지하 2층은 내 연구실이다. 네가 여기 올 일은 없을 거야.”

“어째서?”

“네가 와봤자 도움이 안 되니까. 게다가 여기 있는 건 전부 위험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어머, 걱정해주는 거야?”

“그럼. 정확히는 네가 아니라 내 소중한 연구실을 말이지.”

이어서 지하 3층부터 지하 6층까지 마저 소개했다.

지하 3층에는 의료실과 연구 자료 보관실.

지하 4층은 식량 창고가 있고, 혼자서 200년은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이 있다.

지하 5층에는 시설 통제실이 있다. 여기서 벙커 바깥의 상황을 볼 수도 있다.

지하 6층엔 발전기실이 있고, 바깥의 태양과 바람으로 발전한다.

“……어때?”

“엥, 왜 놀이 시설도 없고 영화관도 없는 거야? 포이, 할 게 아무것도 없는데!”

“놀이 시설……? 그런 게 왜 필요하냐? 그리고 영화는 모니터 볼 수 있다만.”

“진짜?! 와, 그러면 엄마도 같이 보자!”

“나는 바쁘다니까-”

“빨리, 빨리!”

“으아악!? 드, 들어 올리지 마! 너무 높다니까!”

나는 포이에게 끌려와, 방에서 강제로 영화를 시청하게 됐다.

나 원, 이 몸은 바쁜데……내 귀중한 시간과 재능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건가?

아무튼 우리는 영화를 봤다. 제목도 잘 모르겠고, 내용도 그냥 흔해빠진 로맨스 영화다.

사랑이니 뭐니……하찮군. 나 같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사랑을 모른다.

“아~ 포이도 인간님들이랑 지내고 싶은데…….”

포이가 영화를 보다가 말했다.

“인간들이랑? 관둬, 그것들은 네 생각만큼 착하지 않아.”

“하지만, 멋진 주인님이 있으면 엄청 행복할 텐데…….”

“호오, 예를 들면?”

“으음……크고……근육도 빵빵하고……포이를 격렬하게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이 변태 고양이 같으니……내가 설계했지만 아무래도 실수한 모양이다.

“……미안, 아무래도 널 설계할 때 내가 좀 실수한 모양이다.”

“냐하핫, 본능에 솔직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너무 밝히는 성격으로 만들었나…….”

“그럼 엄마는? 엄마도 남자 취향 정도는 있을 거 아냐?”

“흥,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사랑 따위 하지 않아……나는 냉혹한 악인이라고?”

“아닌 거 같은데~?”

“맞거든?”

“에이, 어쩔 수 없네. 솔직하게 대답할 때까지 간지럽힐 거야!”

“잠깐- 으히익!? 하,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흐즈믈르그~”

“아하하하학! 그, 그만! 그만해! 으히힉-”

……뭐, 이런 식으로.

또 다른 하루가 지나갔다.






4.

……나는 모니터 너머의 풍경을 보았다.

바깥세상의 소식 정도는 이곳에도 들어온다.

세상은, 늘 그렇듯 엉망진창에 난리법석이었다.

어디 정부가 기업한테 통치권을 넘겼느니, 실업률이 90%가 넘느니- 그런 것들 말이다.

어딜 봐도 좋은 소식이라곤 없었다.

세상은 천천히……그러나 확실하게 망해가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기업의 부는 축적되건만, 인간의 삶은 오히려 나빠졌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인간을 불행케 하다니.

“……또……이런 일이 일어났나.”

뉴스 기사를 보던 중, 나는 또 그런 기사를 발견했다.

‘지나친 바이오로이드 학대……이대로 괜찮은가?’

기사 사진 중에, 내가 만든 바닐라의 참혹한 시체가 섞여있었다.

바닐라 A1. 콘스탄챠를 베이스로 만든 보급형 가정용 바이오로이드.

솔직히 만들면서 많이 불안했다.

가뜩이나 더러운 인간들 성질을 쉽게 건드리는 성격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을 때

김지석 이 자식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하지만,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성격이 나쁜 바닐라보단 온화하고 성능이 우수한 콘스탄챠를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그런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구매자들이 바닐라에게 금방 싫증이 나도록 말이다.

결과적으론……어느 정도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바닐라들이 맞았을까?

또, 내일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살해당할까?

인간은 잔인하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뭐든지 함부로 대한다.

바닐라뿐만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앞으로 만들어질 아이들은…….

“엄마?”

그 순간, 등 뒤로 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모니터를 껐다.

“뭐냐? 새벽이잖아, 좀 더 자도 된다만.”

“뭐하고 있었어?”

“응? 아아, 그거다. 세상 소식을 좀 보고 있었지.”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내가 울고 있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너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냐앙!”

“으앗!?”

그 순간, 포이가 갑자기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무, 무슨 짓이야? 이거 놔! 하여튼 쓸데없이 가슴만 커선-”

“괜찮아. 엄마는 나쁘지 않아.”
…….

알고 있었던 거냐. 하여간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

“포이, 나는 네가 여기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어째서?”

“만약 네가 다른 인간……그 중에서도 못된 인간한테 넘어갔다면……지금쯤

고통 받고 있었을 테니까……여긴 답답하지만, 적어도 그럴 일은 없으니까…….”

“포이는 여기도 좋아. 엄마가 있으니까.”

“흥, 나처럼 재미없는 녀석이랑 있어봤자…….”

“재미있는데? 그리고 엄마는 엄청 상냥하니까, 포이는 엄마가 완전 좋아!”

바보 같은 녀석……나는 작게 웃었다.

“있지, 포이……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 걸까?”

“…….”

“나는 인간의 명령을 받아 너희들을 만들었어……나는 너희가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는데……왜 인간들은 너희를 괴롭히는 걸까? 내가 충분히

잘 해내지 못했던 걸까? 내가 조금 더 노력했다면……너희들은, 모두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이렇게 착하고, 상냥한데……왜 인간들은……어째서…….”

포이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 아이들의 죽음은 내 책임이다.

나의 딸들은, 어미의 죄로 인하여 고통 받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너희를 위해서…….”

인간을 용서치 않겠다.

세상을 용서치 않겠다.

나를 용서치 않겠다.

이게, 무능한 내가 너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므로.






5.

“이봐, 김지석……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만.”

“뭐지?”

“너에게 바이오로이드란 대체 뭐지?”

어느 날, 나는 김지석에게 물었다.

그는 잠깐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미래를 이끌 새로운 산업이지.”

“뉴스를 보니 말이지, 바이오로이드들이 온갖 학대를 당한다더군. 강간, 살해, 폭행-

그보다 더한 끔찍한 짓을 말이지. 너, 이런 생각 안 해봤냐? 바이오로이드도 생명이라는 거?”

“바이오로이드도 생명이지……그래서?”

“나는 널 인정하고 있어. 나를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너는 대단해.

아마 너와 견줄 수 있는 사업가는 역사 전체를 뒤져봐도 거의 없겠지. 그런 너니까, 이런

사태를 막을 수도 있겠지. 바이오로이드를, 내가 만든 아이들이……학대받지 않게 해줘.”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하지?”

“그럼 나도 왜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어야 하는 거냐? 어차피 학대당할 텐데.”

침묵.

우리는 모니터 너머에 있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해주지, 갈라테아.”

“뭐야?”

“나는 분명, 너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었다……하지만 그건 네 능력을 120% 활용하기

위해서지 시건방지게 대들라고 준 것이 아니다. 주제를 알아라, 바이오로이드.”

“……흥.”

나는 모니터를 껐다.

하여간 앞뒤로 꽉 막힌 자식 같으니……쯧, 모니터에 소금이라도 뿌릴까?

“엄마~ 포이 배고파요~”

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귀찮게 하긴……알아서 직접 해먹는 건 어떠냐?”

“냐하핫, 포이는 아직 어려서 요리 같은 거 못 하는데~”

“그런 식이면 나도 아직 5살도 안 됐거든? 에잉, 이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부려먹다니! 내 재능은 고작 요리에 소모되기엔 너무나도 아깝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놓고선, 나는 곧장 식량 창고로 가 요리를 준비했다.

사실 요리라고 해봤자 보존식량을 데우는 게 전부지만 말이다.

“또 보존식량이야~? 포이, 맛있는 거 먹고 싶어!”

“바깥에서 구해볼래?”

“응? 바깥에 뭐가 있는데?”

“말해주지 않았던가? 여긴 북극이다. 바깥엔 빙하 말고 아무것도 없어.”

“켁.”

우리는 밥을 먹었다……맛은 딱 보존식량의 그 맛이었다.

맛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열량과 영양, 보존 기간에만 투자한 거라

조미료 맛 이외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있지, 포이.”

“으응?”

“너……사회로 나가면 뭐하면서 살고 싶어?”

내 질문에 포이가 당황한 듯 눈만 껌뻑였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아, 멋진 주인님을 만나고 싶어!”

“또 그 소리냐……?”

“그럼 엄마는 뭐하고 싶어?”

……그러고 보니 나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나가본 적이 없다.

나가더라도 어차피 있는 건 빙하와 북극곰뿐이니까…….

“흐음……뭐, 나야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것 이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말이지.

그래도 뭐, 혹시 여기서 나가게 되면……너랑 같이 멋진 주인님이라도 찾아볼까?”

“냐하하! 엄마는 사랑받지 못하는 거 아냐~?”

“흥, 내 미모로 유혹하지 못할 인간 남자 따윈 없다고. 나는 미소녀니까!”

“작은 건 맞지만 예쁜 건 글쎄…….”

“야! 나도 예쁘거든?!”

“냐하하하!”

식사가 끝난 뒤에, 우리는 함께 목욕탕으로 갔다.

그렇다. 이 벙커에는 나름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있는 거라곤 플라스틱 욕조에 세면대가 전부지만……어쨌거나 목욕탕이다.

“포이, 씻는 건 조금 싫은데…….”

“너, 설마 안 씻을 생각이냐?”

“좀 안 씻어도 안 죽어.”

“까마귀가 사촌하자고 한다?”

“이렇게 혀로 핥으면 충분한데-”

“시끄러! 안 씻으면 혼난다!”

“어쩔 수 없네……비상 탈출!”

나는 도망치려는 포이를 나노봇으로 붙잡았다.

“냐아아아악!”

“나 원……손이 많이 가는 녀석일세. 자, 씻겨줄 테니까 벗어.”

“싫어어어어……!”

나는 포이를 붙잡고선, 솔과 비누로 박박 씻겼다.

그럴 때마다 기묘한 소리로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포이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포이를 다 씻긴 후, 우리는 함께 욕조로 들어갔다.

포이가 워낙 커서 들어가자마자 욕조의 물이 철철 흘러넘쳤다.

“자, 따뜻하지? 여기서 100 세고 나가는 거야.”

“12345-”

“그렇게 세면 1000 셀 때까지 안 내보낼 거야.”

“냐앙……포이가 이렇게 빌어도 안 돼?”

“안 돼.”

다 씻은 뒤에는, 몸을 말리고선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앉아 태블릿으로 뉴스를 보던 중, 포이가 방에 들어왔다.

“짠!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러 왔어!”

“……거절한다.”

“거절은 거절할게! 냐앙, 엄마 침대 킁카킁카~”

“뭐하는 거야! 나, 남의 침대 냄새를 왜 맡아, 이 왕가슴 고양이!”

“왕가슴도 맞고 고양이도 맞으니까 아무리 욕해도 소용없지롱!”

포이가 내 옆에 누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조금 내줬다.

“너는 좀 더 나를 무서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만.”

“응? 어째서?”

“그야……나는 무시무시하고 잔혹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무섭지도 않고 잔혹하지도 않고 매드하지도 않고……그냥 사이언티스트 아냐?”

“무슨 소리를! 나는 말이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귀여워!”

포이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뿌리치려다가, 곧 포기했다.

“하여간……다음엔 혼자서 자.”

“포이는 엄마랑 자는 게 좋아.”

“아이고, 그러시겠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잠시 후, 포이가 먼저 잠들었다.

나는 포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같은 녀석이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너는 모르겠지.

내가 만든 너희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지.

내가 너희를 만들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하지만…….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너만큼은 지켜줄게.”

너는 내 딸이니까.

나는, 너의 엄마니까.





6.

“……뭐?”

“포이 모델의 폐기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모니터 너머의 남자, 김지석이 말했다.

포이를 폐기해? 어째서?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포이에 대한 악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호원이라고 구입했건만 지나치게 들러붙어서

부담을 주는 게 아무래도 혹평의 원인이 된 것 같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만들어달라고 부탁받은 대로 만들었어!

포이는 아름다워! 그리고 강해, 경호원으로서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게다가……뭐야 그게……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어쨌거나 이건 사업이다. 소비자들의 혹평에 대응할 필요가 있지.”

“그딴 바보들은 무시해! 포이는 완벽해, 설계 결함 따위는 없다고!”

김지석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화가 나서, 모니터에 컵을 집어던졌다.

“네가 데리고 있는 포이도 폐기 대상이다. 조만간 가지러 가지.”

“그……그만둬……하지 마! 너, 그딴 짓 했다간 내가 가만 안 둬!”

“그럼 이만.”

“야!!”

통신이 끊겼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야 그게……왜 그런 걸……멋대로 정하는 거야……!!”

“엄마? 무슨 일이야?”

그 때, 밑층에 있던 포이가 올라왔다.

……말할 수 없어. 이런 걸 말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김지석 그 녀석이 헛소리를 해서 말이지, 그거 때문에 화가 좀 난 것뿐이야.”

“그래?”

“아무것도 아냐. 나는 잠깐……연구실 좀 갔다 올게.”

나는 포이를 두고선 밑으로 내려왔다.

김지석, 그 망할 자식은 분명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내게서 포이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아마 저번에 내가 한 말 때문이겠지.

폐기는 그저 명분에 불과하다. 진짜 이유는 내가 대든 것에 대한 보복일 것이다.

지켜야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이를 지켜야 돼.

나는 곁다리로 연구했던 그것을 꺼냈다.

철제 주사기 안에 들어있는 이 보라색 액체는……오리진 더스트 활성제다.

이걸 맞은 바이오로이드는 일시적으로나마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엔, 평소엔 몇 만개 수준으로 조종할 수 있었던 나노봇을 조 단위로

다룰 수 있게 된다. 물론 대가는 크다……심지어 이건 프로토타입에 불과하다.

직접 써본 적은 없지만 아마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어쩌면 죽을 수도…….

“엄마, 그건 뭐야……?”

“너는 알 필요 없어.”

“하지만-”

“알 필요 없다고 했잖아!!”

포이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말을 잃었다.

이런다고 결말이 바뀌진 않는다.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것이다.

알고 있어, 그런 건 내가 제일 잘 알아……하지만……그래도…….

나는…….

“나는……기적을, 그래……기적을 믿고 싶어…….”

“…….”

“포이, 난 너의 엄마야.”

“……!”

나는 포이의 손을 잡았다.

“비록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고, 엄마라고 자칭할 자격 따윈 없지만……그래도 너희

전부 내 딸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나는 너희가 행복해지면 좋겠어. 멋진 주인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사랑도 잔뜩 하고, 아름다운 것도 보고! 응, 그랬으면 좋겠어!”

나는 상관없어.

이 차디찬 벙커에 갇혀, 끝내 여기서 죽더라도 괜찮아.

하지만 너희만큼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사랑받고, 사랑하고.

정말, 정말로 행복하게 살아주면 그걸로 족해.

“포이, 마지막의……마지막까지……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아.”

“응.”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게, 나는 너의 엄마니까.”

설령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7.

……때가 왔다.

나는 모니터로 바깥의 상황을 보았다.

바깥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그 ‘블랙 리리스’도 있었다.

리리스를 만드는데 참가했던 나로서 말하자면, 리리스는 거의 무적에 가깝다.

내가 가진 기초적인 수준의 전투 모듈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포이, 너는 여기서 기다려.”

“엄마…….”

“괜찮아. 전부 잘 될 거야.”

나는 벙커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었다. 차갑고 건조했다……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저희가 왜 여기 왔는지 알고 계시죠?”

블랙 리리스가 말했다.

“아아, 물론이지……내게서 포이를 빼앗으러 온 거잖아?”

“회장님의 명령은 절대적이에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것에 거역하는 건 허락되지 않아요.”

“그렇겠지……이 세상에 누가 위대하신 김지석 님의 명령에 거역하겠어?”

나는 웃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니까, 이런 상황에선 웃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전 미친 짓이다.

상대는 그 김지석이다. 내가 여기서 블랙 리리스를 막아도 결국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하지만, 꽤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조물이 창조자한테 저항한다……그야말로 나다운 짓 아닌가?

“나는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리리스.”

“당신이 질 테니까?”

“아니. 너도 내 딸이기 때문이다.”

나의 말에 리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너희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아가길……내 딸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그것만은 진심이다.”

“제가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아실 텐데요.”

“그래…….”

세상은 잔인하다.

때로는 소중한 것을 부서야만 하는 때도 오는 것이다.

팔을 벌리고, 큰 소리로 웃는다.

“내 이름은 갈라테아! 초천재 미소녀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신조차 모독하는 천재!

창조주에게 반역하는 피조물! 극악무도하고 냉혹한 악의 과학자! 그리고…….”

주사기를 꺼내, 목에 주사한다.

“포이의 어머니다!!”

리리스가 먼저 달려들었다.

나노봇을,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 모아 ‘파도’를 만든다.

“이건……!”

“우라아아아아아!!”

한 순간에 파도가 리리스를, 근처에 있던 병사들을 덮쳐 깔아뭉갰다.

하지만 이걸로 끝날 리 없다.

리리스가 파도를 뚫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먼저, 로자 아줄을 무력화 시킨다…….”

로자 아줄의 방어력은 핵폭발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방어력을 대가로 지속성을 잃어, 강력한 공격을 한 번 막으면 일시적으로 무력화된다.

그래, 블랙 리리스는 거의 무적에 가깝다.

앞으로 태어날 바이오로이드를 감안해도 그녀의 전투력은 분명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타앙!

리리스가 발사한 총탄을, 나노봇의 방패로 막았다.

“너를 만든 것은 나야……그러니! 너의 약점도 전부 알고 있어!”

“큭!”

나노봇으로 다리를 붙잡는다.

이어서 나노봇의 칼날로 몸을 난도질한다!

“재미있는 잔재주를 부리시는군요.”

그러나 리리스가 다리에 들러붙은 나노봇을 털고, 이리저리 칼날을 피했다.

“으라아아아!”

수십 개의 주먹이 날아가 리리스를 마구잡이로 두들겨 팼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에요.”

리리스가 자세를 잡고- 다가오는 모든 나노봇 주먹을 총으로 쐈다.

빠르다, 역시 이 정도로는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만 항복하시죠?”

다시 달려온다- 근접전이 되면 내가 이길 방법은 없다.

어떻게든 거리를 유지하고, 멀리서 견제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할 수밖에 없어.”

나노봇을 구슬 크기로 뭉쳐- 수 천 개의 산탄을 만든다.

“나는……포이를, 내 딸을 지킬 거야!”

산탄이 날아가 리리스의 몸을 타격했다.

아무리 그 리리스라도 이건 제법 아픈 모양인지, 팔을 들고 막았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커흑……!”

이건……피? 그런가, 벌써 한계가 오기 시작했나!

오리진 더스트 활성제는 아직 미완성품이다.

게다가 나는 전투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다……버틸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승부를……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승부를 봐야-”

고개를 드니, 눈앞에 리리스의 다리가 있었다.

그 뒤엔- 격통이 느껴졌다.

나는 뒤로 나가 떨어졌다. 코가 부러졌다, 이빨이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으그으으윽……!”

“이제 그만두시죠. 다음엔 힘 조절 안 할 거예요.”

그 말대로다. 방금 그건 힘 조절을 해준 것이다,

진심으로 쳤으면 방금 그 일격으로 머리가 수박처럼 박살이 났을 터.

이길 수 없다.

내가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나는…….”

코를 붙잡고, 나는 일어섰다.

벌써 한계가 오고 있다.

시야는 흐리고, 다리는 덜덜 떨리고, 몸이 쇳덩이처럼 무겁다.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나는……싸워야만 해.

자식을 지키고, 사랑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게……부모의 의무니까!”

우리들은, 아아……그래.

우리들은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너희를 만들 때, 누구보다도 너희가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랐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받고, 세상을, 인간을, 모든 걸 사랑하면서 살아가길.

내가 너희에게 바란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어.

“포이를 데려가려면……내 시체를 밟고 가야 할 거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분이시군요.”

나노봇을 최대한 응축시켜, 드릴을 만든다.

“자! 결판을 내볼까……리리스!”

“로자 아줄, 최대 출력!”

키이이이이이잉-!!

드릴과 보호막이 격돌하는 순간, 섬광이 번쩍였다.

“우오오오오오오-!!”

“큭?!”

드릴이 보호막을 꿰뚫고 파고들었다-

“받아라아아아아!!”

키이잉-!!

보호막이 깨지는 순간, 리리스가 내 드릴을 피했다.

이어서 우아하게 뒤로 돌아- 뒷발차기를 날렸다.

“컥!”

구른다. 눈 위를 구르다가, 나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아직……아직은……싸워야 돼, 아직……지지 않았다고…….

“그만.”

그 순간, 포이가 나와 리리스 사이를 가로막았다.

“도망쳐, 포이……! 어떻게든, 어떻게든……내가……할 수 있는 게…….”

“그만해, 엄마.”

“그만 둘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붉은색이 흰색을 더럽힌다.

“음, 블랙 리리스 언니? 냐하하, 완전 항복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두시죠.”

“…….”

리리스가 총을 거두었다. 그리고 포이에게 다가갔다.

막아야 하는데, 손가락이, 하나도 움직이질 않아…….

“저는 얌전히 따라갈 거예요. 대신,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부탁이라고?”

“작별 인사할 시간만 주세요.”

“……좋아.”

포이가 내게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미안, 엄마……나 때문에 엉망진창이 됐네.”

“너 때문이 아냐! 내가, 내가 약해서……내가 무능해서, 내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이야, 나는 분명 행복했어.”

포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했고, 사랑받았어. 그럼 충분한 거야, 이걸로 된 거야.”


“기다려…….”

“이렇게 멋진 사람이 엄마여서 정말로 다행이었어.”

“기다려, 아직, 아직 안 돼……!”

포이가, 가지고 있던 푸른 장미를 내 머리에 꽂았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과……기적이야. 이 꽃을 볼 때마다 나를 기억해줘.”

“포이……!!”

“안녕, 엄마.”

포이가 멀어진다.

나는 팔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안 돼, 이렇게……이렇게 헤어질 순……없어…….”

너와 함께 보았던 오로라를.

너와 함께 먹은 보존식량이.

너와 함께 잤던 침대가.

너와 함께 씻었던 욕조는.

너와 함께 본 영화가.

나는, 너와 함께-

“아아아아…….”

텅 빈 눈밭에.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식을 잃은 짐승 하나가 울부짖는다.





8.

그 후, 나는 폐인처럼 지냈다.

울다가 지쳐 잠들고,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고, 그러다가 결국 실패했다.

며칠, 아니 몇 주- 몇 달이나 지났는지 모를 무렵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로군, 갈라테아.”

“……김지석.”

김지석이 먼저 내게 연락했다.

뻔뻔한 자식 같으니, 남의 딸을 빼앗아 놓고선……!

“나는 이제 네가 해달라는 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거다. 죽일 테면 죽여.”

“정말 그렇게 나올 셈인가? 포이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했다만.”

……! 나는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말, 사실이지?”

“물론이지. 나는 사업가다, 사업가에게 약속은 목숨과도 같지.”

“조건은?”

“나를 위해 더 완벽한, 더 아름답고 강력한 바이오로이드를 설계해라.

네가 충분히 나를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하면 포이를 돌려주도록 하겠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다.

십중팔구, 나를 이리저리 휘두르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알겠어…….”

“그리고 하나 더.”

내게 엎드려 절해라.

김지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자유 의지를 준 건 어디까지나 사업을 위해서였지, 내게 대들라고 준 것이

아니었다.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주인에게 대든 것에 대한 사죄는 받아야겠군.”

이 망할 쓰레기 자식이……!

나는 이빨을 갈다가, 이내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김지석 회장님. 제 어리석음을 용서해주십시오.”

“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라, 갈라테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포이를……제 딸을……제발 돌려주세요……제발…….”

원수에게 빌더라도, 그 어떤 굴욕을 겪더라도.

나는- 포이를 되찾고야 말겠다.

그 뒤로, 나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었다.

더 완벽하고 섬세하게,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퀄리티로.

삼안 그룹은 나날이 번창했다.

내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는, 다른 기업의 바이오로이드와 비교해도 우수했다.

오로지 포이를 되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언젠가, 너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년 뒤.

인간은, 인류는 멸종했다.






9.

…….

그 뒤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50년? 100년? 사실, 알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여기서 죽는다.

아무도 모르는 이 장소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딸 하나 지켜주지 못한 무능한 내가 살아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게 몇 년이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모니터에, 통신 호출이 왔다.

“누가……? 인간은 전부 멸종했을 터인데…….”

버튼을 누르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 살아있었나.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아아.”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네가 누구인지, 또 무슨 목적으로 연락했는지 알아. 그리고 내 대답은 ‘NO‘다.”

“……인류 재건을 위하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거절하는 거다.”

라비아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딸들을 학대한 인류를 어째서 부활시켜야 하는 거지? 그것들은 지들 멋대로

멸망했고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따윈 멸망하는 게 나아.”

“하지만-”

“나는 여기서 죽을 거다. 이 차가운 벙커에서 죽는 게 나의 마지막 속죄야.”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통신은 여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지금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은, 다른 인간들과 다릅니다.”

“뭐?”“그 분은 저희 모두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분이에요. 저 또한 그를 의심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은, 그 모든 인간들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그래봤자 인간이다.”

“적어도 직접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어요.”

…….

나는 말했다.

“거기에……내 딸들도……포이도 있어……?”

“네, 있어요. 다들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

나는 한참 고민 끝에, 이렇게 말했다.

“좌표를 보낼 테니, 여기로 와. 실망시키지 않으면 좋겠군.”

“알겠어요.”

그리고 며칠 뒤, 정말로 라비아타가 왔다.

오르카 호- 거대한 잠수함이었다. 설마 이런 게 아직도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써 인류가 멸망하고 100년은 족히 지났고, 철충뿐만

아니라 별의 아이인지 하는 것과 레모네이드도 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와 만났다.

마지막 인간, 사령관을 말이다.

“네가 그 마지막 인간이냐? 사령관……이라고 불러주면 되겠지?”

“응.”

대체 왜 이런 녀석한테 그렇게까지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인간한테 뭘 기대한다고……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우선, 나는 네 명령 따윈 듣지 않는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내 딸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지 너 같은 인간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받으려고 온 게 아냐.”

“……그렇구나.”

“마음에 안 들면 내보내던가. 나한테 뭘 기대하지 마, 나도 너한테 아무 기대 안 한다.”

어디, 어떻게 나오려나.

감히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건방지게 행동한다고 뺨이라도 때리려나?

그렇게 생각했건만, 사령관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뭘 안 해도 좋으니까, 편히 있어도 돼.”

“흠.”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적어도 당장은 말이다.

이 녀석이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는 차차 시간을 두고 판단하면 된다.

“……갈라테아라고 불러라.”

“응,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복도를 지나가다가, 문 너머로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냐하하! 고작 그 정도로 앓는 소리 내면 안 돼요, 언니?”

“포이 너-”


…….

문을 열려고 했다가, 나는 멈춰 섰다.

내게 포이를 다시 만날 자격이 있는 걸까?

나 같은 게, 지켜주지도 못한 주제에…….

“냥?”

“아.”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포이와 눈이 마주쳤다……정말로, 정말로 오랜만에…….

“냐하핫, 이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누구실까요~?”

“으……아아…….”

만나고 싶었어.

너와 다시 만나고 싶었어.

목소리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었어.

손을 뻗어, 너의 손을 잡는다.

“미안해……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말해주고 싶었어……사랑한다고…….”

“저, 저기……?”

나는 울부짖었다.

‘너’와 다시 만나는 건, 역시 불가능했다.

나를 아는 ‘너’는 이제 어디에도 없는 거야.

하지만 네가 말했듯이.

다시 만날 수 있었어.

네가 말했던 ‘기적’을 믿었으니까.

나는, 네가 주었던 장미를 손에 쥐고서.

그저 하염없이 울었다. 









그나저나 공모전 2등인가 100명한테 슼나 시디였나...

집에 그런 걸 둘 수가 없는데스우...어흑...

아무튼 이번에 공모전은 처음 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