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어느 점령지에서 앵거 오브 호드가 철충의 잔당의 처리할 때 일어났다. 철충의 수는 사령관의 예상대로 적었지만, 몇몇 철충들의 잔해에 특이한 흔적이 있었다. 칸은 이를 보고하고자 통신채널에 들어갔다.


 “여기는 칸, 보고할 사항이 있다.”


 “칸? 무슨 일이야?”


 “철충의 잔해에 특이한 흔적이 있다. 페더를 통해 사진을 보내겠으니 판단 바란다.”


 칸이 간략하게 보고를 끝마치자마자 다른 부대원들이 있는 후방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칸은 철충의 매복을 놓친 것인가 생각하며, 최대한 빠르게 후방으로 향했다. 신속의 이명에 걸맞게, 총성의 근원지에 금방 도착한 칸은 상처 하나 없는 부대원들과, 철충의 잔해 사이에 보라색 빛으로 이루어진 방패를 들고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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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대장이 뭔가 신경이 곤두서 있지 않아?”


 “워 울프 넌 또 뭔 소리를...”


 “그래서 더 멋지지 않아요?”


 “페더 넌 또 왜 그래...”


 “혹시 특이한 흔적이 있던 철충 잔해 때문인가?”


 “그러고 보니 진짜 이상한 흔적이긴 했어. 주먹자국 같기도 했는데...”


 “에이, 누가 철충을 주먹으로 때려잡냐?”


 앵거 오브 호드의 부대원들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칸이 나아갔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평소에는 칸을 바로 뒤따르며 남은 철충을 정리하겠지만, 이 점령지에는 그 정도로 많은 철충이 없었기에 필연적으로 나머지 부대원들은 칸이 잡은 철충의 수나 세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근데 진짜로 주먹으로 철충을 때려잡는 뭔가가 있을까?”


 “우연히 자국이 그렇게 남은 거겠지. 어떻게 주먹으로 철충을 잡겠어?”


 “...라비아타 통령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마 그 분이라면 가능하시겠지만...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겠지.”


 사건은 곧이어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던 숲길에서 잠복해 있던 나이트 칙들이 나타났고, 가장 먼저 발견한 탈론페더가 소리쳤다.

 “철충이야! 전투태세!”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전투태세로 산개했지만, 나이트 칙의 발포가 더 빨랐다. 총구가 향하는 방향에는 워 울프가 서있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을 뻔 했다.


 그 때, 부대원들의 뒤쪽에서 무언가가 달려와서는 모두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나이트 칙들의 집중포화를 받아냈다. 커다란 흙먼지가 일었고, 모두들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포화가 잦아들자 흙먼지 또한 가라앉았고, 부대원들은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포화를 받아낸 뭔가는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투명한, 빛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방벽이 서있었다. 나이트 칙들이 기계음을 내며 장전을 하려 했고, 남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빛으로 이루어진 방벽은 남자의 왼 팔에 보라색의 방패가 되었고, 남자는 빠르게 칙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방패로 찍고, 부딪히고, 주먹으로 치면서 철충을 순식간에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나이트 칙이 도망가려 했을 때, 남자는 맨몸이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의 높이로 뛰더니, 그대로 칙의 앞에 착지해 붙잡고는 칙에게 박치기를 했다. 다섯 번쯤 박치기를 하자 칙의 움직임이 멎었다.


 앵거 오브 호드의 부대원들은 남자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철충에 대한 무식함에 가까운 전투법과, 그것을 실행하고도 멀쩡한 전투력에 놀란 것도 있었지만, 남자의 뇌파는 어딘가 이질적이긴 해도 인간의 뇌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곧이어 칸이 부대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고, 주변을 한 번 살펴보더니 남자를 경계했다. 남자는 부대원을 구해주긴 했으나 말은 통하는지, 아군인지 적인지도 모호했기 때문에 당연한 절차였다. 그는 갑옷이나 손에 묻은 기름을 털어내더니 앵거 오브 호드에게 다가갔다. 칸은 그를 멈춰 세우며 물었다.


 “넌 누구지?”


 “그는 수호자에요.”


 그의 뒤에서 작은 하얀색 드론이 갑자기 나타나며 말했다. 칸은 동요하지 않고 계속 질문했다.

 “수호자라고? 무엇을 수호한다는 거지?”


 이번에도 하얀 드론이 답했다.

 “우리는 최후의 도시와 여행자, 그리고 인류를 수호하는 게 책무에요.”


 처음 듣는 단어에 약간 혼란스러워진 칸이었지만, 이어진 대화의 끝에 그는 뭔가 많이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일단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희는 우리의 아군인가?”


 “당신들이 인류의 적이 아니라면, 저희는 당신들의 아군이에요.”


 “우리 부대원을 지켜준 은혜를 갚고 싶기도 하고, 신경 쓰이는 점도 아직 있는데, 이곳은 대화하기 적합한 장소는 아닌 것 같군, 따라와 주겠나?”


 수호자와 하얀 드론은 서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거죠?”

 “우리의 사령관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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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수호자가 라오에 온다면? 1화만 우선 썼읍니다.

다음화는 언제 나올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