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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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는 우주선에 타고있었다. 저 멀리 지구와 달이 보였다.


"지구 궤도 관제소. 여긴 CMS 테라노바에 승선한 아이작 클라크다. 진입허가를 바란다. 이상."


잡음만 들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채널 주파수를 제대로 맞춘거야? 이 함선은 200년도 더 된거라고."


"그래..하지만 아냐..제대로 조절했다고.."


남자의 동료가 그에게 다가왔다. 


"날 믿어봐. 믿어보라구. 이게 맞아."


남자의 동료가 주파수를 조작하더니 이번엔 그가 연락을 시도했다.


"지구 정부 사령부! 여긴 존 카버 하사. 들리나?"


하지만 이번에도 잡음만 들릴 뿐 이었다.


"거기 아무도 없나?"


"이상하군.."


이상함을 느낀 남자가 다시 주파수를 조절했다.


"채굴 물류 연합, 들리는가?"


잡음만이 그들에게 응답을 해주었다. 둘은 음산한 분위기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달 비행 관제탑, 여긴 CMS 테라노바다. 거기 아무도 없나?!"


결국 화가난 남자가 고함을 지르자 그제서야 답신이 왔다.

하지만 그 답신에는 괴상망칙한 괴성만이 들려왔고, 둘은 그 괴성에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쳐다보았다.


둘은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안돼..."




남자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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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우아아악!!! 놀래라!"


"아아악! 그리폰! 너 때문에 내가 더 놀랬잖아!!"


남자의 옆에는 여자 둘과 개 한마리가 앉아있었다.


"시발...머리야..."


남자의 머리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그가 고통스러워하자 그의 옆으로 안경을 쓴 가정부가 다가왔다.


"저기...인간님?"


"니기미 시벌...넌 뭐야...?"


남자의 말에 가정부는 헛기침을 두어번 정도하고 안경을 고쳐썼다.


"반갑습니다. 인간님. 저는 가정용 경비 및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로이드. '콘스탄챠 S2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보리고요."


기껏 멋을 내어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를 소개했지만 남자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콘스탄챠는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그나저나..이거 인간 맞아..? AGS 아냐..?"


남자의 옷차림에 금발의 여자애는 그의 머리를 톡톡 쳐댔다.


"아아아아악! 그만!"


남자는 아직도 두통이 심한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남자의 고함에 여자애는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콘스탄챠라고 소개한 가정부가 여자애를 쳐다보았다.


"뭐..뭐..?"


"너도 소개해야지? 그리고 사과도 하고."


"내...내가 뭐하러..."


여자애는 팔짱을 끼고 다른 곳을 쳐다보았지만 콘스탄챠의 두눈은 아직도 여자애를 향해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무섭기 그지 없었다.


"아..알았어! 하면 될거 아냐?!"


"그래. 잘 생각했어."


여자애의 말에 콘스탄챠는 그제서야 웃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애는 자신의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남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난 말야! 기동공격용 바이오로이드 P/A-00 그리폰이라고! 이거 하나만 기억해둬! 난 아직 널 주인으로 인정 안 했어!"


그리폰이라고 소개한 여자애의 얼굴은 잘익은 토마토마냥 무르익기 시작했다.

그리폰은 콘스탄챠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차가웠다.


"왜 그러는데..? 인사했잖아?!"


"사과는?"


"아까...머리 친거 미안..."


그녀의 말에 그리폰은 마지못해 그에게 사과했다.

콘스탄챠는 그제서야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남자의 앞에 앉았다.


"저..? 인간님..?"


콘스탄챠는 남자의 눈을 쳐다보려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눈을 찾지를 못했다.

간신히 두통이 진정된 남자는 콘스탄챠를 쳐다보았다. 


"아까 너희들 말이야..바이오로이드니 뭐니..어쩌니 했는데...그게 뭐야...?"


"좋은 질문이에요. 인간님.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당신의 성함을 알아야해요."


"뭐...?"


"모든 걸 숨김없이 알려 드리긴 위해선 사령관 이름 등록이 필요해요. 혹시 성함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콘스탄챠의 말에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이름이 결코 좋은 이름이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야! 인간! 멍하니있지말고 빨리 말하라고! 철충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그리폰의 재촉에 남자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그리폰! 그만해! 저기 가 있어! 가뜩이나 혼란스러워하실텐데.."


"칫...! 알았어! 난 저기서 정찰이나 하고있을께!"


그리폰은 물러났다. 가까이 있을 땐 몰랐는데 그녀의 등에는 제트엔진과 같은 추진장치가 달려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있었다.


"죄송합니다..원래 저런 아이가 아닌데.."


"....이름 등록이 필요하다고했지..?"


"네...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남자는 이름을 말하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알고싶었다. 결국 그는 입을 열었다.


"아이작.... 아이작 클라크.. 그게 내 이름이야.."


"아이작 클라크님이시군요. 확인했습니다. 바이오로이드 테이터베이스에 이름을 등록합니다."


"말해줘..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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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렇게 된겁니다.."


콘스탄챠의 말에 남자는 절망에 빠졌다. 인류가 멸망했다. 그 사실이 그에게는 엄청 절망적이었다.


"결국 우리가 진건가..."


"네..?"


"아니다.. 아무것도..일단 움직이지.. 그 오르카인가 뭔가하는 곳으로 가야한다며?"


이제 사령관이 된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의 몸은 엄청 뻐근했지만 쉴 수는 없었다.


"주인님! 무리하지마세요..!"


콘스탄챠의 부축에도 사령관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혼자서도 움직일 수 있어.. 그리고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마..."


그의 말에 콘스탄챠는 멍하니 사령관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 다행이네.."


사령관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무언가를 줍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뭔가요...?"


"휴대용절단기인 211-V 플라즈마 커터."


"네..?"


사령관의 말에 콘스탄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정을 본 사령관은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그냥 공구야.."


"그..그렇군요.."


둘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름다운 초원이 그들을 반겼다.

사령관은 아름다운 초원을 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구가 원래 이리 아름다웠나..."


"뭐라고하셨죠?"


"아무것도 아냐.."


사령관이 다시 발걸음을 떼자 그리폰이 허둥대며 그들 앞으로 날아왔다.


"큰일이야! 콘스탄챠!"


그들 앞으로 착륙한 그리폰이 숨을 헐떡이고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철충이야..! 나이트 칙 2마리랑 스카우터가 오고있어..!"


"뭐..?!"


"일단 대피해야해! 지금 전력으로는 이기는 것은 무리야..!"


"알았어..! 저기..? 주...사령관님! 빨리 피하셔야해요!"


"어째서지..?"

 

사령관의 말에 콘스탄챠와 그리폰은 놀랐다.


"인간! 철충한테 죽고싶어?! 지금 우리로는 이길 수 없다고!"


"맞아요..! 드디어 만난 인간님을 잃을 순 없어요..!"


둘의 말에도 남자는 공구라는 것을 들어올려 장탄수를 확인하였다.

14발 정도가 있었다. 숫자를 확인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을 향해 걸어갔다.


"사령관님! 어딜 가시는거에요?! 철충이 온다고요!"


"저 인간 미친게 분명해! 우린 이제 다 죽었어!"


사령관은 공구를 들어올렸다. 공구에서 3개의 레이저가 뿜어져나왔다.



"너희들은 뒤에 있어. 내가 처리할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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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과 콘스탄챠는 찢어진 철충들의 시체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으으...징그러.."


"저기..? 사령관님..?"


콘스탄챠의 부름에도 사령관은 죽어버린 철충의 꼬리를 붙잡고 그것을 한동안 쳐다보고있었다.


"신기하군..기계에 기생하는 벌레라니..."


"신기하긴하죠..?"


"그 새끼들 보단 낫네.."


"그 새끼들이라뇨..?"


"몰라도 돼."


사령관은 철충의 시체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공구의 장탄수를 확인하였다.

8발이 남아있었다. 사령관은 콘스탄챠를 쳐다보았다.


"다시 안내해줘. 오르카인가 뭔가하는 곳으로."


"네... 따라오세요. 여기서 좀 걸어가야해요.."


이윽고, 일행이 도착한 곳은 어느 등대였다.

사령관은 등대를 보며 의아했다.


"저 등대가 오르카인가?"


"후후..물론 아니죠.. 오르카로 가는 열쇠를 쥐고있는 LRL이 곧 내려올거에요."


"LRL..? 그게 이름인가?"


"네."


콘스탄챠는 웃으며 그에게 답해주었다. 사령관은 등대의 문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이윽고, 등대의 문이 열렸고, 그들의 앞에 조그만한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나는 깊고깊은 심연...어두운 어비스에서 태어난..."


조금 과한 연기를 하며 나타난 여자아이는 사령관의 모습을 보자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흐이익?!"


갑자기 문 뒤에 숨은 그녀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사령관의 모습을 본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겁을 먹기 시작했다.


"히익?! 괴...괴물인 것이냐...?!"


"바보! 인간이라고!"


그리폰의 말에도 그녀는 계속 문 뒤에 숨어있었다.


"....."


자신의 모습에 기겁해하는 그녀를 보며 사령관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쓰고 있던 슈트의 헬멧을 벗었다. 헬멧을 벗자 인자한 얼굴의 아저씨가 나타났다.

처음보는 그의 얼굴에 그리폰과 콘스탄챠는 얼굴이 빨개졌다.


'좀 잘 생겼는데...?'


'우와....'


"봐, 인간 맞지? 눈 코 입도 다 있고..."


그럼에도 LRL은 문 뒤에 숨어 사령관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와봐, 목마 태워줄께."


사령관이 자신의 공구를 잠시 넣어두고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사령관에게 안겼다.


"인간.. 애한테 너무 무른거 아냐?"


그리폰이 판잔을 주자, 사령관은 그녀에게 헬멧을 주며 그리폰에게 말했다.


"....애들한테는 좀 물러도 돼."


"정말이지.."


사령관의 어깨에 목마를 탄 그녀는 사령관의 헬멧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쓰고싶니?"


"써도 되는 것이냐...?"


"써 봐."


사령관의 말에 그녀는 헬멧을 자신의 머리에 써보았다.


"우와! 이거 신기하네!"


"그치?"


"권속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녀는 다시 연기톤으로 사령관에게 물었다.


"아이작, 아이작 클라크..."


"짐은 전조의 프린세스! LRL이니라!"


둘이 그러고 노는 사이 콘스탄챠가 다시 헛기침을 하였다.


"LRL? 열쇠는 가지고있지?"


"물론이다! 여기!"


LRL은 자신의 목걸이에 걸려있는 작은 열쇠를 콘스탄챠에게 건넸다.

열쇠를 받은 콘스탄챠는 한쪽 무릎을 꿇더니 자신의 주위에 있는 흙들을 쓸었다.


"뭐하는거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르카로 데려다드릴테니.."


흙들을 전부 쓸어내자 작은 열쇠구멍이 보였다.

콘스탄챠는 아까 LRL에게서 받은 열쇠를 그 구멍에 끼워넣은 뒤 돌렸다.

그러자 등대에 또다른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사령관님? 올라타시죠."


콘스탄챠와 그리폰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그러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이었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권속이여?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저기..계단은 없는거야..?"


"오르카에 갈려면 이 길 밖에 없어요. 빨리 올라타세요."


사령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그는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이었으며 식은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


그는 손에서 공구를 놓지 않았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멈추었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그들의 앞에 거대한 잠수함이 정박되어있었다.




"이게 오르카인가..?"


"어때? 인간.. 대단하지? 죽이지? 이게 바로 거주형 잠수함 오르카 1호라고!"


그리폰이 어깨를 으스대며 자랑을 해보았지만 사령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라비아타 언니가 개조한 곳이에요. 아직 시험 운행은 해본 적이 없지만..."


"시발...안 타..."


"네..?"


"뭐..?"


사령관의 말에 그리폰과 콘스탄챠는 어리둥절했다.


"시발 안 탄다고..! 시발..! 시발..."


사령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의 행동에 어깨에 목마를 타고있었던 LRL이 떨어질 뻔했지만 그리폰이 재빠르게 그녀를 받아냈다.


"시발...잠수함이야...폐쇠적이라고...싫어...시발...싫어..!"


사령관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셋은 그런 사령관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시발...시발..싫어...싫어...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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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꿈에서 깨어났다. 서류작업을 하고있던 도중 깜빡 잠들어버렸던 것이다.


"사령관. 드디어 깬거야?"


그의 앞에는 그리폰이 서있었다.


"그리폰..? 나 얼마나 잠든거지..?"


사령관의 말에 그리폰은 자신의 손목에 달려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한 1시간 정도..?"


"그런가..."


그는 기지개를 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그리폰은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렀다.


"아.. 뭐야..."


"아까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런 말을 한거야..?"


그리폰의 말에 사령관은 잠시 고민하는가싶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그의 말에 그리폰은 자신의 얼굴을 긁으며 먼곳을 바라보았다.


"그 때라...그 때 사령관은 까칠했지.."


"그렇지..."


함장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그리폰?"


"응?"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줄건가?"


사령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리폰은 그에게 웃음을 보였다.


"당연한거 아냐?! 이 세상 끝까지 함께 해줄꺼니깐!"


사령관은 그녀의 말에 살짝 웃어버렸다.

그리고 슈트의 헬멧을 올렸다.


"고맙군. 카페테리아에 갈꺼야? 맛있는거라도 사줄께."


"진짜?! 고마워! 사령관!"


둘은 함장실을 나와 카페테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니까, 함께 떠나자. 분명히 즐거울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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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좀 많이 길었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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