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같은겁니다.


공식설정과 다릅니다.

---------------------------------------------------------------------------------------------------------


키르케는 플라스크에 담긴 호박색의 액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을 이러저리 굴리며 눈으로 한번 마시고, 자신의 코로 가져가 향을 맡으며 또 한번 마셨다. 

시큼하고도 아찔한 향, 냄새만으로도 취할 것만 같아다. 마지막으로 입으로 가져갔다.


"크으....."


눈살을 찌푸리며 목구멍을 타고 위까지 넘어가는 따가움을 느꼈다. 언제나 마셔도 기분 좋은 술이었다.

그녀가 다시 플라스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갈려는 순간, 그녀의 방 문이 열렸다. 평소에 찾아오는 베로니카와 커넥터 유미라고 생각하고 다시 술을 마실려고했다. 


"키르케, 또 술 마시나?"


"흐잇..?! 사...사령관님?!"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있던 플라스크를 떨어뜨릴 뻔했다. 

간신히 플라스크를 붙잡은 키르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 앞에 서있는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닥터가 만들어준 슈트가 아닌 황동색의 철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형 작업복을 입은 사령관이 문 앞에서 서있었다.


"사령관님..노크 정돈 하시라고요..."


"베로니카랑 유미는 아무렇게나 들어가길래 그런건데. 다음부턴 노크하지."


사령관은 슈트의 헬멧을 벗고 키르케의 옆에 놔두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시죠..? 할로윈이라면 지났는데.."


"아. 그냥 말동무가 좀 필요해서 말이야."


사령관은 의자를 당겨 그녀의 옆에 앉았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키르케는 괜히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거나 시계를 보았다. 베로니카와 유미가 빨리 와줬으면 했다.


"저기.."


"네..?"


사령관이 입을 먼저 열었다. 그는그녀가 들고있던 플라스크를 한동안 쳐다보고있었다.


"그거 술인가?"


"네. 제가 만든 특제 술이랍니다?"


"직접 만들었다고? 신기하군."


"시간이 워낙 많았으니.. 술 만드는것 쯤이야..."


"그런가.."


키르케는 사령관이 멸망 전 테마파크에서 구조한 대원이었다.

사령관은 테마파크를 생각하자 속이 매쓰꺼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봐왔던 사람들보단 덜했지만, 그렇다고 봐줄만한 수준은 아니였다.


"너도 나랑 똑같은 부류일지도 모르겠군..."


"뭐가요?"


"아니야..."


다시 이어지는 침묵.


"키르케?"


"네?"


"나한테도 술 한잔 줄 수 있나?"


"네...? 네.. 당연히 돼죠.."


그녀는 플라스크에 담겨있는 술을 잔에 따라준 뒤 사령관에게 넘겨주었다.

사령관은 술잔을 들어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독한 향기에 한번 얼굴을 찌푸리고 술의 맛에 얼굴을 또 한번 찌푸렸다.


"크으으....독하군.."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


사령관은 한참이나 술잔을 바라보았다. 키르케는 그런 사령관의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았다.

술잔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뭐라 형언할 수 없었다.


"키르케.."


"네. 사령관님."


"푸념이긴 하지만, 내 이야기 좀 들어줄 수 있나?"


"..."


키르케는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대원들의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의 옛날 이야기를 들은 대원들이 이상증세를 호소하거나 악몽을 꾼다는 이상한 소문이었다.

하지만 키르케는 그 소문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무리.."


"아니요. 말씀해주세요."


그녀는 플라스크에 담긴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의 눈을 한참이나 바라보고는 술잔을 기울였다.


"나한텐 여자친구가 있었어. 니콜 브레넌이라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계속해서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동화를 이야기해주는 노인과도 같았다.


-------------------------------------------------------------------------------------------------------------------


"난 내 자신이 틀린 줄 알고 그 우주선에 갔어.. .하지만 그곳에서 본건 내가 틀렸다는 확실한 증거 뿐이었지.."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키르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사령관에게는 그 어떤 위로로도 위로가 안됐을 것이 분명했다.


"자요, 술잔이 비어있었잖아요."


키르케는 그저 그의 술잔에 술을 부어줄 뿐이었다.

사령관은 눈물을 닦아내며 술을 자신의 입에 부어넣었다. 목을 타고 넘어오는 따가움에 사령관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크으... 시발...그나저나 술 맛 죽이네..."


"그쵸..?"


사령관은 다시 그녀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저..사령관님? 너무 많이 드시는게..."


사령관은 키르케를 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 키르케는 그에게 술을 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술을 다시 자신의 입에 부은 사령관은 키르키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키르케도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묘한 공기에 사령관은 그녀의 눈을 피했다. 그녀의 눈은 사람을 조종할 것만 같은 눈이라고 생각했다.


"사령관님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으니. 저도 제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그녀는 술을 홀짝였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술잔을 기울였다.


"전 테마파크의 안내원으로 설계되었답니다? 그래서 전 마녀라고요..우우~ 무섭죠?"


그녀는 양팔을 들어올려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사령관은 싫다는 듯이 그녀에게 팔을 들어올렸다.


"정말이지.. 딱딱하신 분이시네요...여튼.. 전 안내원으로 설계되어...."


키르케는 술을 홀짝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사령관에게 들려주었다.


---------------------------------------------------------------------------------------------------------------------------


"그렇게 저와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을 그 끔찍한 곳으로 밀어넣고, 편안하게 살았죠. 그녀들의 비명이 들렸지만 전 귀를 막았죠. 문명이 멸망하고 모든 인간님들이 멸종했을 때, 저 혼자 테마파크에서 살아남았죠..."


"......"


사령관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됄 것이 분명했다.

키르케는 플라스크에 담긴 술을 모두 마셨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다른 플라스크를 꺼냈다. 아까와는 다르게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사령관님이나 저나 비슷한 처지네요....뭔가..."


"...그런가.."


"우린 아마 이렇게 과거에 망령에 붙잡혀 살겠죠...저는 그것들을 피하기 위해 술에 찌들어살고...사령관님은..."


그녀가 사령관을 쳐다보자, 그는 탁자 위에 자신의 공구를 올렸다.

그리고 탁자 위에 있는 헬멧과 공구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난 못 도망가..그것들로부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르케는 플라스크를 넘겨주었다.

그는 플라스크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그녀는 분홍색의 술을 자신의 입에 욱여넣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자요. 술잔이 비었잖아요...?"


그녀는 얼굴이 잔뜩 빨개진 채로 그를 보며 웃었다. 그녀가 웃자 독한 술의 향기가 그의 코를 찔렀다.


".......그것도 그렇군."


"자, 그럼...건배!"


"건배..."


둘은 술잔을 부딫힌 뒤 동시에 술잔을 기울였다.


----------------------------------------------------------------------------------------------------------------------------


"키르케씨! 안주 가져왔어요!"


"자매님....안에..."


키르케의 방에 들어온 베로니카와 유미는 동시에 머리를 매만졌다.


"어머, 이미 선객이 있었네요."


"아아! 치사해! 둘만 먼저 마시고!! 치사해!!"


사령관과 키르케는 얼굴이 완전 빨개진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둘은 이미 꿈나라를 해매고 있는 듯 보였다.


"더치걸씨..? 거기는 위험하다고요...?"


"제발..오지마..넌..."


잠꼬대를 하는 둘을 옆으로 치워두고 베로니카와 유미는 둘끼리 술판을 벌였다.








































어떻게 매번 속니.


----------------------------------------------------------------------------------------------------------------------------------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