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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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신호는 왔나?”

 

“… 자암깜만… …

…”

 

 

 

사령관이 숲 속으로 들어간 지 거진 반나절이 흘렀다.

이른 아침에 시작된 작전은 이미 노을을 넘어 어둔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끝내겠다 장담한 사령관이었지만, 이미 남겨진 대원들의 상태는 긴장을 넘어 전투 태세.

뭐라도 발견되면 바로 죽일 각오로 각자의 무기를 다듬고 있었다.

 

그건 수많은 전장을 헤쳐 나온 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마저도 기다리다 못해 닥터의 옆자리로 가 보챌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지진파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라.

그게 가능한 건가?”

 

“뭐…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하진 않은 거니까.

그냥 파장이 여기까지 닿기만 하도록 만들면 돼.”

 

“… 그렇군.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기약 없이 통신 채널만 열어두고 있어야 하는 거지?

사령관을 기다리는 것도 이젠 좀 벅차다.”

 

“일단 신호가 오기만 하면 그 때부턴 내가 통신 피드를 다시 살려줄 게.

그럼 오빠랑 같이 얘기할 수 있을 거야.

방해 전파에 대한 해독 데이터도 자동으로 수신되도록 내가 팬텀 언니한테 얘기 해놨거든.

게다가 칸 언니는 이제 곧 숲 내부로 들어갈 거잖아.

조금만 들어가면 방해 전파가 작동하지 않는 구역까지 갈 수 있을 거야.”

 

“… 고맙다.

일단은 계속 지켜보겠다.

나름 사령관의 첫 작전이니…”

 

 

 

칸뿐만이 아닌 모두가 당장 숲 전체를 헤집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아무리 사령관의 안전이 도전 받는다 하더라도, 이건 엄연히 사령관이 스스로 내린 첫 번째 작전.

당장 죽을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닌 이상 사령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반군과 싸웠을 때와 같이 주어진 작전을 그저 승인한 것이 아닌, 사령관 홀로 계획하고 실행한 역사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걱정과 확실치 않은 불안 때문에 그런 역사를 오명으로 장식하게 둘 순 없었다.

그렇기에 칸을 비롯한 모든 지휘관은 그저 사령관에게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 …”

 

“뭐야, 걱정되는 거야?

다른 언니도 아니고, 그 칸 언니가?”

 

“… 둘이 이런 자리에 함께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군.”

 

 

 

어느새 칸의 옆에 다가온 또 다른 닥터.

전보다는 조금 덜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짙은 다크 서클이 인상적인 닥터였다.

신호기를 만지고 있는 닥터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운 닥터 말이다.

 

 

 

“불안해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에헤… 발할라 언니들이라면 몰라도 호드 언니들은 상관 안 할 줄 알았는데.”

 

“…”

 

“아니야?”

 

“… 정 궁금하다면 우리 부대 영상을 보겠나?”


"부대 영상?" 


 

 

칸은 불안한 마음을 팔짱을 끼며 숨겼다.

그 팔짱 사이에 낀 패널은 시끌벅적한 영상을 송출하고 있었다.

 

마신 술병으로 탑을 쌓고 있는 워울프와 자기 이빨로 자기 손톱을 깨무는 하아에나.

주사위가 부숴질 때까지 벽에 던져대는 샐러맨더와 그걸 어쩔 줄 모르고 지켜보고 있는 카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으아아!! 

우린 대체 언제 출동하는 거야!!

술 마시면서 기다리는 것도 한 세월이지!!!

이젠 술도 지겹다고!!!”

 

“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

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

엄청나게멋진폭탄도만들었는데이러다가다치기라도하면어쩌란거야

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내남편이야”

 

“지금쯤 사령관이 살아있을까?

도박이라도 해봐? 살아있는 걸로 걸면 되지 않을까?

그래! 샐러맨더, 너 도박 잘 하잖아! 네가 걸면 당연히 살아 있을 거야!

그런데 그러다가 죽은 걸로 나오면?

… 아이씨, 난 그런 거에다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걸겠는데… 으브브브….”

 

“대… 대장님…

이 애들 좀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진짜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데…”

 

 

 

카멜은 카메라가 어디 있는 지도 찾지 못한 채 손만 버둥거리며 이곳저곳을 찾고 있었다.

그걸 끝으로 패널은 다시 검은 화면으로 변했다.

 

 

 

“… ...”

 

“… … 이게 5분 전 영상이다.

지금쯤이면 더 개판이 됐을 지도 모르겠군.”

 

“… 다른 부대는 좀 괜찮으려나?

 

“우리 쪽이 좀 심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만…

… 다른 부대 상황도 별로 다르진 않겠지.

 

“…

… 아, 몰라. 그 인간이 선택한 일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애초에 난 그냥 기술 지원팀이나 하고 있을 뿐이라고. 칸 언니.

...

야, 안 그러냐?”

 

“… …”

 

 

 

어른스러운 닥터는 자기 발가락으로 신호기를 보고 있는 닥터의 등을 쿡쿡 찔렀다.

하지만 신호기에 심취한 듯한 닥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야, 안 그러냐니까?

우린 그냥 니 오빠가 해달라는 대로만 해줬을 뿐이잖아.”

 

“… … 떠… …”

 

“떠?”

 

“떠… 떴다!!!

신호기 위치 파악했다!!”

 

 

 

닥터의 말이 전체 통신 채널로 흘러 들어가기 무섭게 오르카 호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칸의 패널의 실시간 영상으로 보이는 호드 숙소는 어느새 사람 하나 없는 빈 숙소가 되어 있었다.

 

 

 

“여기는 발할라. 레오나 지휘관이다.

닥터, 신호 위치는?”

 

“서… 섬의 북쪽 방향!

자세한 건 통신 피드로 공유해줄게!!”

 

“그래, 그럼 그쪽으로 합류하면 되는 거겠지?!

달ㄹ… 아니!

사령관은 그쪽으로 가면 볼 수 있는 거지?!”

 

“그건 나보다 언니가 더…"


"확인했어!

발할라 통신 종료!"


"…

… 뭐야, 벌써 끊겼네.”

 

 

 

신호기의 위치를 듣자마자 움직이기로 정해진 대원들은 신속하게 자신의 위치로 몸을 움직였다.

한밤 중에 벌어진 작전이었지만, 사령관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대원들에게 흐릿한 시야는 방해물 취급도 받을 수 없었다.

 

 

 

“뭐라는데?”

 

“… 몰라, 신나 보이던데. 언니들…”

 

“그래, 신나기야 하겠지.

저어기, 호라이즌 언니들은 아직도 심술 난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가고 싶어도 오빠가 외부에서 대기하라고 했으니까.

조금 억울하긴 하겠지.

… 언니들 이러다가 사고 하나 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두 명의 닥터는 어느새 나누는 말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정확히 말하면 이 어른스러운 닥터의 마음이 전보다 더 살가워졌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칸의 등 뒤에는 이미 모든 호드 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하아… 하아…

대장… 이제 우리 차례인 거 맞지?!

빨리 들어가자고!

안 그래도 사령관이랑 먹으려고 새 술 하나 사놨단 말이야!”

 

“대장빨리빨리빨리!!!

내남편이안에서기다리고있단말이야!

남편기다려!!아아아주커다란폭탄이랑같이갈게!!!”

 

“대장 빨리!

나도 이런 거로 도박하고 싶진 않다 말이야!!”

 

“자, 작전명 생성 프로토콜은 진작해 해놨습니다. 대장님.

이 미치광이들을 돌보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이에요…!”

 

“… … 하아…”

 

 

 

칸은 어깨를 풀며 모래 사장 위로 걸어 나갔다.

칸의 다리에 달린 바퀴 달린 외골격이 격렬한 엔진음과 함께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요구 사항은 잘 알겠다.

한시라도 빨리 사령관을 구출하러 가는 것, 맞겠지?”

 

“당연하지! 그러니까 당장…”

 

“난, 자기 말을 안 지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보다 늦는 년은 동침권 박탈이다.”

 

“에?! 아무리 우리가 빨리 간다고 해도 어떻게 대장보다 빨리…

으베베!!”

 

 

 

칸은 대답하는 워울프를 향해 바퀴를 굴렸다.

엔진 소리에 걸맞는 속도로 외골격의 바퀴가 구르니, 워울프의 얼굴은 금새 모래 범벅이 되었다.

 

 

 

“말대답할 시간에 따라오도록.

전속력으로 달린다. 알았나!”

 

“오케이! 그렇게 나오시겠다?!”

 

 

 

워울프도, 하이에나도, 카멜도, 샐러맨더도 자기 몸에 달린 바퀴를 미친 듯이 굴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미치광이들이 더 미쳐 날뛰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 가자!

보이는 철충들은 싸그리 다 잡아 족친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칸은 닥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에 질세라, 모든 호드 대원들이 그에 비견될 만한 속도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게 일으킨 모래 바람은 온전히 밖에 나와있는 닥터 두 명이 감당할 몫이 되어버렸다.

 

 

 

“… …”

 

“으퉤퉤퉤…. 여기 모래는 입자가 더 고와서 잘 털어지지도 않는단 말이야.”

 

“...

저 작전명 생성 프로토콜이란 거, 네가 만들어 줬냐?”

 

“그거? 그냥 언니들이 재미 삼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거든.

자기들이 맡는 임무에는 당연히 멋진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냐면서…

… 솔직히 그거 가지고 샐러맨더 언니가 도박할 게 뻔하긴 한데, 뭐 어쩌겠어?

본인들이 좋다는데.”

 

“하아… 쓸데 없는 짓에 힘 쏟는 거 보면 너도 이젠 살만하구나 싶네.”

 

“그럼, 살만 하지?

일단 니가 예전처럼 막 쪼아대지 않으니까 좀 숨통이 트이네.”

 

“… 하아?”

 

“왜에~ 좋게 생각하라고.

안 그랬으면 내가 오빠한테 하나부터 열까지 다~아 일러바쳤을 테니까.

너가 얼~마나 히스테릭한지 말이야.”

 

“...

에휴… 이게 대가리 정신 연령은 꼭 지 생긴 대로 논다니까.”

 

“그럼 생긴 대로 안 노는 너는 뭔데?

왜, 그러면 오빠가 같이 자주기라도 할까 봐?”

 

“… 지랄도 풍년이다.”

 

“솔직히 말해봐.

너도 이제는 오빠 좋아하지?

너 얼굴만 봐도 다 드러나거든?”

 

“뭔 얼굴!

애초에 그 인간 얼굴 볼 시간도 얼마 없었는… …”

 

“어라라?

전에는 관심도 없어 하더니, 이제는 볼 시간이 얼마 없어서 서운하신가 봐요?

하긴, 우리 오빠가 오죽 매력덩어리여야지.

이렇게 성질 사나운 꼬맹이도 반하게 만들고 말이야.”

 

“아니, 내가 뭘… …!!”

 

“우리 오빠는 얼마나 서운할까?

조금은 가까워 졌다고 생각해서 너한테 오빠 소리 한 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다는데~

그거 한 마디도 못해주고 말이야.”

 

“…

… 어휴, 아니다.

내가 너랑 말싸움해서 뭔 이득을 얻겠냐.

너랑 같이 있다 보니 내 정신 연령도 같이 낮아진 것 같네…”

 

 

 

다크 서클이 짙은 닥터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그 개새끼를 향해 타이탄을 가지고 들이 박던 때가 기억 한 켠에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이렇게 돼서야 쓰겠나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하나 있었다.

뇌파 상태가 안정화되는 것 같으니 사령관이 자기들을 보러 오는 횟수가 줄었다는 것.

그것만큼은 어른스러운 닥터도 왠지 모르게 아쉽긴 했다.

 

 

 

“… 그나저나 그것부터 말해봐.

저 언니들 이번에는 무슨 작전명으로 간 건데?”

 

“몰라? 내가 봤는데도 좀 이상하던데.

무슨 이름이 ‘공룡 사냥’이라고 나왔던가…?”

 

“…

… 이름 변수 그거 랜덤으로 짠 거 맞지?

뭔 이름이 그따위야?”

 

“심심풀이용으로 했던 거니까.”

 

“... 공룡이라.

별 뜻은 아니겠지.”

 

 

 

닥터는 어느새 별이 높다랗게 뜬 밤하늘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

몸도 어리고, 전투 능력도 없는 바이오로이드이니, 닥터들은 당연하게도 이번 임무에서 제외되었다.

기껏해야 기술 지원팀 소속에서 신식 장비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었을 뿐이다.

 

동반 자살 때 쓰려고 해서 망가진 자기 타이탄만 있었으면 언니들과 함께 같이 싸울 수 있었을까?

문득 닥터의 머리 속엔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그 때였다.

 

 

 

“… …?

잠깐 이리로 와봐.”

 

“왜, 뭐 AGS라도 나타났어?”

 

“아니… 신호기가 약간 이상한 거 같은데…”

 

 

 

어린 닥터의 손짓에 어른 닥터가 신호기의 화면을 쳐다 보았다.

빨간색.

누가 보아도 새빨간 점이 섬의 북동쪽에서부터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 야, 너 혹시 빨간색 점이 나오게 코드 짠 거 또 있어?

장난질이라고 말해.”

 

“… … 나… 난 그런 적 없는데?”

 

 

 

빨간색은 예로부터 불길한 것을 뜻했다.

그러나 여기 있는 모두는 어지간한 것으론 불길하단 느낌조차 못 받을 만큼 지옥을 경험하고 온 자들이다.

그러니 이런 신호기에서 빨간색은 눈만 아프게 하는 색에 불과했다.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한다면.

 

 

 

“빨간색이라면… 옛날에 봤던 그 철충… 맞지?

저 인간을 그 개새끼로 바꿔놨던…”

 

“… …”


"야, 말해봐.

너 코드 또 이상하게 짠 거 맞지?"


"... 이... 이게 왜..."

 

“이런 미친!!!!”

 

 

 

지금의 사령관 속, 잠들어 있는 그 인간이 다시 깨어나는 것.

오직 그 한 가지 경우만이 그녀들에겐 빨간색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빨간색으로 나타나는 점이 신호기 위로 포착됐다.

 



"야!! 뭐해!!

정신 안 차려?!!!"


"저... 저게 왜 괌에 있는 거지...??"




아주 먼 옛날, 오직 리리스만이 지금의 사령관을 믿어주던 시절,

그 때 불현듯 오르카 호 주변으로 대규모 철충 부대가 밀려들어오던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사령관의 의식은 단 한 번 바뀌었었다.

 



"지금 오르카 호 어디있어!!

뇌파 안정기 지금 거기 있잖아!"


"그... 그걸 가지고 오겠다고??

방 하나를 전부 채울 만큼 커다란 장비인데 어떻게 챙겨와!"


"그럼 이걸 가만히 보고만 있자고?!"




다행스럽게도 리리스가 기지를 발휘해 별 탈 없이 끝날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의 원인이었단 30cm짜리 철충 유충이 내뿜었던 이상 전파는 아직도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신호기가 그 전파를 감지했다.

인간의 의식을 바꾸는 그 전파를.

 

 

 

“여기는 닥터!

기술 지원팀의 닥터입니다!

아무나 들리는 사람 없나요?!!”

 

----치지직---치직---

 

“제발!! 아무나 들리는 사람 없냐고!!!”

 

 

 

닥터는 숲 속으로 들어간 부대들의 통신망에 끼어들어 고래고래 소리쳤다.

하지만 또 다른 방패 전파가 있는 것인지,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닥터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호, 호라이즌?! 스틸라인?!

내 말 들리는 언니들 없어!?!”

 

“닥터?

여기는 용. 호라이즌 함대다.

스틸라인은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갑자기 무슨 일로…”

 

“당장!! 당장 북동쪽으로 움직여!!

빨리!! 설명할 시간 없단 말이야!!”

 

“북동쪽?

대규모 함대를 돌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만…”

 

“아니!!! 그런 거 할 시간이 없다고!!

자칫하면 우리 오빠!! 또 잃어버리게 생겼단 말이야!!!”

 

"!!"


 

 

닥터의 말이 끝나자 마자, 용은 수화기를 집어 던지고 배 갑판으로 향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용의 목소리에 모든 호라이즌 부대가 하던 일을 멈추고 엔진을 구동시켰다.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배가 섬의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닥터는 어설프게 걸쳤던 겉옷을 제대로 챙겨 입었다.

 

 

 

“신호기에 오류가 있던 건 아니겠지?

제발 오류라고 말해봐.”

 

“아… 아닐 걸…?

지금도 계속 수신되고 있고, 이렇게 빨간색 점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건…”

 

“… … 씨발... 빨리 그거 챙겨.

우리도 움직인다.”

 

“뭐? 이 큰 걸…?

이런 걸 들고 가면 괜히 언니들에게 방해만…”

 

“닥치고 챙기라고!!

니 잘난 오빠가 또 죽는 꼴 보고 싶은 거 아니면 닥치고 챙겨!!!”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닥터의 호통에 어린 닥터는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전파의 세기도, 철충 부대 규모도 전보다 많아.

그런데 그 정도 규모의 철충이 어떻게 이 섬에…

… 설마?”

 

 

 

닥터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바다는 죽었다 깨어나도 가지 않는 철충들이 바다 건너 괌까지 왔을 리는 없다.

하지만 저 파장, 해석할 수 없는 저 파장은 분명 그 당시 있던 사건의 파장과 동일했다.


심지어 지금 신호기를 보면 동일한 파장을 내뿜는 철충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

닥터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사령관이 분명 이 섬 근처에는 AGS가 여럿 묻혀 있다고 했어.

만약 그걸 감염시켜서 자가 번식을 진행하고 있는 거라면 빨간 점이 늘어나는 게 설명이 안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어떻게 이 파장을 똑같이 낼 수 있는 거지?

만약 이게 공명이라도 한다면… …”

 

 

 

아무리 생각해도 닥터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철충이 사령관을 노리고 있다.

단순히 죽이려는 것이 아닌, 지금의 사령관을 이전 인간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그것도 태평양 절반을 가로 질러 달려올 만큼 절박하게.

 

바다 건너까지 올만큼 철충이, 모든 철충들이 사령관을 쫓고 있다.

아주 적대적으로 말이다.

 

 

 

“저번에 봤을 때에 비하면 부대 규모도 거진 10배 수준.

게다가 이 이상 파장을 준비할 만큼 계획된 행동이라면... ...”

 

“야… 야! 다 챙겼어!

이제 어디로 갈려고?!”

 

“… 미치겠네, 진짜…!!”

 

 

 

닥터는 슬리퍼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모래 사장 위를 마구잡이로 달렸다.

자기가 만든 이 천금 같은 기회.

이 기회를 철충들이 물거품으로 만들려 한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오빠, 오빠, 몇 번이든 불러줄 테니까 제발 정신줄만 붙잡고 있어!

금방 갈 테니까!”

 

 

 

모래 사장에 발이 푹푹 빠져 비틀거리던 닥터는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차도, 근육이 경련을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도,

닥터는 꾹 참고 모래 사장 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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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철충 뭔지 기억이 안나는 사람들은 14화로 돌아가보면 알 수 있습니다.

떡밥 회수 너무 즐겁다


근데 저번화가 재미가 없긴 없었는 듯.

조회수 대비 추천수랑 댓글이 별로 안 나오드라

근데 내가 봐도 별로 재미 없긴 했음

그래서 90화에 어울리는 꿀잼 치트키 들고 왔스빈다.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