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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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오후, 레오나는 찻잔을 들어 그 향을 음미했다.

은은한 붉은색의 띄고있는 차를 보고있자니 무언가가 떠올랐다.


"....."


"레오나 소장?"


"소장..?"


출렁이는 액체 사이로 호박색의 눈이 보였다. 

그것을 본 레오나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눈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속이 매쓰꺼웠다.


"소장!"


"어..?"


마리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레오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원탁에 마리와 아스널, 칸, 메이, 그리고 용이 앉아있었다.

간만에 지휘관들끼리 모임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레오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미안..잠시 딴 생각 좀 했어.."


"레오나 소장도 그게 보이는거지? '달'말이야.."


메이는 커피를 홀짝이며 떨어져있는 지푸라기를 입에 물었다.

그녀의 말에 레오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차를 홀짝였다.


"그나저나, 그 차 어떤가? 이번에 우리 실키 1981번이 히비스..커스..?라는 꽃으로 만든 차인데."


"마실만해."


"다행이군."


마리는 무릎을 치대며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커피를 마셨다.


"마리 소장, 농사가 재밌나보군."


칸이 그녀의 옷차림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을 꺼냈다.

그녀는 평상시의 제복이 아닌 검은색 티셔츠, 멜빵바지에 고무장화까지 신고있었다.


"당연하지. 이번에 우리 스틸라인 부대원들과 비닐하우스를 짓기도 했다고. 자네도 보지않았나? 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남아있던 커피를 전부 마셔대는 그녀의 모습을 본 지휘관들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저것이 정녕 연합전쟁 때부터 살아남아 지금까지 오르카호의 대들보 역할을 자처했던 불굴의 마리라는 것이 안 믿겨졌다.


"자네들은 어떤가? 여기 생활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건가?"


다들 입을 쉽사리 열지 못했다.


'달'과의 사투를 벌이던 중 그녀들의 보금자리였던 오르카호는 박살이 났다. 사령관과 기술자들이 어떻게든 복구해보려고 잔해를 들고왔지만 자신들이 알고있는 오르카호로 복구하려면 못해도 20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그렇게 요안나의 후방기지가 저항군의 새로운 보금자리 및 전초기지가 되었다.

철충도 별의 아이도 없는 지금 오르카호의 대원들은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고있었다.


불굴의 마리와 로열 아스널은 여기 생활에 어떻게든 적응한 듯 보였지만, 그녀들을 제외한 지휘관들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아스널, 자네는 어떤가? 여기 생활이 맘에 드는가?"


칸의 질문에 로열 아스널은 머리를 긁었다.


"뭐..난..."


그녀가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아스널의 옆에 있던 에밀리가 아스널의 손목을 붙잡았다.


"대장..나 저거.."


"그래, 에밀리. 과자가 먹고싶어?"


아스널의 탁자 위에 있던 과자를 집어 에밀리에게 가져다주었다. 

과자를 받은 에밀리는 양손으로 붙잡고 과자를 입에 밀어넣었다. 아스널은 에밀리의 목에 채워져있는 목줄을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여기가 좋아. 화약냄새도 없고.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되니깐. 그리고 무엇보다도..내 부대원들과 이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깐.."


"그런가.."


칸은 팔짱을 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던 무적의 용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떤가? 무적의 용."


무적의 용은 사령관이 새로 만들어준 검을 매만졌다.


"소인은 평생을 120척의 함대를 이끌며 살아왔소. 적들을 처부수고 승리를 가져다주기위한 존재였단 말이오. 그런데 지금은 호라이즌의 대원들과 작은 배를 몰면서 물고기를 잡으며 선장 노릇을 하고있소..웃기지 않소?"


무적의 용에 말에 지휘관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함대는 그 때 전부 파괴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를 복구하는데 있어서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했다.


"그래도 너희들은 각자 할 일이 있어서 다행이네. 옥좌가 없는 나는 그저 반항기 땅딸보 꼬맹인데.."


메이는 입에 문 지푸라기를  뱉고 남아있던 커피를 전부 입으로 밀어넣었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옥좌는 오르카호와 함께 파괴되었다. 복구하고싶어도 지금으로선 무리였다.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메이는 그저 하늘의 떠다니는 구름의 갯수나 세면서 날을 보내고있었다.


"칸, 너는 어때?"


찻잔을 전부 비운 레오나가 이번엔 칸에게 물었다.


"나 말인가..? 뭐..퀵카멜은 옆에서 날 보좌해주고있고.. 페더도 더 이상 도촬같은 걸 하지않고..워 울프나 하이애나, 샐러맨더가 사고만 치는 것만 빼면 나쁘진 않지. 마키나가 나에게 보여주었던 환상이 이루어진 셈이니.."


칸은 창문 너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았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풍경이었다.


"연합전쟁과 철충침공 그리고 시설에서 있었던 일들이 가끔씩은 떠오르긴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기 뒷산에 올라가 이곳의 경치를 감상하면 그런 생각따윈 전부 잊어버리지.."


"그런가..."


"그러면 레오나 소장, 자네는 어떤가?"


"나 말이야?"


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나는 공손하게 모은 자신의 두손을 바라보았다.


"발할라의 대원들과 작은 정원이나 가꾸면서 시간을 보내고있지 뭐.. 언젠간 정원이 완성되면..."


"완성되면...?"


"사령관이나 부사령관을 초대해보려고.."


레오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주위에 있는 지휘관들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가다 못해 귀에 걸쳐질 정도였다.


"뭐라고했나? 작아서 안 들렸는데말이야."


마리가 레오나의 옆에 다가가 자신의 손을 귀에 가져갔다.


"맞소. 레오나 소장. 소인도 못 들었소. 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푸하하하! 북방의 암사자니 뭐니해도 남자 앞에서는 그냥 여자구나?"


"레오나 소장. 그런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말해도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하겠다."


"대장..? 저게 무슨소리야?"


"에밀리는 몰라도 되는거란다."


로열 아스널은 에밀리의 귀를 막았다.

지휘관들의 놀림에 레오나는 얼굴이 붉다 못 해 마리가 농사짓는 유기농 토마토보다 더 빨개졌다.


"그러면 너희들은 계획같은거 안 세웠어?! 이제 평화로운 날들만 이어질텐데! 사령관이나 부사령관하고 이어질 생각을 해야지!"


레오나의 호통에 다들 얼굴이 빨개졌다.


"그..그게 무슨 소리야?! 그..욕쟁이 사령관이랑 뭐하러...!"


"사령관과 이어진다라...그렇게되면 아이까지 생각하는거겠지?"


"그게 그렇게까지 이어진단 말이오..?!"


"아이는 좀 더 생각해보는 쪽이.."


"대장..나 답답해."


"조금만 참으렴. 과자 더 줄까?"


"응.."


아스널과 에밀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은 열띤 토론을 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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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쟤네들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


포츈의 호출로 인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지금 자신들의 앞에 펼쳐진 장면에 어이가 없었다.


"아이라..남자아이랑..여자아이 한명..."


"꿈 깨쇼. 메이 소장. 그 키에 애를 무사히 낳을 수나 있겠소?"


"야! 너 말 다 했어?!"


"그러고보니 부사령관 앞에서 아이 얘기는 하지않는게 좋을거야."


"뭐?! 그러면 이미 유부남이었다는거야?!"


"저번에 물어봤을 때 있었다고했다.."


"에에에에?!!?"


지휘관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머리가 깨질것만 같았다.

강인해 보였던 그녀들도 그 속에는 여리디 여린 여자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용히 현장을 떠날려는 순간, 에밀리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 저기 사령관이다. 안녕 사령관."


"뭐..?"


"아..썅.."


그를 본 지휘관들은 사령관에게 달려들었다.


"사령관! 사령관은 어떤 취향의 여자가 좋아?! 키 작아도 좋아?!"


"소인은 어떻소?! 말을 해보시오!"


"나한테 오면 넓은 밭과 과수원이 있다고?"


"눈매가 날카로운 여자는 싫은가?"


"저번에 정원 좋다고했잖아..? 그거 진심이야?"


사령관은 머리를 매만졌다.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쌓인 사령관은 부사령관과 아스널을 쳐다보았다.

둘은 그에게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에밀리. 비스트 헌터랑 놀러갈래?"


"좋아.."


"시발..카버..?!"


"아무튼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니 알아서 잘 해보라고. 예비 신랑님."


부사령관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자리를 피했다.


"야! 카버! 나 좀 도와줘! 야! 야!"
















힘내라. 공돌이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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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맛만 적다보니 뭔가 모르게 기분이 좋네요.^^

조만간 매운맛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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